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兄)! 나이는 한 살 아래지만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형이라 부릅니다. 기억하시질 못하겠지만 오래전에 사적(私的)으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정치를 하려면 적어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하라고 저에게 충고했었지요. 그 후 문형의 기사와 칼럼을 주의 깊게 읽어오다 시사(時事)에 관심을 덜 두고부터 한 신문만 구독하다보니 문형의 이번 ‘법치와 명예’라는 칼럼(2009. 4. 28.)을 놓쳤습니다. 지인(知人)들 사이에 너무 말이 많아 인터넷을 통해 문형 칼럼을 찾아 읽어보니 과연 비난의 대상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글을 참 잘쓴다고 생각했는데 크게 실망했습니다. 범위를 넓히지 않고 문형의 글을 따라 비판해 보겠습니다.
노무현의 진술을 진실로 믿고 싶다고 했지요. “설마 그랬을까, 너무나 구질구질해서, 스스로 부끄러워했을 것이니까,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았을 것이니까” 노 대통령의 혐의 부인 진술을 진실로 믿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싶고 많은 국민들도 믿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형, 우리 바람과 믿고 싶은 감정과는 달리 실제적 진실이 노무현의 진술과 다르면 어떻게 하죠?
연쇄살인과 같은 극악한 범죄를 보면 인간으로서 도저히 저지를 수 없다고 생각되어 믿고 싶지 않고 그 범죄를 부인하는 흉악범의 진술을 믿고 싶어 합니다. 증거를 들이대어 자백을 받아내면 그때서야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보통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노무현 뇌물수수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까지 한 사람을 흉악범과 비교한다고 야단치지는 마십시오. 100만 달러를 ‘집에서’ 받았고 자신은 몰랐으며 빚 갚는데 썼다는 노무현의 말을 지금도 믿고 있습니까? 믿고 싶은 것과 실제로 믿는 것은 다릅니다. 권양숙이 자기가 받았다면서 사용처(使用處)를 밝히지 않고 묵비권(黙秘權)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서도 노무현의 말을 믿습니까? 노무현의 전화를 받고 하수인을 시켜 돈 가방을 청와대에 갖다 주었다는 박연차의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까? 더 이상 사례를 들지 않겠습니다.
문형! 노무현 대통령의 뇌물수수를 “후진국형이다,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쉽지 않다, 00 산업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네 번째로 특허를 많이 받았고 지식 산업 국가로 이미 들어선 한국에서 국회의 추태에다 대통령까지 추태에 가세할 경우 민망스럽다”고 했지요. 확실히 저도 민망합니다. 창피스럽고 부끄럽습니다. 많은 국민들도 여기까지는 공감할 것입니다. 그래서 덮고 넘어가자고요? 그건 안 됩니다.
아들에게 폭행당하는 아버지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로서는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죄책감과 수치심 때문에 그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지낸다고 했습니다. 낳은 죄(대통령으로 뽑은 죄), 제대로 교육 못 시킨 죄(대통령 비리를 감시 못한 죄), 집안 망신(외국인들이 한국을 싸잡아 멸시하는 것), 말로 설득할 수 없는데서 나오는 무력감(잔꾀를 부려 빠져 나가려는 노무현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는 것이 부모(국민)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자식의 아비 폭행(대통령의 뇌물수수)이 발각되어 널리 알려져 버렸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지요? 패륜아(노무현)를 없었던 일처럼 덮어두고 넘어가는 것이 옳겠습니까? 덮어두면 집안 망신은 면합니까? 폭행한 아들을 경찰에 보내서 벌을 받게 하고 개심(재발방지)하게 해야 합니다. 덮어두면 아버지가 더 욕을 먹게 되고 집안은 더 망신을 사게 됩니다. 노무현의 뇌물수수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건입니다. 민망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합당한 처벌을 안 하면 그것이 국가망신이 됩니다.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고 그래야 최고 권력자였던 전직 대통령마저도 단호히 처단하는 건강한 나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노무현을 법정에 세워 법대로 처벌하는 것이 국가 위신을 다소나마 회복하는 길입니다.
문형! “법치를 세우려다가 나라의 명예가, 나라의 품격이 땅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할까”라고 했지요. 법치를 세우는데 왜 나라의 명예가 떨어집니까? 쉽게 말합시다. 노무현을 기소(구속기소도 아니고 불구속기소)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하면 나라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고 사면(赦免)하여 유야무야(有耶無耶)하면 나라의 체면이 선다는 말이지요. 정반대입니다. 노무현 뇌물수수는 이미 소문난 사건입니다. 이를 단호히 처리하지 않으면 나라의 품격이 떨어집니다. 현대차를 몰고 다니는 외국 고객들이 ‘한국 차는 결함이 있는데도 슬쩍 넘겼을 것이니 불안하다’고 할 것입니다. 정당한 사법처리를 하면 국가 부패지수는 떨어지고 청렴도는 올라가 국가 신인도(信認度)가 올라가서 우리 제품이 잘 팔릴 것입니다.
