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한 가운데 섬처럼 만들어진 광화문 광장은 실패작이다. 四方으로 자동차가 쌩쌩 달리고 매연을 내어뿜는 한가운데 공원 개념의 광장을 만든다는 發想이 나온 것 자체가 이상하다. 광화문 광장은 광장 조성을 위하여 뽑아 간 은행나무들의 가치보다도 낮다.
개념 없는 광장이다. 車道를 건너서 이 광장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차를 조심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분수를 구경하고 억지로 만든 것 같은 꽃밭에서 사진을 찍는다? 휴식도, 思索(사색)도 불가능하다. 생각 없이 서성이는 것 말고는 몰려다니면서 할 일이 없다.
기업체와 공공단체의 사무실이 늘어서 있는 한가운데서 한가하게 논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광화문 지역엔 놀이 공간이 충분하다. 덕수궁, 경복궁, 서울시청 광장, 청계천. 왜 여기에 차별화되지 않는 광화문 광장을 또 더해야 하는가 말이다.
이 광장으로부터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너무 많다. 우선 車道를 여러 개 희생시킨 때문에 교통체증이 더해진다. 한국의 심장부인 공간에 어수선한 공간을 만들어놓으니 도시 분위기가 산만하기만 하다.
세종로는 대한민국의 뇌수이고 魂이다.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경복궁,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이 있다. 민족사적 정통성의 상징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은 엄숙한 분위기를 필요로 한다. 民族魂이 숨 쉬는 공간이어야 한다.
서울시청의 관계자들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민족혼과 국가정통성의 현장에 이런 뒤숭숭한 공간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찰의 境內(경내)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지는 않는다. 창덕궁 안에 시장통을 만든 격이다.
광화문 광장은 늦기 전에 改造(개조)하여야 할 것이다. 李承晩, 朴正熙 동상이나, 6.25 참전 戰死 소년병 2400여명의 추모비를 세우는 게 낫겠다. 그렇게 하여 좀 엄숙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역사적 공간으로 만드는 게 좋겠다. 국가의 腦髓(뇌수)가 뒤숭숭하면 국가 분위기도 그렇게 될 것이다. 시끄러운 서울에서 한국의 現代史, 세계가 칭찬해 마지않는 기적과 逆轉(역전)의 드라마를 생각하는 공간이 하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역사의 현장을, 애국심도 역사의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맡겨놓으니 이런 拙作(졸작)이 나와서 좀 생각 있는 사람들을 화나게 만든다. 魂이 없는 관료들은 월급만 받고 가만 있는 게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서울시는 이 개념 없는 광장을 만드는 데 1년3개월에 걸쳐 475억여원의 공사비를 들였다고 한다. 공사기간중 시민들이 겪었던 불편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앞으로 더 겪어야 할 불편은 또 얼마어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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