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21세기의 갈릴레오가 된 기분을 아시나요?

사실을 사실대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가 욕을 먹으니 지동설을 주장하였다가 연금당한 갈릴레오가 생각났다.
며칠 전 한 방송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자살이라고 써야 한다고 주장하셔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계시는데, 이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하려 합니다.'

내가 反問하였다.
'여론의 뭇매라고요? 나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없는데요. 언론이 보도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서거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정확하므로 자살이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당연한 이야기를 한 건데 왜 여론이 뭇매를 때립니까? 철부지들이 욕설을 하는 경우는 있는데, 이건 여론이 아니예요. 저한테 걸려오는 전화는 찬성이 훨씬 많아요. 여론의 뭇매,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겁니다.'

'언론이 자살을 자살이라고 보도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고 써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데, 왜 내가 해명을 합니까? 기자가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합니까?'

신문에 '투신 서거' 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기자들은 자살이란 말을 쓰기 싫어하였다. 두려워하였다고 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이탈리아의 위대한 물리학자 갈릴레오는 17세기에 地動說을 주장하였다가 교황청에 불려가 종교재판을 받고 말년을 연금된 상태에서 지냈다. 失明하고 죽었다. 종교가 과학을 탄압하던 시절이었다.

'언론은 자살을 자살이라고 써야 한다'는 주장은 '지구는 태양 주변을 돈다'는 주장과 같은 진리이다. 나는 21세기 한국에서 갈릴레오처럼 비판 받는 존재가 되었다. 21세기의 기자는, 갈릴레오를 재판한 교황청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야 할터인데, 갈릴레오한테 전화를 걸어 '왜 地動說을 주장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습니까?'라고 따지는 격이다.

한국의 언론은 국민장 기간 狂的인 선동과 美化로써, 자살한 형사피의자를 순교자, 聖者, 영웅 수준으로 格上시켰다. 그들의 狂氣에 합세하지 않고 제정신을 차린 사람들을 일부 기자, 교수들이 욕을 해대고 있으니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부분적으로 중세 암흑기로 후퇴한 셈이다.

나는 졸지에 21세기의 갈릴레오가 되었다. 한국의 언론은 아직 地動說을 핍박하는 수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표기할 자유를 말살하려는 세력은 김정일을 위원장이라고 부르지 않을 자유도 말살할 수 있는 이들이다. 광주사태를 광주항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대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독재는 국민의 양심이나 私생활엔 간여하지 않지만 공산주의나 파쇼 같은 전체주의는 양심과 사생활도 통제한다. 노무현씨의 죽음을 서거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욕하는 이들은 가슴속에 히틀러나 김일성이 들어 있지 않은지 주의해야 할 것이다.
-------------------------------------------------------
'노무현 서거'가 맞는 표현인가?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서거'라는 용어는 非언론적이고 非과학적이며 非민주적이다.
趙甲濟

언론이 '노무현 자살'을 '노무현 서거'로 표현하고 있다. '서거'는 '逝去'의 한글표기이다. 逝去는 국어사전에 따르면 '死去'의 높임말이다. '돌아가셨다'는 뜻이다. 언론에서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元老나 前職 대통령이 죽었을 때 逝去(서거)라는 표현을 해왔다. 朴正熙 당시 대통령이 10.26 사건 때 김재규에 의하여 피살되었을 때도 언론은 '逝去'라고 표현하였다. 이런 표현법이 과연 옳은 것이지 검토해볼 만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서거'라고 표현하는 데 대하여 불만을 가진 이가 많다. 그의 죽음을 매도하여서가 아니다. '서거'라는 언론의 용어 선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애도'를 강제하는 '유도성'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세력이 만든 '열린우리당'이란 黨名은 이 당의 黨員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도 '우리당'이라고 읽게 하는 일종의 사기적 作名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을 선택한 과정과 고민에 대하여는 同情하고 안타깝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있어서 천재적인 노하우를 가진 친북좌익 세력들과 결정적인 순간에서 가끔 이성 잃는 증상이 있는 한국의 언론들이 합세하여 노무현씨의 죽음을, 증오와 갈등의 굿판으로 몰고가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언론이 일제히 '서거'라고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 그 전주곡이 될지도 모른다.

6년 전 鄭夢憲 전 현대그룹 회장이 對北송금 사건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였을 때 언론은 '정몽헌 회장 자살'이라고 보도하였지 '정몽헌 회장 서거'라고 쓰지는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험담을 듣고 자살한 전 대우건설 사장에 대하여 '南相國 서거'라고 보도하였던 적이 있는 언론이라면 '노무현 서거'라고 보도할 자격이 있다.

언론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평등한 용어를 써야 할 의무가 있다. '서거'를 전직 대통령 專用으로 하는 것은 계급적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정신과 맞지 않다. 1987년 이후 현직 대통령에게까지 '각하'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한 나라이다.

'노무현 자살'이 흠 잡을 데 없는 用法이다. 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고 민주국가에선 달라야 한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서거'라는 용어는 非언론적이고 非과학적이며 非민주적이다.

'노무현 자살'이라고 써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하여 사람들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로 서거'라고 쓰는 방법이 있는데 '자살'과 '서거' 사이가 잘 맞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은 死去라는 표현을 했다. 別世라는 표현도 逝去보단 무리가 없다. 요컨대 死者의 신분에 따른 차등적 표현은 평등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는 이야기이다.
[ 2009-05-23, 17:31 ] 조회수 : 32290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