철거민 유가족들에 대해서는 감상적으로집중 보도
사망한 김남훈 경장에 대해서는 사무적으로 짧게 보도
KBS 9시 뉴스를 봤다. 용산 사건이 첫 번째 뉴스였다. 묘했다. 노골적으로 철거민들의 편을 들면서 이명박 정권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은근히, 그리고 교묘하게 이번 사태를 야기한 철거민들에게는 동정적으로, 경찰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느낌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보도에서였다. KBS는 사망한 철거민 6명에 대해 보도하면서 오열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뒤늦게 가족의 희생소식을 확인한 유족들은 오열했습니다”라는 앵커의 멘트에 이어 기자의 보도가 나왔다. 기자가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 소식에 부인의 가슴은 무너집니다. 남편이 걱정돼 음식을 싸들고 찾아갔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습니다.”라는 감상적인 멘트를 한 뒤 사망한 철거민 양모 씨 부인의 인터뷰가 나왔다.
'제대로 될 때까지, 그때까지만 고생하라는 게 마지막이었어요.'
가슴이 아팠다.
기자가 “뒤늦게 아들의 죽음 소식을 접한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에 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린 후에는 “아이고 불쌍해서 어떻해”라며 오열하는 윤모씨 어머니의 모습이 나왔다.
기자는 그 뒤를 이어 시아버지와 남편을 동시에 잃은 한 여인의 얘기를 내보냈다. “화염 속에 휩싸인 시아버지, 끔찍한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며느리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애가 끓습니다”라는 기자의 멘트가 나오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다. 기가 막혀도 너무 기가 막힌 얘기 아닌가? ' 내 집에서 내 신랑이랑 내 아버지가 죽는 거 내가 다 봤어요“라며 통곡하는 여인의 모습은 정말이지 안타까웠다.
신원확인을 위해 경찰이 시신부검을 한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KBS는 '우리 아저씨 만큼은 부검하지 마시고 제 손에 달라고 가서 보니까 만신창이를 만들어 놨더라구요'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여인의 모습을 내보냈다.
‘용산 사건의 책임 소재나 이번 사태의 배후에 대한 시비를 떠나서 없이 살던 사람들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는데 대해 가슴 아파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철거민 희생자들에 대한 보도의 뒤를 이어 진압 작전 중 순직한 고 김남훈 경장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자주색 베레모에 검은 특공복 차림의 경찰특공대원들이 줄을 이어 고인의 빈소를 찾는 장면과 함께 기자의 멘트가 흘러 나왔다.
“경찰병원에 마련된 고 김남훈 경장의 빈소에도 동료 특공대원 등 각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고 김경장을 경사로 1계급 특진시켰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철거민 사망자 유가족들에 대해 보도할 때는 그들의 분노와 슬픔을 최대한 증폭시키려는 듯 감상적인 멘트로 일관하던 기자는 경찰관의 빈소 장면을 보도하면서는 지극히 사무적인 어조로 사무적인 내용의 멘트를 했다. 철거민 유가족들에 대한 보도와 비교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견할 바가 아니었다.
김남훈 경장에게는 가족이 없나? 아마 KBS는 “김경장이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서 8살 난 딸을 키우던 사람이어서 아내의 모습을 내보내지 못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치자.
그럼 김경장에게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부모나 형제자매는 없나?
그래, 없다고 치자.
그럼 그의 죽음을 애닲아 하는 동료 특공대원은 없나?
왜 동료를 잃은 그들의 분노와 슬픔,울분은 방송하지 않았나?
순직한 김남훈 경장에 대한 KBS의 보도를 보며 나는 ‘무성의하고 매정하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같이 뉴스를 시청하던 아내도 “정말 너무하네”라고 한 마디 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KBS는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게 머리채를 잡히거나 방패로 얻어맞은 대학생이나 기자들의 모습을 열심히 보도했다. 하지만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에 화상을 입고 입원한 경찰들의 모습은 스쳐가듯 보도하고 말았다.
결론은 하나다. KBS는 내심으로는 이번 용산 사태를 과거 노무현 탄핵 반대나 광우병 사태 당시처럼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싶어 근질근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바뀌었어도 KBS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더 고약하게 구는 MBC 때문에 KBS에 대한 감시의 눈길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KBS 역시 변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저들, 교묘하게 여론을 왜곡해 가는 KBS 에 대한 수술은 MBC에 대한 수술 못지 않게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