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촉즉발 초긴장 "제2 천안문 사태 막아라"

지식인 303명 “민주주의 전면 도입” 서명운동
중국 공산당이 은밀히 내린 지시 내용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월 4~5일 선전과 이데올로기를 총괄하는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권력서열 8위) 주재로 전국 선전부장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리 상무위원이 이 자리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홍콩 언론들은 리 상무위원이 앞으로 사회안정을 위해 선전·사상·문화 공작 활동을 적극 전개할 것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회의가 끝난 직후 중국 정부는 신문판공실을 비롯해 공안부, 문화부, 광전총국 등 매체·선전·공안을 담당하는 7개 부처를 동원, 대대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단속하고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음란물을 게시하는 저속한 인터넷 사이트를 ‘정화한다’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류정룽(劉正榮) 신문판공실 인터넷국 부주임은 “인터넷 포르노와 음란물들은 젊은층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의 건강한 인터넷 문화 발전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고 있다”면서 상당기간 단속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 중국 톈안먼 사태 당시 한 시민이 인민해방군의 탱크들을 막아서고 있다. photo AP/중국 대학생들이 톈안먼 사태 당시 민주 여신상을 앞세우고 농성하고 있는 모습.
사상 최대 인터넷 단속

‘음란사이트 단속’ 명분으로 사상통제 강화
 1507개 사이트 폐쇄… 휴대폰 메시지도 검열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포르노 등 음란한 내용을 게재해온 인터넷 사이트 1507개를 폐쇄하고, 320만건의 정보를 삭제했으며, 41명을 구속했다. 이번 인터넷 단속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전에는 몇몇 이름 없는 사이트에 대해 음란물 단속을 벌였으나 이번에는 국내 대형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 해외 인터넷 사이트까지 검열하고 있다. 대형 사이트들은 미국의 세계 최대 검색사이트인 구글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하는 중국어판 포털사이트 ‘MSN중국’, 중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 시나닷컴(新浪), 써우후(搜狐), 텅쉰(騰迅), 왕이(網易) 등 모두 23개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대형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정부의 경고를 받았다면서 이들 회사가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웹사이트가 폐쇄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가장 먼저 인터넷 사이트를 손보고 있는 이유는 인터넷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지난해 말 2억9800만명을 넘어섰다. 2007년 대비 40% 이상 네티즌이 증가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올해 4억명, 내년에는 6억명 정도로 네티즌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최근 들어 네티즌이 정부와 공산당 간부의 부정 부패를 인터넷에 폭로하면서 파문이 확대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 단속의 진정한 목적은 사상 통제 조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그동안 비판적인 주장을 많이 제기해온 블로거들이 주로 활동해온 뉴보왕(牛博網)이 이번 조치로 폐쇄된 것이다. 뉴보왕은 그동안 자체 검열을 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중국에 비판적인 내용을 게재해 왔다.

중국 정부는 또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기간을 전후해 한동안 접속이 가능했던 해외 인권단체들과 홍콩의 독립적인 매체, BBC 중국어판 홈페이지, 미국의 소리(VOA)방송 중국어판, 국경 없는 기자회 등의 사이트에 대해서도 다시 차단 조치를 내렸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이와 관련 “베이징올림픽 직전부터 중국에서도 열람할 수 있던 우리 단체의 웹사이트가 중국 정부의 조치로 열람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각종 언론 매체의 내용은 물론 휴대전화의 메시지까지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6억2000만명을 돌파했고 휴대전화가 인터넷에 이어 여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둥(廣東)성 성도인 광저우(廣州)의 광저우TV는 최근 시사프로그램 앵커를 전격 교체하고 제작진을 문책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개혁·개방 30주년 기념사 중 일부분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산시(山西)성 린펀(臨汾)의 린펀TV도 공장폐쇄와 노동자들의 항의시위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앵커 등을 정직 처분했다.


2009년은 ‘위기의 해’

경제 위기로 작년 말부터 시위 잇따라
각종 기념일이 불만 폭발 기폭제될 수도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강력한 사상 통제와 사회 기강 확립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올해가 정치·사회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티베트 무장봉기 50주년(3월 10일), 파룬궁(法輪功) 시위 10주년(4월 25일), 톈안먼 사태 20주년(6월 4일) 등 중국의 국가 체제를 뒤흔들 수도 있는 각종 기념일들이 모두 올해에 집중돼 있다. 이런 기념일이 경제위기, 실업대란, 도농(都農)과 빈부격차 확대, 민족갈등 등과 결합해 폭발할 경우 중국의 국가 체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은 “2009년은 당과 국가가 시련을 겪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국 시사주간지 랴오망((瞭望)은 올해 농민공의 실직과 청년 실업 등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축적돼 폭동과 소요 등 사태에 직면할 위험이 높다고 전망했다(1월 5일자). 

