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國葬 제도를 버릴 때다

대한민국이 왕조시대도 아닌데 국민들에게 획일적 조문을 강요하는 것은 비민주적 행태의 전형.
편집장 2009-08-24 오전 9:24:56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정국이 끝났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하면 매우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무사히 장례절차가 마무리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인에 대해 국민 모두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의를 표하는 모습들이 국민적 화합과 대단결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제 역사의 무대 저편으로 퇴장한 DJ는 확실히 위대한 정치지도자 중의 한명이었습니다. 적어도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선택으로 대통령을 지낸 분이었습니다. 열렬한 지지자만큼이나 그를 증오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가 가는 마지막 길마저 편가르기 행태로 반목할 이유는 없었다고 봅니다.

좁은 소견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이슈 필자는 대한민국이 무슨 왕조시대를 사는 것도 아닌 마당에 '국장'이란 형식의 거국적 장례식을 꼭 치러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았습니다. 방송3사가 하관 장면까지 온통 생중계를 해야 하는 것인지, 선진 민주주의 사회라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국민들이 좋든 싫든 같은 장면을 보도록 강요받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길 수도 있는 문제일진 모르나, 방송3사가 한 목소리로 DJ의 대북화해 정책을 찬양하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이 것이 과연 후대에 어떤 부작용으로 이어질 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거 YS가 주창했던 '40대 기수론'마저 DJ의 업적으로 둔갑하는 장면에선, 방송사들의 무지몽매한 신화창조 노력에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선진 민주주의 사회로 진입한 것이 확실하다면, 이제는 '국장'이라는 형식의 왕조시대적 구습은 버려야 할 일입니다. 민주주의는 견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국장'은 국민들에게 획일적 조문을 강요하는 비민주적 행태의 전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전의 고인을 따르고 지지했던 사람들이 엄숙한 마음으로 고인을 보내드리는 것이 진정한 장의의 본 뜻을 살리는 길이 될 것입니다. 단 한사람이라도 슬프지 않은 사람에게 슬퍼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결코 선진 민주주의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DJ는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살았다고 하는데,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형식이 '비민주적' 형식이어야 했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의 이슈 필자는, 이번 조문 정국에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을 목도했습니다. 북한 정권에서 파견된 조문단의 행태와 그것을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입니다. 북 조문단의 첫 출발은 광오했습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정부를 통하지 않고, DJ의 유족들에게 자신들의 조문 의사를 통보했습니다. 이 정부를 무시하겠다는 그들의 태도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만불손했습니다.

그랬던 그들이 막판에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의 원칙있는 대북정책은 비로소 첫 열매를 맺은 것이나 다름없다 할 것입니다. 얼치기 종북정권에서는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며, 이는 김정일 정권의 굴복을 의미해서가 아니라 비로소 남북 당국자들이 호혜평등의 입장에서 대면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일이란 말씀입니다.

북 조문단이 전한 김정일의 구두메시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원칙을 새삼 강조했다고 합니다. 발표된 내용이 그대로 사실이기를 바라며, 이런 식으로 한 발 한 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남북한 권력사이의 화해가 아니라 남북한 동포들이 하나가 되는 진정한 남북화해의 그 날이 성큼 다가올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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