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쪽 하늘아래 동방의 별이 떨어졌다.
“동녁의 대사”로 추앙받던 이성자 화백이 타계하신 것이다.
파리에서, 니스에서, 서울에서, 마산에서
불혹의 나이 90에도 왕성한 작가활동을 펼치시더니만.
그것도 홀홀단신 여성의 몸으로
그것도 내노라하는 미술의 본고장에서
몸과 혼을 바쳐, 살신성인 그림으로 득도해
은하계에 진입한 은하계와 통한 이 시대의 한 달인을
이제 우리는 보내야만 한다.
우리에게 나혜석이 있고, 천경자가 있고, 최욱경이 있지만
정녕, 국제적이었던 고인이야말로
동양을 알되 서양에 빠지지 않았고
서양을 배우되 동양을 잊지 않은 정체성의 화가였다.
특히, 치열하고 냉혹한 추상미술의 발원지에서
추상으로 승부수를 던져 자신의 자존과 명예와 생활을
거머쥔 뚝심과 독기의 여성이었다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는 화가였다.
편견과 오만, 고립과 좌절, 냉정과 열정 그 모두를 인내하며
대지의 풋풋한 땅 냄새를, 하늘과 별과 바람과 산 이 모두를
그리움에 담아 그림으로 오롯이 그림으로 말하려 한
이 화가를
이제 우리는 보내야만 한다. 아주 멀리 보내야만 한다.
그러나 세상에 퍼진 그녀의 그림들은 우리에게
역사가 되어
풋풋한 땅 내음으로, 산들 바람으로, 산이 되고 별이 되어
이성자로 다시 되돌아오리니
우리 슬퍼하지 말자.
삼가 그녀의 명복은 빌되
우리 슬퍼하지 말자.
● 정영목 교수 약력
1982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미술사학과, 1990년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나 샴페인에서 미술사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양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숙명여대 회화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막스 베크만의 성서화에 대한 연구, 1906~1918>, <피카소와 한국전쟁-한국에서의 학살을 중심으로>등이 있다. 저서로는 <현대서양미술사, 1870~1945/CD ROM 세광데이타테크,1993>, <장욱진 카달로그 레조네/ 학고재,2000>등이 있다.
동방의 별, 떨어지다
- 정영목 교수(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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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11, 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