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대통령, 노무현을 위한 변설(辨說)

“대통령 노무현은 자신의 잘못을 자살로써 사죄했다” 이렇게 역사에 기록되면 그래도 떳떳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 노무현은 영결종천했다.

나는 직업상 공·사석에서 대여섯번 고인을 만난적이 있다. 2008년에는 봉하마을 사저마당에서 만난 적도 있다.

충격과 함께 연민의 정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애도하며 명복을 빌고 있다. 고인은 살아서도 말이 많더니만 죽어서도 역시 시끄럽다. 죽은자는 말이 없는데 살아있는 자들만이 떠들어 대고 있다. 고인의 죽음을 놓고 악용하는 자들도 많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퍼덕거리는 자들도 있고 울고 싶던차에 볼기를 떼려주니 슬픈 듯 울어대는 호곡꾼들도 있다. 분향소의 조의금까지 들고 달아나는 날치기들도 있다. 살아 있을 때는 돌아서서 욕하고 비난하며 거리를 두고 있더니만 죽고나니 붙어 앉아 상주 노릇한답시고 아냥뗘는 승냥이들도 있다. 고인의 죽음이 궁지에 몰렸던 그들에게 반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인양 설쳐대는 오랑캐 비슷한 꾼들도 있다. 참으로 가관이다.

대통령 노무현이 어느 특정 정당의 대통령이었더냐? 노사모만의 대통령이더냐?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었더냐?

현직이든 전직이든 국가와 국민, 조국의 산하를 지켜주는 해와 달이 아니더냐? 그렇다면 조문객을 선별접대하고 계란 세례를 퍼 부은 것은 예의가 아니다. 심지어 현직 대통령의 조화까지도 짓밟고 장례식장에서 고함지르며 달려 든 것은 고인에 대한 일편단심이 아니다. 패악이요, 행패다.

흥분은 추모가 아니다. 소란은 애도가 아니다. 소리지르며 발광하듯 그렇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자에 대한 장송은 정중하고 엄숙해야 한다. 숙연해야 한다. 명복은 조용히 비는 것이다. 광기 어린 TV와 신문들은 광분했다. 얼마나 창피하고 고통스러웠으면 그렇게도 참혹한 최후를 마감했을까? 전직 대통령이라는 명예와 자존심도 버려가면서….

너희들이 지금 그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고인도 분명 14줄 유서에 “원망하지마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하지 않았더냐?

자살이면 어떻고 기세(棄世)면 어떠냐? 별세면 어떻고 운명(殞命)이면 어떠냐? 영면이면 무얼하며 서거면 무얼하냐?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서 돌아오느냐? 이제와서 죽은 뒤에 “노무현 정신 계승 운운” 하는 것은 입에 발린 헛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살아 있을 때 그렇게 했어야지?
이사람들아!

모두가 부질없는 짓 아니겠는가? 경허선사의 가르침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다투는 것은 꿈속의 일이로다. 북망산아래 잠들어 있는자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이더냐”

자살대통령 노무현을 위한 변설이다.

봉하마을 집터를 닦을 때 공사현장에서 석불 1좌가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 집터는 부처님의 자리이지 인간의 자리가 아니지 않느냐?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 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유유자적이다. 그러나 권력의 상징이었던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낙향거사가 됐을때는 한번 생각해봐라. 권세 앞에 굽신거리고 아부하며 아냥떨던 그 많던 아첨배들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말았지 않았는가? 간간이 이른바 측근들이 찾아 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가까이서 생활하지도 않았다. 권력 무상이요. 정치 허무가 아니었던가? 그들이 다녀 간 뒤의 봉하마을, 캄캄한 밤이면 뒷산에서 부엉이가 무섭게 울어대고 방안에는 고인 내외가 단둘이 마주 앉아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을 그 적막함. 그 고독함. “책도 읽을 수 없고 글도 쓸 수 없었던” 무력감. 사람들과 만나 담소하고 토론하기 좋아했던 고인이 얼마나 사람을 그리워 했을까를 한번 상상해봐라.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베겨 낼 장사가 있었겠는가? 윤태영 전대변인이 봉하마을 1년3개월은 유배 생활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적막강산, 쓸쓸하고 허전했을 낙향생활, 짐작이 가고도 남지 않는가?

거기다가 터져 나온 100만 달러, 500만 달러, 억대의 손목시계, 깨끗하다고 자부했던 고인. 도덕적이었다고 자랑했던 고인. 그 자부심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버린 날벼락, 허망함, 절망감. 이 무슨 창피이며 부끄러움이었던가. 무슨말로 변명하고 무슨 몸짓으로 모면할 수 있었을까? 이제 모든 것은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고인이 알았든 몰랐든 솔직하게 고백했어야 했다. 국민 앞에 사죄했어야 했다.

“국민여러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집 사람이 했던, 아들과 조카가 했든, 형님이 했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었던 저에게 있습니다. 재임기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잘해 보려고 노력 했습니다만 저 역시 가족과 친인척 관리에 실패했습니다. 대통령의 마누라가 돈 좀 가져오라고 하는데 가져오지 않을 비서관이 어디 있으며 기업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박연차도 죄없고 정상문도 죄없습니다. 너그러이 봐 주십시오. 국민여러분이 죽으라면 죽고 감옥에 가라면 가겠습니다.

“제가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이렇게 했드라면 다정다감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래 노무현답다” 했을 것 아닌가? 자연 채무니, 논두렁이니, 액수가 적느니 많느니 하는 등 지저분하고 구질구질한 변명이 고인의 입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시비걸고 다투기 좋아하는 불쌍한 철부지들아!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냐? 문재인도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인이 모든 것을 짊어져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궁금하다. 대통령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본인의 책임이요, 그 알량한 참모들의 말장난이 불러 온 비극이었다고 본다. “자살”이라 한다해서 욕하지 마라. “서거”라고 한다해서 우쭐대지도 마라. “자살”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 보자.

“대통령 노무현은 자신의 잘못을 자살로써 사죄했다” 이렇게 역사에 기록되면 그래도 떳떳하지 않겠는가? “잘못을 늬우치고 비통하게 떠나간 대통령 노무현” 자살이든 서거든 죽음은 슬픈 것이다. 슬픔은 슬픔으로 조용히 삭여야지 시끄럽게 떠들며 난장판을 만들거나 악용해서도 안된다. 그러면 그들에게도 몇배나 무서운 독이되어 돌아올 것이다. 비상되어 또 다른 자살을 불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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