포드 미국 대통령이 닉슨 대통령을 사면(赦免)한 미국 역사를 노무현 뇌물수수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無理)입니다. 닉슨의 죄는 무엇이고 어떤 대가를 치렀습니까? 워터게이트 도청을 직접 지시한 것도 아니고 묵인하고 은폐한 죄였습니다. ‘Let me say(해명할 기회를 달라).’ 하면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언론의 집요한 추적으로 결국 진실이 들통이 난 사건이지요. 게다가 닉슨은 대통령직을 사임했습니다. 이럴 때 ‘Enough is enough(그만하면 됐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부하의 범죄사실을 은폐한 죄로 막강한 미국 대통령직을 사임한 닉슨과 600만 달러를 받고도 요리조리 빠져나가려고 잔꾀를 부리는 노무현을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노무현은 아직 죄의 대가를 치르지도 않았고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노 대통령이 “구질구질한 일들이 드러남으로 해서 이미 처벌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지하에 있는 닉슨 대통령이 ‘나도 은폐 사실이 발각된 것으로 충분히 처벌 받았는데 괜히 대통령직을 사임했다’고 한탄할 것입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거론되었으니 언론인인 문형에게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교훈을 얻을 것은 따로 있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은폐공작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추적하여 진실을 밝혀낸 미국 언론의 불굴의 노력과 악착스러움 말입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 두 기자는 취재가 벽에 부딪칠 때마다 ‘deep throat(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제보를 받아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고 결국 닉슨의 사임으로까지 몰고 감으로서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가장 모범적으로 나타낸, 세계 언론사(言論史)에 빛나는 사례가 아닐까요. 닉슨의 명예는 추락하였지만 미국 언론의 명예, 나아가 미국 국민의 명예는 올라갔습니다. 문형의 주장대로라면,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이렇게 말해야 되겠네요. ‘나라 체면과 명예가 걸려 있으니 닉슨 말을 믿고 뒤를 캐지 말았어야지, 괜히 너 때문에 미국이 망신만 당했다’고 말입니다. 지금 검찰이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데 문형은 “검찰이 여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노 대통령과 다툴 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진실을 밝히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문형 입장이라면 검찰 가지고는 부족하니 언론도 나서서 진실을 캐라고 촉구하는 글을 쓰겠습니다.
노무현의 명예가 손상된 것이 충분한 처벌이라고요? 살인자가 살인범죄가 발각되어 인격과 명예가 손상되면 그것으로 죄 값을 받았다면서 풀어주어야 되겠네요. 떨어져야 할 명예는 떨어져야 합니다. 청와대에서 100만 달러 돈 가방을 받은 사람의 명예를 지켜주어야 도리(道理)라는 겁니까? 노무현이 스스로 “대통령으로서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났다.”고 말한 것까지는 진심인 것 같습니다. 자기가 말하지 않아도 실제로도 바닥이 났는데 이제 깨달은 것이지요. 그러나 “나를 버려 달라”고 한 말은 진심이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을 절대로 버릴 수 없다’는 현수막(懸垂幕)을 유도하는 술수(術數)입니다. 돈을 준 사람의 진실한 진술이 나오고 피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오니까 꼬리를 내려 동정을 유발하는 술수입니다. 버리고 안 버리고는 국민이 판단할 일입니다. 스스로 버려 달라고 할 때는 복심(腹心)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진실을 말할 터이니 구속해 달라, 중형을 내려 달라고 한다면 개전(改悛)의 정(情)이라도 인정하겠습니다.
노무현이 자기가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검찰이 여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노 대통령과 다툴 일이 아니”라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립니까? “결정적인 물증이 없다면 그의 진술을 인정해주는 것이 옳다”니 어느 나라 판사가 한 말입니까? 처벌도 용서도 실제적 진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되었다’는 주장이 어떻게 나올 수 있으며, 은밀히 한 돈거래를 결정적인 물증(物證)이 없다고 범죄자의 진술을 믿고 넘어가자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진실을 밝히는 것이 나라의 체면(體面)을 세우는 길입니다.
문형! 문형 스스로 “검찰이 노무현을 소환키로 했고 우리 법체계상 재판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해놓고 조용히 조사하라느니 재판까지 가는 것이 불행한 일이라느니 쓸데없는 간섭을 왜 합니까? 비밀리에 조사하라는 뜻인가요. 노무현 집에 가서 조사하면 떠들썩하지 않을까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이 이상 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전직 대통령이 재판 받지 않게 우리 법체계를 바꾸어야 하겠네요. 법치의 엄정함은 전두환, 노태우 경우를 통해서 충분히 보여 주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고요. 법치의 엄정함은 영원히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국민의 명예가 다소라도 회복됩니다. 법치와 국가명예는 대체재(代替財)가 아닙니다. 보완재(補完財)입니다. 법치를 강화하면 국가명예가 더 올라갑니다. 서양 문명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법치란 것은 널리 알려진 얘깁니다. 문형의 주장대로 하면 부끄러운 나라가 됩니다.
문형! 그 날카롭던 안목(眼目)과 단단한 내공(內功)이 어디로 갔습니까? 오래 동안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존경과 선망을 받다보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식으로 고고(孤高)해진 것입니까? 문형이 검찰에게 쓸데없는 간섭을 했듯이 제가 문형에게 한 마디 하겠습니다. 당분간 절필(絶筆)하시고 책도 읽고 사색(思索)하세요. 문형의 답변을 듣기 위해 문형을 자극하고자 합니다. 시중(市中)에서는 조선, 중앙 두 신문의 대표적 논객이 노무현에게 약점 잡혀서, 코가 꿰여서, 노무현을 비호(庇護)하는 글을 쓰고 있다고 숙덕거리고 있습니다. 댓글이라도 달아주십시오.
2009. 4.
변재환
경제학박사, 프리랜서
법치를 세우는데 왜 나라가 망합니까
- 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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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01, 1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