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천주욱 前CJ코퍼레이션 대표의 '마이 아미 노트'(www.myinote.com)에서 전재한 것이다.
1. 이건희회장의 개혁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이건희회장은 삼성그룹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데 몸을 던졌다.
신경영이라는 이름의 이 개혁을 추진할 당시 삼성전자의
연간 이익은 고작 1000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이건희회장의
개혁이 성공한 지금 삼성전자는 1년에 7-8조원이라는 천문
학적인 이익을 내는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변신했다.
7-8조원의 이익이 얼마나 크냐 하면 도시바, 소니, 마쓰시다,
히타치, 산요, NEC 등 일본의 모든 대형 전기전자업체 이익
을 모두 합친 것 보다 많은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다시 말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전적으로 그때 이건희회장이 추진한 신경영이라는 개혁
의 결과다.
1993년 당시 이건희회장의 개혁 바람은 대단했다.
그는 48시간 동안 한 숨도 자지 않으면서까지 임원들을 모아
놓고 개혁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가 제일 앞에 섰다.
“지금 삼성전자는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다
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수원공장 부지를 매각
해서 은행에 넣어놓으면 사업하지 않아도 연간 이자가 2-3
천억 정도 나온다.
은행 이자 보다 적은 이익을 내는 것이 그렇게도 자랑스럽나?
나는 삼성전자가 연간 1조원 이상 이익이 나야 한다고 생각
한다.
자,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것인가?
먼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세계에서 이익이 가장 많
이 나는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이 작은 우리 나라 안에서 일등이라고 으쓱대는 못 된 풍조
는 과감히 버리고 전 세계의 일등, 전 세계의 최고가 되어야
한다. 전 세계 1등이 아니면 망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정신상태와 고정관념과 태도와 일 하는 방
법을 송두리째 바꾸어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든
것을 다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고 속도가 100km 되는 자동차를 110km까지 낼
수 있도록 하려면 차의 모양을 좀 손 보고, 좋은 엔진오일
을 넣는 등 조금만 바꾸면 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개선이지 개혁이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아예 엔진은 물론이고 자동차 바디의 소재부터 깡그
리 새로 만들어 100km/h 차를 200km/h, 300km/h까지 속도
를 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전면적인 개
혁을 말하는 것이다.
4-5년 내 전세계 1등이 안 되면 회사가 망한다는 위기의식
을 갖고 발상을 전환하여 각사 별로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 당장 삼성그룹 문을 닫아도 나는 자자손손 먹고 살
재산이 있다. 나는 우리 삼성그룹이 전세계 1등이 되는데
목숨을 걸었다. 삼성의 모든 것을 걸고 한 번 해보자.
선두에 내가 서겠다.”
이후 삼성그룹에는 엄청난 개혁의 태풍이 휘몰아쳤다.
누가 보아도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최고의 전문경영자들이
하루 아침에 옷을 벗는가 하면, 선대 이병철회장이 있을 때
삼성비서실에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던 사람들이 한직으로
밀리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1년 365일 친구도 한 번 만나지 않은 채 농업적인 근면성으
로 하루도 빼지 않고 회사에 나와 열심히 일하던 임원들에게
보직을 주지 않고 해외연수를 보내는가 하면,
7.4제라 하여 아침 7시까지 출근하여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깜짝 놀랄 제도를 도입하여 모두를 놀라게도 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불량율이 0.5%였지만 금년에는 0.3%로 대폭 축소
되었다는 자기 자랑식의 보고를 하는 경영자는 과감히 옷을
벗게 했다. 이회장의 개혁 차원에서 보면 아예 불량이 생기
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핸드폰은 팔뚝만 했는데 밧테리는 2시간도
채 가지 못했으며, 고장이 잘 나 어떤 때는 공장에서 출고
되는 물량보다도 반품되어 오는 핸드폰이 더 많은 경우도
있는 지경이었다.
이회장은 그런 핸드폰은 다 갖다 버리라는 것이었다.
실제 당시 반품 돌아온 핸드폰 수천개를 공장 운동장에 쌓아
놓고 불도저로 밀어 부셔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고는 이익 나
는 부서가 거의 없었다. 이회장은 이익이 나지 않아도 좋으
니 5년내 세계 1등이 될 수 있는 전면적인 개혁 차원의 대책
을 수립하라는 것이었다. 도토리 키재기식의 이익 자랑은
이회장 앞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익인데 당시 이건희회장이 참
석한 회의에서는 당기이익에 관한 주제는 아예 없었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몇 십년간 집착해온 量위주경영 풍토를
어떻게 質위주경영으로 바꿀 것인지, 5년 후 10년 후 회사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개혁의 내용과 목표와 방법론이 주된
회의 내용이었다.
