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로 굶주림에 생존을 위협당해 죽어간 300만 북한 동포의 慘狀(참상)을 폭로했던 脫北(탈북) 시인 장진성 씨가 서사 시집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를 출간했다. 첫 번째 시집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가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담았다면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북한 특권층의 생활을 보여준다.
작가 장진성 씨는 북한에서 金正日(김정일)을 직접적으로 讚美(찬미)하는 몇 안 되는 서사 시인이었기에 김정일 측근으로 근무했던 사람들과 私的(사적)인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특히 김정일을 옆에서 직접 보좌하던 당조직부 5과(김정일 사생활 관련중앙당 조직부 부서) 의례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민의 지도자’ 김정일과 ‘개인’ 김정일이 전혀 다름을 실감했다고 한다. 최고 지도자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품게 된 그는 평양 시장과 외곽지에서 목격한 참상을 시로 담아내었고 그 詩(시)와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
북한 정권은 김정일 神格化(신격화)를 대내외 정책의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일의 사생활을 고발하는 장진성 시인의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는 북한 정권을 가장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시 속에서 김정일은 사랑하는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20만 달러의 프랑스산 코냑을 준비하고, 100만 달러의 다이아몬드를 선물한다. 15만 군중을 동원해 ‘아리랑 축전’을 펼쳐 그녀의 생일을 축하한다. 김정일은 162cm의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머리를 파마하고 12cm키높이 구두를 신고 다닌다. 김정일이 인민복 점퍼를 즐겨 입는 이유는 늘 착용하는 방탄조끼를 가릴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다.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 안에는 가까이서 지켜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김정일의 비밀스런 사생활이 드러나 있다. 그리해 저자는 감히 머리글에서 “나는 이 책을 죽을 각오로 세상에 내놓는다”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도 북한의 비극을 담아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정일의 관심과 好意(호의), 사랑을 물질적인 것으로 경험한 여자의 눈을 통해 “가장 가난한 나라에 가장 부유한 왕이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옆을 지날 땐/밖에까지 매점이 넘쳐난/진열된 나라의 가난에/혜영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그 베개가 무엇이여서/아이는 훔쳐야만 했고/엄만 지금 저토록/돌려 달라 애원해야 하는가//…-엄마는 거짓말쟁이야/이때까지 쌀 베개라 하구선/아니잖아/모래였잖아//…사랑하는 자식에게/쌀 베개라 속여야만 했던/그 최후의 모성/그동안 믿어왔던 사실 앞에서/어린 삶이 무너져야만 했던/그 마지막 배고픔//좀처럼 지울 수 없는/그 얼굴들에서/혜영이는 보았다/가장 가난한 나라에/가장 부유한 왕이 있음을(제3장 생일선물 2절中)>
이 책은 2003년 김정일의 기쁨조 배우였던 윤혜영이 자신의 애인과 함께 투신자살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북한에선 자살을 국가반역죄로 규정하고 그 일가족은 3대를 멸족시킨다. 김정일 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한 윤혜영은 애인과 함께 투신자살을 기도한다. 윤혜영의 애인은 卽死(즉사)했고 윤혜영은 숨이 붙어있는 상태였는데, 분을 삭이지 못한 김정일은 반드시 윤혜영을 되살려 공개처형하라고 지시한다. 석 달간의 치료를 받았지만 그녀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형당했다. 저자는 작품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었던 절대적인 권력자 김정일이 인간의 마음까지 독점할 수 없었음을 보여주며 북한 사회의 최종적 결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장진성 시인은 盧武鉉(노무현) 前 대통령의 자살에 즈음하여 쓴 “노예형 자살과 권력형 자살”이라는 칼럼에서 “탈북자인 내가 남한에 와서 가장 이해 안 되는 점은 자살하는 사람들이다. 북한 주민들처럼 삶에 대한 갈망이 큰 국민은 없을 것이다. 가진 것이란 목숨밖에 없기도 하지만 보다는 300만이 굶어죽은 나라이기 때문에 죽음이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죽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북한에서) 윤혜영의 자살은 북한 주민들에게 권력보다 강한 사랑을 깨우쳐준 의미 있는 최후였고 독재에 대한 고발이고 항거였다”고 말한다.
自殺(자살)이라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美化(미화)될 수 없다. 그러나 삶과 죽음, 심지어 사랑의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독재국가 북한에서 윤혜영 선택한 자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거운 북한 주민들은 ‘자살공화국’이라는 汚名(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또한.
■ 목차
머리글/ 죽을 각오로 세상에 내놓는 책_장진성
해설/ 북한 정권의 실상에 대한 고발과 비판_이동순
작품목차
서사시를 시작하며
제1장 첫 무대
제2장 단 한 사람
제3장 생일선물
제4장 지워지지 않는 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