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북관계는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입맛대로, 그가 쥐었다 폈다 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일은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불러 무대 위에 세웠다. 기업인인 현 회장이 가서 김정일의 뜻대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고 돌아왔다. 심지어 현대와 상관없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까지도 합의하고 왔다.
정부와는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말하는데도 정부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도대체 이 정부는 쓸개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민초들이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뜻이 있는 것인가. 과거 10년간 북한의 입맛대로 놀아난 남북관계가 정권교체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바뀔 것으로 많은 국민은 기대했다. 그러나 헛기대를 한 것 같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소위 중도실용의 정책인가.
현 회장과 북한 아태 위원장과의 사이에 합의한 내용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이 점을 좀 짚어 보려고 한다.
첫째로 지난 해 7월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박왕자씨 피격사건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북한의 분명한 사과 표명이 없었고 사고재발방지 대책, 여행객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한 것은 문제다.
김정일이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의 예로 보아 이런 말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 결국 정부를 믿고 편안히 관광을 갔다가 총을 맞아 죽은 박왕자씨만 억울하게 되었다.
둘째로 북한이 지난 해 12월 1일을 기해 군사 분계선을 통한 육로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북한지역에 체류하는 우리 측 인원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는 등 문제를 야기했음에도 이제 원상회복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를 10.4 선언의 정신에 따른 것이라 선전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것은 북한이 10·4 선언을 핑계로 언제든지 이번 합의를 다시 뒤집을 수 있음을 시사 하는 것이며, 특히 이러한 조치가 10·4 선언에 따른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동조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북한이 지난 해 11월 29일을 기해서 일방적으로 중단한 개성관광을 재개하고 더 나아가 개성공업지구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합의한 것도 문제이다. 북한은 지난 5월 15일 개성공단 관련 법규 및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해서 토지 임대차 계약 변경과 임대료 인상, 북측 근로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활성화는 말뿐 실제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넷째로 백두산 관광을 위한 준비사업이 추진되는 데 따라 관광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것은 사실상 백두산 관광에 대한 사회 간접자본 시설 즉, 접근 도로시설 확충이나 공항 건설 등을 우리 측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남북간 항공 협정 등이 체결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조속한 관광 개시는 불가능하다.
다섯째 북한은 현재 장거리 미사일 발사, 제2차 핵실험 강행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강산, 개성관광 등 현금이 유입되는 사업을 재개하거나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우리 정부 스스로 제재에 관한 국제 공조를 깨는 행위가 될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이러한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끝으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문제는 현대아산과 같은 민간기업이 합의할 성질이 아니다. 이것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남북적십자회담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먼저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발표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임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이 합의사항에 관한 여러 문제점들을 분명히 하고 북한과의 구체적 협의에 나서야 한다.
만일 정부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치밀한 대책과 전략 없이 이번 합의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결국 남남갈등을 촉발하고 대북정책 전환을 유도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결과가 될 뿐이다. 특히 개성공단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이미 우리 당이 누차 강조해 온 것처럼 북한이 일방적으로 요구한 계약 변경을 철회하게 하거나 설령 이를 조정한다 하더라도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북한과 협의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억류되었다 귀환한 유성진씨와 같은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측 근로자들의 신변안전 보장 문제에 대해 분명한 약속을 북한으로부터 받아내야 낸다. 기존의 모호한 합의를 세부사항까지 다시 정비해서 합의 구속력을 확실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전적으로 인도적인 문제이므로 조속히 북한 측의 실무접촉을 요구하고 남북적십사회담을 통해 위 합의와는 별도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산가족과의 상봉을 갈망하다가 매년 수천 명씩 사망하는 현 상황에서 이산가족들이 또 다시 좌절하고 슬퍼하지 않도록 어떤 일보다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李會昌 "이 정부는 쓸개가 없는 것인가"
- 자유선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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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18, 17: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