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졸개 때문에 국민을 가둔 경찰"

北조문단 규탄 보수단체, 경찰포위에 분노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시민단체들이 21일 국회 인근에서 北조문단을 규탄하고 있다.

21일 오후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북한 조문단이 정부의 철통같은 신변보호 아래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을 무렵, 국회 밖 기자회견을 열던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경찰병력의 ‘포위망’안에 갇혀 감시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여러분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고령의 회원들을 토끼몰이 하듯 무작정 에워싸며 기자회견이 시작된 3시부터 기자가 포위망을 빠져나갈 때(4시 30분)까지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막았다.


30분간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국회 앞으로 가려던 이들을 경찰이 순식간에 주위를 에워싸며 막아서고 나선 것이다.

 

'가둬놓고 해산하라면 어떻게 해?'


기자회견을 주최한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대표와 회원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해산 안한다고 불법이라면서, 가둬놓고 해산하라면 어쩌란 거냐”며 봉 대표가 경찰측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항의하자, 다른 회원들도 여기저기서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기가 인민공화국이냐? 왜 못가게 막는 거냐”, “여기는 평양이 아니야”, “우리가 화염병을 들기를 했어 뭐했어? 왜들 이래?”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가 경찰에 포위망 안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찰측은 이들 보수단체 회원들이 준비한 유인물이 국회 앞에서 배포되는 것에도 경계를 나타냈다. 이에 봉 대표는 “유인물 문구에 위법적인 것도 없다. 시민을 이렇게 감금해도 되는 것이냐”면서 “우리를 몇 시까지 가둬 놓을 것인가”라고 흥분된 어조로 소리쳤다. 유인물에는 ‘피격만행 사과 않는 북한조문단 돌아가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경찰측은 고령의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정확한 상황설명과 이해의 말도 없이, “조금만 기다리라”며 무작정 기다릴 것을 강요했고, 결국 회원들은 무더위에 지쳐갔다.


경찰병력이 계속 사방을 포위한 채 나갈 틈을 주지 않는 가운데, 3시 50분께 활빈단의 홍정식 단장이 기습적으로 포위망을 뚫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 포착됐다.

 

화장실도 못가게 막아 


경찰측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지만, 이날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을 향한 경찰의 인권유린은 분명 심각해 보였다. 젊은 회원들은 그나마 견딜만 했겠지만 주로 고령층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경찰의 고압적인 태도와 무더운 날씨, 더구나 배설이란 인간의 기본적 생리현상조차 외면당했다.


급기야 나라사랑어머니회 등 여성회원들이 화장실이 급하다면서 경찰에 매달렸다, 한 남성 회원은 “아니 왜 화장실도 못가게 해. 이 자리에서 확 해결할까”라고 분통을 터트렸고, 봉 대표도 “아주머니 화장실 가는데 경찰이 한명씩 붙어서 데리고 가면 되잖아”라며 경찰측에 항의했다. 마침내 경찰은 한 명당 경찰이 따라붙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한 여성 회원은 “얘네 (경찰을 지칭) 강기갑이한테는 꼼짝 못하잖아. 왜 아주머니를 가둬서 욕먹이냐고. 이명박 정부 이거 뒤집어져야 돼”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경찰에 ‘포위’된 보수단체 회원들 중에는 마침 길을 가다가 회원으로 오인 받고 엉뚱하게 갇혀 있었던 일반 여성시민도 있었다. 자초지종도 모른 채 갇혔던 이 여성은 두 눈이 빨개지도록 울다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항의하는 여성회원들. 경찰들의 가슴마다 '근조' 리본이 달려 있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결정되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오후 3-4시의 땡볕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찰에 포위된 채 이 같이 웃지못할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구석 그늘을 찾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던 회원 일부는 “이명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어”, “(북조문단이) 오려면 (연안호) 선원이나 데리고 오던지”, “이 X랄 하면 (정권) 오래 못가”, “어머니들이 손에 무기를 들었냐 뭐했냐”, “북조선보다 더한 나라야”, “세계 톱뉴스거리야” 등등 불만을 털어놓았다.


봉 대표는 “경찰이 지금 민간인을 감금한 행위는 불법이다. 영등포경찰서장을 불법감금죄로 고발하겠다”면서 “김정일의 졸개 때문에 우리 국민을 가둔 행위를 경찰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김대중이 묻힐 곳은 망월도 묘역 또는 하의도' 


한편 이들 단체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최고의 예우와 배려를 해주어도 감사할 줄 모르는 자 파렴치한 자들을 위해 명분도 원칙도 없는 김대중 국장 결정을 한 정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 핵개발을 도와 적을 이롭게 한 자를, 재임 당시 제2연평해전에서 나라를 지키다가 전사한 전몰장병을 조문조차 하지 않은 자를 현충원에 안치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을 모독하는 것이며 유족들도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일”이라며 “김대중이 묻힐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광주 망월동 묘역 또는 고향인 하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통합이 아닌 국민분열을 초래한 김대중의 국장과 현충원 안장 결정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지만 북한 조문단에 대한 환영은 대한민국 능멸을 용인 하는 것”이라며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보다는 북한과 김정일 추종세력들을 득의양양하고 오만방자하게 만드는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납북자, 국군포로를 단 한명도 돌려보내주지 않고, 연안호 선원들을 억류하고 있는 테러집단,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해 사과는 고사하고 적반하장식으로 큰 소리를 쳐대는 자들이 김정일의 메시지를 들고 점령군처럼 서울 땅을 밟게 한 것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능멸하는 것을 용인하는 치욕적이고 굴종적인 처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와 함께 “우리는 지금이라도 김대중 국장을 취소하고 국민장으로 바꿀 것과 서울 현충원 안장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사과없이 연안호 선원을 억류중인 북한 조문단은 냉큼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北조문단에 항의하는 뜻으로 인공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봉 대표는 “김대중은 북한독재체제를 인정하고 북한 민주화를 외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우리 민족을 위해 애쓴 민주화 인사인가. 북한이 핵을 만들도록 도운 김대중이 무슨 평화에 기여했다는 말인가”라며 “북한 조문단이 입국절차도 밟지 않고 국회로 곧장 간다고 한다. 김정일 독재 앞잡이들이 국회 안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언론들은 대남도발을 일삼고 핵으로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조문단을 비판하는 우리를 제대로 보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후 북한 조문단이 머무를 예정인 숙소 앞에서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독립신문 박주연 기자 (phjmy97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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