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국회연설를 통해서 '최도술 사건 수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대통령 탄핵이 여의도에서 연설한다고 될까. 의사당안에서의 토론으로써 탄핵이 가능할까. 대통령이란 권력이 그런 卓上작전으로 바뀔까.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재신임 여부 투표 전에 탄핵을 추진하려면 한나라당은 지금부터 공을 들여야 한다.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을 전국적으로 벌여야 한다. 방송과 다수 신문들이 한나라당에 적대적인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리로 나서고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서 직접 소리치고 만나고 부딪치는 것이다. 대중속으로!
그리하여 국민들의 생각을 바꾸어놓을 때만 탄핵도 불신임도 가능하다. 한나라당이 흘리는 땀과 눈물의 양이 정권을 쟁취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재신임이 불신임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한나라당이 확실한 태도를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응답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론은 유동한다고 봐야 한다. 이때 여론을 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선 한나라당이 단순 명료한 선택지를 국민들에게 제시하여야 한다. 중대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복잡한 선택이 아니다.
대중정당이 대중노선을 택하지 않고 여의도에 덩그러니 앉아서 탄핵을 추진한다고? 그런 게으름과 불철저함과 실내정치에 대해서 국민들은 '당신들도 아니오'라고 말한 것이 작년 大選 아닌가. 야당은 원래 몸으로, 여당은 원래 입으로써 정치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여야가 거꾸로 되었다. 게으른 여당은 양해할 수 있지만 게으른 야당을 용서할 국민은 없다.
한나라당은 지금 당장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유에 대한 증거 수집과 법리구성, 그리고 홍보를 시작하여야 몇 달 뒤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재신임 불신임 여론이 비슷하다면 승리는 쟁취하는 자의 것이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착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한 사람이 이긴다. 모범생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勇者가 승리한다. 한나라당이 거리로, 학교로, 강당으로, 인터넷으로, 지하철로, 공장으로 나아가서 소리치고 싸우고 설득하지 않는 한 거리의 사나이 노무현(그것도 권력을 잡은 노무현)을 이길 순 없다.
한나라당의 수뇌부가 벌써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밀어붙이면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패배주의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헌법을 위반한 국민투표 강행이라면 이게 바로 탄핵사유가 아닌가. '쿠데타적 발상'을 밀어붙이면 이게 바로 탄핵사유 아닌가. 최도술의 수사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허송할 것이 아니라 당장 탄핵을 추진하면 될 것이다. 한나라당 수뇌부가 타이밍을 잃어가고 있는 사이 재신임 지지율은 높아지고 인터넷 여론조사에선 이회창 재등장론이 득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탄핵으로 밀어붙일 법리와 힘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일부 법조인의 의견을 인용하여 국민투표를 받고 정면승부로 가는 길을 택할 수 있다. 그때는 물론 노무현 불신임 이후 한나라당이 내어놓을 代案(대통령 후보, 개헌 여부 등)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모습과 과거 행태로 본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즉 국민투표 제안을 정면으로 수용할 배짱도 없고, 탄핵안을 발의할 논리도 용기도 없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국민들의 신뢰도 잃고서 盧대통령의 페이스에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탄핵안을 발의할 것처럼 모양새만 내다가, 뭔가 결정적인 것이 튀어나오기를 기다리고만 있다가 시간도 기회도 놓치는 것이다. 민정당식 관료주의 폐습이 골수에 배어 있는 한나라당은 언론을 위한 원내 정치만 점잖게 편하게 모양좋게 하려고 한다. 그들은 지난 大選 때처럼 언론을 향하여 폭로만 하면 국민들의 민심이 反盧로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환경이 反한나라당인데 그 환경을 바꾸어놓지 않고 기자들을 상대로 한 정치를 하면 세상이 달라질까. 한방에 세상을 바꾸는 그런 것은 없다.
한나라당이, 이념무장대치상황의 한반도 정세가 그런 한가한 정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는 지켜야 할 명예와 재산은 많은 대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땀과 눈물과 피를 흘려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는 피하고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산, 자유, 미래,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싸우지 않는 조직은 회사이든, 정당이든, 개인이든 생존할 자격이 없다. 한반도 이념무장 대치 상황에서 정치를 하려는 인간은 싸우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生死를 놓고 싸워야 하는 조건에서 투지와 용기는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행동 윤리이다. 투지와 용기는 물론 이념의 신념화에서 나온다.
한나라당이 확실히 죽는 길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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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0-16, 2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