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의 욕설부대

기사를 송고하는데 어떤 여자분이 다가와 다짜고짜 반말로"너네 사주에 빌붙어 먹고살기 얼마나 힘드냐"며 차를 발로 찼다.
봉하 마을에서 조선일보 기자로 버티기   

노무현 전대통령이 오늘 아침 소환되었습니다. 소환을 앞두고 노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이틀전 도착한 저는 사실 한달 가까이 이곳을 지키며 고생한 다른 기자들에 비해 '크게 고생했다'고 볼수 없습니다. 출장을 제가 '고생'이라고 표현한데는 사실 이유가 있습니다.

 

이곳 봉하마을 분들은 노전대통령의 소환을 앞두고 검찰의 편파수사와 언론의 보도에 대해 크게 불만을 품고 있으며, 주차장을 취재차로 점령한 것 등에 대해 만나는 기자들에 대해 욕설과 비난을 퍼붓습니다. 어제는 오후 마감을 하던 4시 즈음 취재차에서 봉변을 당했습니다. 조선일보 마크가 붙은 취재차량 안에서 노트북을 펴고 전송을 하고 있는데, 한 여자분이 다가와 다짜고짜 반말로 '평생 명박이 똥구멍이 빨아라' 거나 '너네 사주에 빌붙어서 먹고살기 얼마나 힘드냐.불쌍하다'고 한다든지,'어떻게 쟁취한 민주주의인데 너희가 짓밟느냐'고 차를 발로 뻥뻥찼습니다.

 

대체 누가 민주주의를 짓밟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만 그녀의 입에선 술냄새가 풀풀 풍겼습니다. (이곳에 온 기자들은 그녀가 누군지 모두 안다고 했습니다)

 

성격이 급한 저는 출장을 가기 전 데스크로 부터 딱 한마디 당부를 듣고 온지라, 그말만 되새기며 성질을 죽이고 계속 참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서 노사모랑 싸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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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하마을 길가에 걸린 플래카드

 

마감 중이라 차에서 일어나 다른 곳을 갈수도 없었습니다. 사실 기자들이 출장을 가서 마감을 할때엔 밝은 모니터가 보이는 실내를 찾아 빠르게 전송을 해야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곳에 도착해서 먼저온 다른 기자들한테 들은 얘기는 주민들이 마을회관이나 어느 곳에도 들어가서 앉게 하질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다못해 봉하마을 주차장 앞에 있는 휴게소에 음식을 시키고도 앉아 노트북을 펴면 바로 쫓겨났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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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여기 좃선일보가 있어, 얼른 일루오소!'라고 사람들을 모으자 동네주민 몇명이 오더니, 욕을 해대며 차를 둘러쌌습니다. 결국 술에 취한 그녀를 한 남자가 다시 휴게소로 데려가며 상황이 끝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데려간 남자가 다시 차를 와선 '나도 대학 나왔어, 너희만 잘났냐, 빨갱이가 무슨 빨갱이냐, 입만 열면 빨갱이...'라고 또 차 주변에서 소란을 피웠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도 함께 술을 마셨던 남자였습니다.

 

한시간쯤 후엔 노전대통령 사저 정문 입구를 지켜보던 카메라기자들 앞으로 나와 손으로 막으며 욕설을 해댔습니다. '이 땅 너희가 돈 주고 샀어? 내일이면 출두하신다잖냐, 그만해라.XXXX들아 !!' 한참을 실랑이 하던 술에 만취된 그도 결국 가족처럼 보이는 한 여자가 데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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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봉하마을에서 잠시 열린 촛불 집회

 

뿐만이 아닙니다. 오늘 아침엔 노사모와 주민들이 출두를 앞둔 노전대통령 사저 앞까지 찾아와 시위를 벌였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태운 버스가 마을을 떠나자, 갑자기 이들은 KBS 현장중계 천막 앞으로 몰려와 입에도 담을수 없는 욕을 해대며 기자들에게 '개'라고 했습니다. 이들이 분노한 이유를 물어보니 시위에 모인 숫자가 '150명'이라고 나갔는데, 터무니 없이 축소 보도된 것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비슷한 숫자로 보도했다는 MBC까지 욕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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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방송에서 노사모가 집회 참가한 숫자가 적게 축소되어 나갔다며 KBS 보도진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하는 동안 한 노사모 회원이 이명박대통령을 비난하는 종이를 들고 있다

 

이곳에선 기자나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저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중계를 위해 길거리에서 짜장면을 시켜먹는 방송 중계진을 보거나 새벽 같이 일어나 현장을 지키는 기자들을 보면 '먹고 살려고 저런다'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합니다.

 

하물며 어제 저녁엔 제가 길을 잘못 들어 산을 오르려고 하자, 한 남자가 다가와 '어디기자냐?'고 묻더니 '조선일보 기자'라고 밝히자 '어쩌면 하는 짓이 그렇게 '조선일보스럽'냐!'고 하더군요.

 

현직때 노무현 전대통령이 기자실을 폐쇄하며 기자들을 '기자실에 모여 어디서 밥이나 얻어먹으려는 집단'으로 표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외부인들에 대해 이곳 많은 주민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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