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굴욕'이라고 생각하는 기자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기대하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망친다.

'박태환만 죽쑨 게 아니네' 수영 챔피언들 '줄망신'
'은메달 굴욕' 펠프스, 접영200m서 세계신기록
첨단수영복 등장에…자고나면 쏟아지는 수영신기록


오늘 조선닷컴 초기화면에 실린 기사제목중 일부이다. 편집자는 과거 챔피언들이 우승하지 못하면 '망신'이라고 표현한다. 亡身은 '잘못하여 자신의 명예, 지위, 체면 따위를 깎는 일'이다. 우승하지 못한 것은 실력이 부족하여서이지 잘못한 일이 아니다. 나쁜 짓 한 것도 아니다. 창피한 일도 아니다.

펠프스 선수가 北京올림픽에서 혼자 금메달 여덟 개를 땄다고 해서 다른 대회에서도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하고 은메달을 따면 '굴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치졸한 發想이다. 자식들이 매일 1등을 해야지 하루라도 2등을 하면 들볶는 나쁜 父母 같은 표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기대하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망친다.

언론의 이런 용어 濫用(남용)이 무의식중에 한국인들에게 '경쟁에선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이겨야지 지면 역적이 된다'는 강박감을 집어넣어 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게임의 룰로 삼는다. 이 룰에서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경쟁은 무한 투쟁으로 변하여 强者獨食, 弱者불만의 사회가 된다. 한국의 언론은 학살자를 '위원장'으로 대우하고, 퇴보세력을 '진보'라고 美化하고, 진짜 개혁세력을 '보수'라고 깎아내리고, 민족반역자를 상대로 '민족공조'하자고 덤빈다.

名詞를 잘못 쓰면 생각이 거꾸로 선다. 그러면 세상도 뒤집어진다. 한국 사회의 혼란은 그 50% 이상이 用語사용의 혼란에 기인한다. 명사를 정확하게 쓰는 正名사상의 실천이 國家정상화의 출발점이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