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에 보상하는 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 16년간 반복해서 써온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과 외교적 인정이라는 유인정책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천명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자금을 원천 봉쇄하게 될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다. 북한은 ICBM 을 발사하고, 농축우라늄 개발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으로 더 많은 핵 탄두를 만들고, 3차 핵실험을 감행해 핵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을 이룩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금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하고 있는데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인 김정일의 3남은 아직 20대 청년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체제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 어려운 고비에 처해 있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는 외부세계 여건이 제 아무리 어렵게 바뀌더라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핵 보유국 건설이라는 망상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미국이 “같을 말을 두 번 사는데 지쳤다”고 하는 것으로 미루어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돌아가더라도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북한이 간과하여서는 안될 숨은 강점이 있다. 평범하고 통상적인 것으로 보이는 정책이 대단히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첫째, 오바마 정부는 일방주의를 버리고 대북 정책의 중심을 국제공조로 바꾸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소식에 접한 오바마의 일성은 “미국이 북한을 응징하겠다”가 아니라 “이제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에 맞서 행동을 취해야 한다”이었다. 그리고 주변 관련국들이 대북제재에 동참 의사를 밝힌 것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전통 우방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도 똑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공조란 매우 평범한 정책이며 강대국의 입장에서는 그저 번거로운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실제 클린턴, 부시 행정부는 그런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뉴욕과 제네바를 오가며 북한과 밀회를 즐기는 미-북 양자회담에 푹 빠져 제네바 합의를 만들어 냈다. 북한의 낡은 5메가와트 흑연 감속로 1기를 동결하는 대가로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고, 매년 중유 50만톤을 제공하기로 하는 매우 이상한 타협을 일방적으로 성사시켰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였고, 이어서 같은 해 10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몰래 핵무기 개발 계획을 추진하였고 우라늄 개발계획도 추진하고 있었다고 비난해 제2차 북한 핵 위기를 초래했다. 이후 국제사회에는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주장이 북한을 핵 개발로 몰고 갔다는 시각이 있다. 이외에도 미국의 일방주의가 국제공조를 방해한 예는 많다. 그 하나가 중국 등 일부 6자 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이 2005년부터 3차례나 핵 폐기약속을 어겼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북핵 문제에서 국제 공조가 갖는 의미는 크다.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이 유엔안보리 제재에 동참하기로 한데에는 미국이 국제공조로 정책의 중심을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유엔 결의 뿐 만 아니라 금융제제애도 국제공조는 필수적이다. 북한이 대외 무역의 73%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중국의 참여 없는 금융제재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지난 6월 초 서울을 방문한 스타인버그 국무차관은 “북한이 행로를 바꾸도록 설득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엔안보리와 동북아 지역이 다같이 힘을 합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둘째,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흥정하고 일종의 뇌물을 주는 협상에 의존하지 않고, 국제법을 준수하고 과거에 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원칙에 충실한 정책을 견지한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정부는 도발에 놀라 대북 경제지원이나 추가적인 양보, 국무장관 방북, 심지어는 핵 검증 방식까지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협상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북한에게 도발할 때 마다 더 큰 당근을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제 북한은 그 도발에 대한 보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오바마는 6.6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지난 수개월간 엄청나게 도발적이었다”,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상하는 정책을 계속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공조와 원칙에 충실한 대북정책 만으로는 북한의 완강한 핵보유국 망상을 분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북한과 같은 군사 독재 국가에게는 국제 압력과 더불어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 대북 강경책이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을 높인다는 우려가 있다. PSI 참여 결정 이후 북한은 정전협정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서해 북방한계선 상에서 도발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승인 없이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이 에너지와 식량지원을 중단하면 북한은 몇 달 버티지 못한다.
북 핵 문제를 둘러싼 방정식은 복잡하다. 중국은 북한의 후견인이지만 북한이 도발의 수위를 높이면 한-미-일과 공조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정부가 국제공조에 힘을 실을수록, 북한이 도발의 수위를 높일 수록, 중국은 북 핵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정부 대북정책의 숨은 강점
- 박성수 (명지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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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6-16, 10: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