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달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한지 1주일을 넘긴 오늘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쥐가 구멍에서 머리를 내밀고 이쪽으로 가도 고양이가 있을 것 같고 저쪽으로 가도 고양이가 있을 것 같아 이쪽 눈치 저쪽 눈치 보면서 머뭇거리며 진퇴나 거취를 정하지 못하는 비겁한 모습(首鼠兩端)을 연상시킨다.
검찰이 노무현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는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심사숙고(深思熟考)의 단계이고 그 다음이 좌고우면(左顧右眄)의 단계이고 마지막이 수서양단(首鼠兩端)의 단계이다. 전직 대통령을 신병 처리하는 문제이니 심사숙고하고 좌고우면하는 단계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수서양단은 안 된다. 문제가 막중할수록 원칙과 법리에 입각하여 결단해야 한다.
심사숙고의 단계는 법리를 따지는 단계이다. 범죄의 경중과 혐의자의 신분을 떠나 인신 구속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죄질의 악성 정도, 뇌물의 액수,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 피의자의 태도 등 면밀히 검토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노무현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이 기본 단계는 벌써 끝났다. 굳이 물리적인 시간대를 말하면 사건 당당 검사들이 상의하여 ‘구속 의견’을 합의하여 검찰총장에게 품신한 순간, 이 단계는 끝이 난 것이다.
부하 검사의 의견 접수하고 검찰총장이 고민하는 단계가 좌고우면의 단계이다. 피의자가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 법리로만 따져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 단계도 이해가 간다. 고려할 것이 엄청 많을 것이고 복잡할 것이다. 국민 여론도 살펴야 할 것이고, ‘살아 있는 권력’의 의중도 살펴야 할 것이고, 자기를 검찰총장에 임명해준 ‘죽은 권력’에 대한 의리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예상되는 노무현 세력의 반격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반대로 구속영장을 청구 안 했을 때 보수진영의 반발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국론 분열, 국가의 위신과 명예, 대외신인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열거할 것 없이 검찰총장의 복잡하고 무거운 심경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 좌고우면의 단계는 그렇게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틀내지 사흘이면 족하다. 이미 저울질은 끝났고 판단이 섰을 것으로 생각된다.
심사숙고의 단계와 좌고우면의 단계를 합쳐도 사나흘이면 충분한데 1주일 이상 끌고 있는 것은 수서양단 때문이라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눈치놀음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의 눈치, 야당의 눈치, 우파의 눈치, 좌파의 눈치, 현 정부의 눈치, 지난 정권 세력의 눈치, 어느 쪽이 센가, 나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하지 말아야 할 눈치놀음을 하고 있다. 바둑에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다. 불필요한 고민은 결과를 더 나쁘게 한다.
이런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우파의 반발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좌파의 반격도 계산에 넣어서는 안 된다. 현 정권 실세에 미치는 악영향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법 집행 대상은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는 시장잡배에 이르기까지 공평해야 한다. 지위가 높을수록 법 집행을 가혹하다싶을 만큼 엄정해야 형평성에 맞다. 여론도 정치도 무시하고 오직 법률가로서 판단하면 된다. 그런 우직함이 검찰이 사는 길이고 검찰총장이 사는 길이다. 이러나저러나 험한 물결은 피할 수 없다. 먼 훗날 ‘나는 법률가로서 법리로 판단했다.’고 하면서 뿌듯하게 자부할 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을 구속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증거 인멸의 우려이다. 현재와 같은 불구속 상태에서는 증거 인멸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시간을 끌면 구속의 근거가 줄어든다. 증거 인멸 후의 구속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바둑을 다 두지도 못하고 ‘시간 패(敗)’의 위기에 몰려 있다. 시간을 끌면 더 많은 압력과 압박을 받게 된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구속되는 것도 아니고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다. 그래서 구속영장 청구는 신속해야 한다. 노무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더 끌면 검찰총장은 직무유기죄를 범하게 된다.
2009. 5.
변재환
경제학박사, 프리랜서
검찰은 수서양단(首鼠兩端)을 멈춰라
- 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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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09, 09: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