이미 지난해 말 중국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생계형 시위가 집중적으로 발생했을 뿐 아니라 시위도 과격해져 체제 위협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었다.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에서는 공장 폐쇄에 따른 소요사태가 벌어졌고, 간쑤(甘肅)성 룽난(朧南)시에서는 관공서 습격사건이 일어났다. 충칭(重慶) 등 주요 도시에선 택시파업으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지난 1월 14일 중국 정부의 선전작업을 총괄하는 신문판공실 청사 앞에서 지방 정부의 비리를 처벌하라는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도농 격차·실업난 등 20년 전 상황과 비슷
지식인 중심 민주화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

특히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제2의 톈안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개혁·개방 정책 10년 만에 터진 1989년 톈안먼 사태는 민주화 의식이 극심한 인플레이션, 실업난 등과 결합하면서 비롯됐다. 다시 말해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소외계층과 지식계층이 부정부패를 일삼으면서 정치개혁을 외면해온 정부와 공산당에 반기를 든 셈이었다. 당시 공식적으로 민간인 875명이 사망하고 1만4550명이 부상했으며, 군인은 56명이 사망하고 7525명이 부상했다(중국 공안부, 1990년 7월 10일 발표). 하지만 비공식적으론 5000여명이 사망하고 3만여명이 부상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로선 톈안먼 사태는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현재 정치·경제 및 사회 상황은 당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성장 우선주의 경제정책으로 빈부와 도농 간 격차 등 모순이 갈수록 불거지고 있는 데다 세계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실업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또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는 20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으며 정부와 당 고위 간부의 부정부패도 만연한 상태이다. 특히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실업 문제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말 공식 도시실업률은 4.2%이지만 농민공을 감안하면 실업률이 9.4%에 달할 것이며 올해는 11%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이미 지난해 4분기에 6.8%로 급락했다. 올해 GDP 성장률이 평균 8%대를 밑돌 경우 실업률은 크게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중국 전체 인구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2억2000만명(중국 정부는 1억3000만명 추산)의 농민공들 중 상당수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농촌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도시의 빈민이나 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귀향한 농민공은 2000만명에 달하고 있다. 농민공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면 사회 불만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 뻔하다.

설상가상으로 대졸자를 포함한 청년실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대졸자 실업률은 12%로, 150만명이 실업 상태이다. 또 오는 7월 610만명이 대학을 졸업하는데 이들 중 25%는 취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식인 집단인 대졸자들의 불만은 농민공들의 생계형 저항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칫하면 이들은 정치 민주화 등 체제 개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원이 실업 문제가 계속되면 ‘제2의 톈안먼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소요사태가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공산당의 대응

 정면돌파 의지… 군부에도 절대 충성 지시
“실업자는 고향으로” 21C판 하방정책 병행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올해의 정치·경제적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권력서열 4위)은 공산당 이념지인 ‘추스(求是)’에 기고한 글(1월 18일자)을 통해 “서구식 민주주의는 중국에 맞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잘못된 사상의 간섭을 기필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칭린 주석은 “다당제나 양당제, 양원제와 3권 분립 등은 중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 잘못된 것들”이라며 “중국은 공산당의 우월적 지배를 통한 통치를 성공적으로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 주석도 “중국의 정치체제 개혁은 결코 서방을 모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특색을 지닌 정치제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후 주석은 “전군 장교와 병사의 사상을 통일해 당 중앙과 중앙군사위의 지휘를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히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인민해방군에 절대 충성할 것을 지시했다.

공산당도 최근 사상 통제 조치를 대폭 강화하라는 지시를 공안 부처에 내렸다. 공안당국은 ‘08헌장’에 서명한 반체제작가 류샤오보를 비롯해 100여명을 구금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정부도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 1월 7일 열린 새해 첫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대졸자 취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면서 청년층 취업 확대를 위해 인턴제 등 7가지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공산당도 취업을 하지 못한 대졸자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일자리를 찾으라면서 ‘21세기판 하방(下放)’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 ‘천하대란’ 조짐 ‘08헌장’  |

지식인 303명 “민주주의 전면 도입” 서명운동
한 달 만에 8000명 참가… 노동자층까지 확산


중국에선 이미 이른바 ‘천하대란(天下大亂)’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조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학자·변호사·작가 등 일부 중국의 지식인들은 민주주의의 전면 도입 등을 요구하는 ‘08헌장(Charter 08)’을 발표하고, CCTV를 정부 선전방송으로 규정해 보이콧 운동을 벌이는 등 당과 정부를 겨냥한 저항 운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세계 인권선언 6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해 12월 10일 발표된 ‘08 헌장’의 파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시 헌장이 발표됐을 때 처음 서명자는 반체제 작가 류샤오보(劉曉波),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비서였던 바오통(鮑尤), 법학자 위하오청(于浩成), 극작가 샤예신(沙葉新), 신문기자 가오위(高瑜), 작가 다이칭(戴晴) 등 303명이었다. 이후 한 달 만에 서명 참가자가 8460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서명 참가가 지식인 그룹에서 탄광노동자, 기업경영자, 농민, 퇴역군인, 대학생 등 광범위한 계층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전문, 기본이념, 19항의 주장, 결어로 구성된 헌장은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장은 “중국 국민들은 자유와 평등·인권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며 민주와 공화주의 헌법이 현대정치의 기본제도라는 점을 점차 깨닫고 있다”면서 공산당의 일당 지배체제 종식을 주장했다. 헌장은 또 헌법 개정과 직접 선거, 사법권 독립과 인권 보장, 민주 입법, 결사 집회 언론 종교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샤오창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일반 국민들이 공산당에 반대하는 정치적 문건에 서명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며 이는 일종의 시민운동이 태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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