이회장은 삼성전자 사장 보다도 월급을 많이 받는 세계적인
박사급 엔지니어를 몇 명이라도 좋으니 각 부서별로 영입해
오라는 특별지시를 하기도 했으며,
북경, 프랑크푸르트, 동경, 오사까, LA 등 해외 현장으로
삼성의 임원들을 불러모아 놓고 밤잠을 자지 않고 세계1등에
대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개혁의 필요성과 방법론에
대해서 설파를 하고 토론을 하고 충격을 주는 등 이회장의
개혁은 점차 강도를 더해갔다.
이회장의 작심은 대단했다.
이회장 눈에는 독기가 스며 있었다.
이회장 온몸에서 뜨거운 기가 나오는 것 같았다.
어쨌든 삼성은 10년전에 전세계 1등이라는 뚜렷한 목표와
신경영이라는 개혁을 통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했다.
그래서 이건희회장의 신경영이라는 개혁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개혁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2.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
노무현대통령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우리 나라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방송이나 신문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온통 개혁으로 도배를 한 느낌이다.
그런데 개혁의 목표가 없는 것 같다.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무엇을 하자는 개혁인지 좀 애매한
느낌이 든다.
노무현대통령이 취임하고 얼마 있지 않아 정부종합청사에
고급 공무원들을 모아 놓고 대통령이 개혁에 대해서 여러
번 특강을 했다. 그리고 방송에 나와서도 전국민을 상대로
개혁에 대해서 연설을 하기도 하고 특정 집단을 모아놓고
토론도 했다.
그때 나는 노무현대통령이 이건희회장의 신경영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마침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노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전임 어떤 대통령의 미국방문에도 수행하지 않던 이회장이
수행단에 들어 있을 뿐 아니라, 노대통령을 위해서 미국에
서 많은 활동을 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는 개혁에 관해서
이회장이 대통령에게 한 수 훈수(?)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후 가만히 보니 노무현대통령의 개혁은 개혁이라
는 말은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개혁
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 애매한 것 같다.
처음에는 동북아 경제중심이니, 물류중심이니 하는 목표가
있는 듯 했으나 지금은 그런 말도 거의 없어지고 개혁이라
는 말만 난무하는 것 같다.
법관인사개혁, 정치개혁, 사회개혁, 문화계 개혁, 언론개혁,
방송개혁, 노사문화 개혁, 금융개혁, 경제개혁, 선거개혁,
심지어 개혁적인 방송편성 등 개혁이라는 말이 온 세상을
도배하고 있지만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다.
삼성그룹 이회장은 삼성을 세계 1등이 되도록 하자는 뚜렷
한 개혁(신경영)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위기의식,
발상의 전환, 양 중심경영의 질 중심경영으로 전환, 이러한
새로운 경영에 맞는 새로운 인재등용과 제도도입 등 과감한
개혁조치를 취했는데 이번 참여정부는 개혁의 목표는 없이
개혁이라는 말만 난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3. 개혁 목표 수립과 개혁의 사례
예를 들어 “5년내 한중일 동북아 3개국 중에서 국가경쟁력
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자'
또는 '5년 내 동북아 최고의 국가경쟁력을 갖추어 10년 후인
2013년 1인당 국민소득을 2만불(또는 25,000불)로 올리자”
는 개혁의 목표가 수립되었다고 하자.
동북아 3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나라, 10년 후 국민소득
2만불인 나라가 된다는 개혁의 목표가 정해지면 국가경영의
모든 내용은 그런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개혁의 분야와 과제와 방법이 나와야 하는
것이며, 대통령은 그런 것을 챙기는데 혼심의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경제, 제도, 법률, 문화, 기업환경, 금융, 과학,
첨단산업, 기술개발, 생활환경, 방송, 언론, 외국어 구사능
력, 교육, 교통환경, 공해대책, 노사환경, 대학, 교수, 의
료, 복지, 공무원, 국민의식 등 모든 면이 동북아 3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
인가 하는 과제와 방법이 제시되어야 하며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이런 것을 챙기고 아이디어를 내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의 개혁사례로 들어 보자.
우리 2세들을 동북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디지털시대의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서 아날로그시대부터 내려온 지금의
수 많은 초중고 교육과목들을 대폭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선진국처럼 학원과외와 문제집이 전혀 필요 없는 창의력
개발 중심 교육체계로 과감하게 개편함과 동시에,
초등학교부터 중국어 영어 및 일본어를 가르친다든지,
미국이나 영국 및 중국에서 원어민 교사를 각 만명씩 채용
하여 전국 초중고에 배치한다든지,
하여 3-4년내 지금의 대학생부터 동북아 3개국에서 최고
비즈니스맨, 엔지니어, 과학자, 연예인 등으로 양성하여
그들이 모든 분야에서 한중일 3개국을 리드하도록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현재의 국민의식으로나 민간기업인 삼성그룹
이건희회장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참여정부의 뚜렷한 개혁목표가
정해지고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개혁프로그램이 있었
으면 한다.(끝)
노무현대통령과 이건희회장의 개혁 비교
- 천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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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0-20, 16: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