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0일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표할 때의 문장(아래 글 참고)을 지금 다시 읽어보면 이 안에 상당한 정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답지 않게 굉장한 저자세이다. '입이 열개라도 그에게 책임이 있다면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그답지 않다.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엄청난 비밀이 곧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입을 통해서 알려질 것임을 예측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간에 재신임을 묻겠다'는 말도 그렇다. 수사의 결과가 결코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전제로 하고 결과에 상관 없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를 해두는 것 같다.
물론 그 다음날 노무현 대통령은 공세로 전환하여 국정혼란이 생긴 책임을 언론과 야당에 전가했다. 이는 전날의 저자세를 만회하려는 수가 아니었을까. 뭔가 상당히 중요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 같은 예감이 들게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 그렇다면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은, 이른바 개혁을 하기 위한 정치적인 동력을 다시 마련하겠다는 공세가 아니라 머지 않아 드러날 충격적인 사실에 미리 방어선을 쳐놓기 위한 수세적 전략이 아닐까.
노 대통령은, 수사 결과가 다 드러난 다음에 재신임을 묻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정상인데 왜 수사 도중에 이런 폭탄선언을 했을까. 어차피 발표될 충격적 사실에 대한 완충을 위해서인가. 자신의 잘못을, 1천억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국민투표라는 방식으로 면죄받겠다는 극히 이기주의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대소동이라면 그의 생각대로 일이 되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를 안정시켜야 할 책무를 진 대통령이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정을 도박판에 올려놓는 것과 같은 위험한 게임을 한다면 행운의 여신도 그를 외면할 것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예정에 없이 이렇게 특별히 자리를 마련한 것은 최도술씨 문제에 대한 제 입장을 국민들에게 설명 드리기 위해서이다. 최도술씨는 약 20년 가까이 저를 보좌해 왔고 최근까지 저를 보좌해 왔다. 수사결과 사실이 다 밝혀지겠지만 그러나 그 행위에 대해서 제가 모른다 할 수가 없다. 입이 열 개라도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 우선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서 국민여러분들께 깊이 사죄 드린다.
아울러서 책임을 지려고 한다.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서 그동안에 축적된 여러 가지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 재신임의 방법은 그렇게 마땅하지 않다. 국민투표를 생각해 봤는데 거기에는 안보상의 문제라는 제한이 붙어있어서 그것이 재신임의 방법으로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어떻든 공론에 부쳐서 적절한 방법으로 재신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기에 관해서는 역시 공론에 물어보고 싶지만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 가장 적은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는 이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시간을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늦더라도 총선 전후까지는 재신임을 받을 생각이다. 제 말씀은 여기서 마치겠다.>
노무현 발표문 해독-뭔가 있다는 암시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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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0-14, 2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