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코드가 맞나?

25일 동국대에서 열린 '실천적 지방분권화를 위한 신행정수도의 추구'라는 학술세미나를 참관했다. 독일국립슈파이어행정대학원과 동국대학교가 주최하고, 독일학술교류처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후원하는 행사였다.

기조연설에서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소위 참여정부의 3대 목표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사회,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급속한 발전과 동북아 산업질서의 급변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1960,70년대와 같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운영체제, 사회운영 패턴이 확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좋은 술을 담그려면 술 만드는 공정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현재의 국가시스템은 값싼 포도주를 담그는 시스템,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맞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등소평식의 '先富論', 즉 개인이건, 집단이건, 지역이건 간에 경쟁과 선택과 집중을 통해 富를 일궈나가야 하는데, 뒤에 보는 것처럼 '균형'부터 강조하고, 비판언론과 기득권 세력과 각을 세우는 시스템이 과연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시스템인지...

김위원장은 '분권과 자율의 시대는 역사적 과제'라고 주장하면서 '60,70년대와는 달리 사회 각 단위들의 생산잠재력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정부는 이러한 생산잠재력을 억제하는 규제와 集權을 풀고, 권력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국정원, 검찰, 국세청 등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권력적 수단을 놓자마자 언론 등으로부터 대통령에 대한 무절제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권력적 수단을 놓았는가? 언론계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기자가 보고 듣는 바로는 아직 멀었다.
게다가 '대통령에 대한 무절제한 비판' 운운하는 말도 공감하기 어려웠다. 대개의 경우 그 원인 제공은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했다는 것은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그는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하는 이유로 서울의 경쟁력 미비를 들었다. 국가와 국가가 아니라 지역과 지역, 즉 우리 수도권이 상해, 싱가포르 등 외국의 다른 지역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서울의 경쟁력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그는 '서울의 주거 비용은 동경와 맞먹고 세계 주요 도시들보다 높다. 환경, 교통은 외국 주요 도시들보다 뒤진다'면서 '외국인 투자시 서울로 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의 균형발전 이외에는 답이 없다'면서 '국가 전체를 세계경제 공간 속에서 허브(Hub)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전국토의 허브화'라는 것이 좋기는 좋은데, 과연 그럴 만한 투자재원과 능력을 우리는 갖고 있을까?',' '동북아 허브' 구상 자체가 '선택과 집중'을 전제로 한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소위 참여정부가 분권과 분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集權과 집중에 이해관계가 있는 세력들은 분권과 분산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 정부 의사를 왜곡 전달하고 있고, 오해가 만들어지고 잇다'고 주장했다. 그는 ' 단 몇 도를 바꾸어 놓더라도 분권과 개혁을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들어 놓겠다'는 다짐으로 얘기를 마무리했다.

김위원장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이었다. 다만 원론적으로 옳은 얘기를 하다가 비판언론을 걸고 넘어가고, 기득권 세력(?)에 대해 戰意를 불태우는 얘기가 들어간 것은 유감스러웠다. 그보다는 당위론적으로 올바른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 일을 어떻게 해 나가겠다는 얘기를 조금이라도 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위론적으로 올바른 총론은 있지만, 구체적인 각론은 보이지 않고, 언론과 기득권 세력을 걸고 넘어가는 김위원장의 기조연설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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