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의 글을 읽어보면 난해하기 그지 없다. 어렵지도 않는 주제를 애써 어렵게 설명한다. 읽으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남북한 사이의 경계인인 척하면서 실제로는 북한을 비호하려니까 어렵게 쓰는 것이다. 거짓말을 논리적으로 하려니까 문장이 어려운 것이다.
그는 북한편을 들 때 남북한 사이에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란 포즈를 먼저 취한다. 예컨대 1991년 한길사에서 펴낸 '전환기의 사회와 민족지성'이란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남북한 유엔가입이 기정사실화되어 가고 있는 오늘 이 문제에 다시 우리의 주의를 돌리는 것은, 유엔속에서 남북한 사이의 외교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통일로 이르는 공존적 삶의 원칙마저 안중에서 사라지고 말 위험성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남북한 사이의 외교경쟁'이란 키 워드에서 양편을 공평하게 우려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일단 독자들로 하여금 필자가 객관적 입장에 서 있다는 허상을 던져준다. 미끼인 것이다. 그런 다음 송두율은 이른바 내재적 입장에 의거하여 북한 입장에서 이 문제를 보는 시각으로 전환한다.
'북한이 유엔가입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그러면 어떠한 점을 긍정적으로 보았는가? 북한은 '신세계질서' 수립을 공공연히 호언하는 미국의 직접적인 예봉을 피하면서 남한사회의 냉전적인 정치, 군사적 대결구조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
위의 문장은 완전히 북한정권 대변이다. 요컨대 북한이 한국과 함께 유엔에 동시가입하기로 한 것은 미국과 남한의 공격적이고 냉전적인 자세에서 일단 피해보자는 뜻이라는 것이다. '남한사회의 냉전적인 대결구조'란 표현은 북한정권 편에 서서 남한사회를 공격하는 필자의 입장을 보여준다. 그 다음 단계에서 송두율은 자신의 북한입장을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이 결국에는 한반도내에서 두 체제가 공존적 삶을 적극적으로 건설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신과 대결의 골을 더 깊이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엄연한 가능성을 무시하면서 서독과 동독 또는 남부예멘과 북부예멘의 유엔가입으로부터 안이한 유추해석을 이끌어내어 남북한의 유엔 가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남북의 유엔동시가입은 역시 남북의 공존적 삶을 지향하는 통일에 비추어볼 때 하나의 장애요 난관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송두율은 여기에 와서는 북한의 입장을 객관적인 진실인 것으로 결론내린다. 북한이 유엔동시가입에 반대했던 입장이 정당하다는 결론인 것이다.
송두율 논법의 3단계는 이러하다.
1. 자신이 남북한 사이에서 객관적 입장에 서 있다는 인상을 준다.
2. 북한 입장에서 문제를 보는 내재적 접근법을 쓴다.
3. 2의 입장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송두율의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정권 옹호를 위한 속임수임이 드러나는 것은 3단계에서이다. 논리상 3단계에서는 2단계에서 소개한 북한의 입장을 과학적으로 비판하고 검증해야 하며 4단계에서 평가해야 한다. 송두율은 그런 비판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평가를 내림으로써 북한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소개하는(사실은 선전하는) 것이다. 이 자는 북한정권의 논리를 선전이 아닌 방법, 즉 객관성으로 위장하여 선전하기 위해 문장을 그렇게 어렵게 쓰고 있는 것이다. 쉽게 써도 되는 것을 어렵게 쓰는 사람은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법이다.
송두율 말장난 6/詐欺의 구조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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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0-18, 03: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