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도덕쟁탈전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근사한 도덕쟁탈전을 연출하는 일대 극장이다. 이 사회의 역동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흥분은 항상 여기에서 유래한다. 사람들은 도덕을 탈취하기 위하여, 호심탐탐 길을 걷고, 필사적으로 자신을 선전한다. 운동선수, 연예인, 동성연애자, 그리고 범죄자까지 전부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때는 도덕을 부르짖는다. 운동의 성적이나 노래의 멋들어짐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국민들에게 인식시킨 후에야 비로소 스타가 되는 것이다.

자기 개인의 私慾밖에는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 있지 않아도 결코 비난당하지 않는 일본의 선수나 연예인들과는 다르다. 조선왕조시대에는 도덕을 탈취한 그 순간 권력과 富가 굴러들어온다고 믿어졌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무력으로 싸운 것이 아니라 이론으로 투쟁했다. 우리의 도덕이 옳다는 논리에 입각하여 싸웠던 것이다. 이 투쟁에서 패배하면 사형, 귀양을 피할 수 없었다. 마르크스가 알았다면 기뻐서 눈물을 흘렸을 정도의, 가장 순수한 형태의 [철학]이 이 땅에서 숨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조선에서 학문이란 것은 세계를 해석하고, 동시에 변혁하고, 지배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선인은 교조적이었지만 이는 혁명성이라는 이면을 숨긴 교조성인 것이다. 理의 중심으로부터 배제된 인간은 理를 장악하고 있는 인간에 의하여 가혹하게 지배당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 이 민족의 낙천성이 있다. 즉 세계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도덕이념을 손에 넣기만 하면 권력과 富가 동시에 굴러들어온다고 믿는 理신앙이, 이 민족에게는 있다>

위의 글은 일본 東海대학 외국어교육 센터 강사인 오쿠라 기조(小倉紀藏)씨가 쓴 '한국은 한 개의 철학이다'(일본 講談社 신서)에 실려 있다. 도덕성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주자학적인 사고방식을 분석한 책이다. 만사를 도덕으로 평가하고 설명하여야 속이 풀리는 한국인들을 비판한 책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지금 도덕을 장악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개혁, 진보, 통일, 민족이란 도덕적 단어를 좋아하는 좌익이다. 이들은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기득권자, 守舊, 反개혁, 反통일세력 운운하면서 핍박한다. 자신들이 모든 도덕을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독선이다. 요사이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과 노무현 대통령 사이의 결투도 누가 더 도덕적이냐를 가르는 일종의 도덕 쟁탈전이다. 이 싸움에서 밀린 세력은 내년 총선에서 참패하고 권력과 富를 놓치고 말 것이다. 주자학의 원리가 지배하던 조선조의 정치원리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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