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커크 기자의 親北 비판


'한국, 북한의 정치선전에 완전히 속고 있다'


제2차 제주평화포럼 참가기
도날드 커크(Donald Kirk·사진) 前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자는 10여 년간 한국에 주재하며 한국관련 기사를 써온 미국 내 대표적인 한국통(通)이다. 지난달 31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2차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그는 “지금 한국은 북한의 정치선전에 완전히 넘어가고 있다”고 지난 5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SWJ)에서 밝혔다.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북한과 화해 주장한 무의미한 법석

노 대통령 4·3사건 사과, 대한민국 정통성 왜곡시켜
북한 정치선전이 한국정부의 완전한 지지 받고 있어

진보주의자들은 ‘인권’과 관련, 그들만이 세계적으로 학대받는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말 할 수 있다고 하고, 보수주의자들은 그런 진보주의자들을 ‘약자를 과장되게 동정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신기하게도 그 반대의 현상이 있어왔다. 북한의 인권에 대해 감히 말하면 워싱턴과 한국으로부터 ‘신보수주의자’ 혹은 더 심한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인권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 대북 강경책의 반대자가 되는 동시에 현 세계에서 가장 지독한 독재정권 중 하나인 북한정권과 화해를 주장하는 자들의 완벽한 동조자가 된다.

지난 주말 제주도에서 이틀 간 열린 무의미한 법석은 이런 현상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다. 바로 한반도가 ‘국제평화와 화해의 중심’이 되길 희망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막연설로 시작된 ‘제2회 제주평화포럼’이 그것이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부터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까지 대부분의 발표자들은 북핵문제를 다룰 차기 다자회담까지 북한에 선의(善意)를 보일 방법들을 경쟁적으로 제안했다.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지시로 대북정책보고서를 작성한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1차 6자회담이 기대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 미국과 북한에 책임이 공히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안했고 북한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 전망은 몇 개월 전보다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증거와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협상하려는 미국의 자세를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한미관계가 악화된 것은 북한을 ‘악의 축’ 중 하나로 규정하고 김정일을 ‘혐오’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공격적인 자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상충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페리 전 국방장관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는 김정일이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고 착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한국의 지도자들이 북한정권에 아부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김정일과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핵확산방지협약(NPT)을 어겼던 자세를 갑자기 바꿔 존경받는 세계지도자가 되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윤 외교부 장관은 포럼에서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향해가고 있다”며 “체제변화(Regime Change)는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며 만일 외부의 힘이 북한의 체제변화를 꾀한다면 북한은 필사적으로 핵 선택을 고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리 씨는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의 특성에 대해 비판한 것을 정당화하는 여러 만행(蠻行)을 일부러 인용하지 않았다. 페리 씨는 김정일은 올바르게 대우받으면 바르게 행동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부시행정부가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정부의 노력을 망쳐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많은 한국인들은 안보위협이 북한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온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리 씨는 특히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을 금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이를 훌륭히 처리할 수 있다면 남북한·미·일·중·러가 공동으로 동북아 안전보장을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페리 씨는 왜 수십만 명의 북한주민이 당하고 있는 사형과 굶주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가? 왜 그는 중국 공안당국을 피해 중국 동북쪽에 숨어 있는 수천 명의 탈북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못 본 체하고 있는가? 그는 이런 끔직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화해를 바라고 있는 것인가? 또 평화포럼 참석자들은 어떻게 북한주민의 인권이나 탈북민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이 북한과의 화해에 대해서만 지껄이며 이틀을 보낼 수 있는가?

그런데 ‘인권’이라는 주제는 매우 다른 맥락에서 부각되었다. 노 대통령은 제주도민들과의 만남에서 1948년 이른바 4·3사태에서 ‘지나친 공권력 사용’으로 1만4,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이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우근민(禹瑾敏) 제주지사는 노 대통령의 이 사과를 칭송하기도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명령을 따른 군인과 경찰들은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약 8만 명을 살육한 것으로 비난받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노 대통령은 제주도에 침입, 한라산 주변의 수풀과 동굴에 기지를 마련하고 식량과 자금을 위해 약탈을 자행하며 그들을 반대한 사람들을 죽인 북한의 간첩들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북한의 주력부대가 위에서 공격하는 동안 남한 후방을 교란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제주도를 접수하려던 김일성의 계획에 대해서는 일절 암시도 없었다.

그리고 4·3사태 후 2년 뒤에 발생, 적어도 2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며 국토를 황폐화시킨 한국전쟁이라는 큰 맥락에서 이 사태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우 지사는 “제주는 그동안 인권침해를 받아왔다”며 “그래서 우리는 평화를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고 그 이유 때문에 평화포럼을 개최한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는 시민들을 학대했다는 죄의식에 빠져 있는 한국정부가 역사적으로 잘못된 정부였다는 견해를 더욱 강화시켜줄 뿐이다. 북한의 정치선전자들은 지금까지 탈북민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북한의 대남침략이 완전히 부인되는 이런 역사의 왜곡을 분명히 기뻐할 것이다.
놀랄 만한 것은 이번 포럼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 정치선전이 한국정부의 완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슬픈 일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윌리엄 페리 같은 미국의 고위관리가 북한의 침략을 그럴듯하게 얼버무리려는 노력에 속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문제에 이해관계가 걸린 6개 나라들은 지금부터 최후의 날까지 협상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책임 있는 미국인이라면 수백만 명의 북한주민과 한국인 그리고 미국인들을 위험하게 빠지게 할 이 진실의 은폐에 참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한국] 이상민기자 2003-11-14 오전 10:58:00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