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하면 나라가, 안하면 정권이 망한다
우리는 역사에서 공식을 얻으려 할 것이 아니라(공산주의자들이 그렇게 했다) 오늘과 미래에 소용이 될 만한 암시와 감흥과 示唆点을 얻으려 해야 한다.
1. 901년에 궁예가 세운 후고구려는 수도를 송악, 지금의 개성으로 정했다가 그 3년 뒤 철원으로 수도를 옮겼다. 무리한 공사를 한 것이 민심을 흉흉하게 했다. 궁예는 국호까지 바꾸었다. 摩震으로. 906년에는 다시 국호를 태봉으로 바꿨다. 918년 군사 쿠데타로 궁예는 죽고 王建이 집권한 뒤 수도를 다시 송악으로 옮기고 고려라 했다. 고려 인종 때인 1135년에는 수도를 개경에서 평양으로 옮기는 운동을 폈던 묘청 일파가 권력투쟁에서 밀리자 평양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다음해 진압되었다.
2. 고구려 장수왕은 427년에 수도를 환도성(통구)에서 평양으로 옮겼다. 南進策의 터전을 마련했으나 그 뒤 고구려는 백제, 신라와 자주 싸우면서 수와 당의 공격을 받는 국력의 소모를 초래했다. 668년 신라와 당의 연합군에게 멸망되었다.
3. 백제는 397년 고구려군에게 대패하여 수도(지금의 경기도 광주 일대)가 함락된 것을 시작으로 고구려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다가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의 수도를 함락시킨 다음 개로왕까지 죽였다. 백제는 지금의 공주(웅진)로 옮겨 4代 66년을 보냈다가 성왕 때 인 538년 다시 부여로 천도하여 660년에 망했다.
수도를 공주로 옮긴 왕은 개로왕의 아들 文周王이었다. 그는 서기 477년, 즉 천도한 지 2년 뒤 부하에게 살해되었다. 아마도 천도에 따른 지배층 내부의 암투 때문인 것 같다. 수도를 공주에서 부여로 옮긴 것은 聖王이었다. 그는 서기 554년 한강유역을 차지한 신라군을 치기 위해 관산성 전투를 일으켰으나 신라군의 매복에 걸려 전사했다. 최근 논문([신라와 백제의 관산성 전투])에서 金甲童 대전대학 교수는 聖王의 한 패인은 수도 이전에 따른 무리한 노력동원으로 백성들이 피로해 있었고 불만에 차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 발해는 약230년간 수도를 다섯 번 옮기다가 국가의 구심력을 잃고 말았다. 신라는 수도를 경주로 정한 뒤에는 한번도 천도하지 않았다.
5. 로마도 수도를 로마에 정한 다음에는 서로마, 동로마로 분리되기 전까지 한번도 옮기지 않았다.
6. 천년왕국 신라도, 천년공화국 베니스도 수도를 한번도 옮기지 않았다.
7. 신라, 베니스, 로마는 천년 이상 장수한 일류국가인데, 수도를 옮기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8. 수도는 6.25 때처럼 전쟁으로 점령당하든지 망하든지 했을 때 옮기는 것이 보통이다.
9.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국회까지 옮기는 수도 이전, 즉 遷都를 행정수도 이전이라고 對국민 속임수를 쓰고 있다. 수도이전이라고 칭하면 그에 따른 국민투표와 수도권 사람들의 저항을 각오해야 하는데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정치, 군사, 행정, 사법 기능까지 옮겨가는 수도 이전을 마치 행정기능만 옮기는 행정수도이전이라고 거짓말하고 있다. 언론이 이를 비판하지 않고 속임수에 동조하는 공범이 되고 있다.
10. 수도 이전 시기와 맞물려 있는 것이 미군의 재배치로서 사령부와 주력이 한강 이남으로 내려간다. 2000만 명이 몰려 사는 수도권에서 정치, 경제, 행정, 군사의 중심이 빠져나간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京仁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중심국가론을 전개한다. 모순도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11.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에 한국의 중심이 쏠려 있으면 거기에 정치와 군사의 사령탑이 있어야 이 중심부가 안심하고 발전하고 투자할 수 있다. 한강 이남으로의 천도는 이 중심부에 안보상의 불안감을 조성한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12. 더구나 북한을 흡수하여 자유통일을 해야 할 마당에 수도를 남쪽으로 끌어내린다는 것은 통일기피의 패배주의적 분위기를 확산시킬 것이다. 통일한국을 생각할 때 남쪽으로 치우쳐 있는 충청권에 수도를 두고 과연 국가운영이 가능하겠는가. 수도 이전을 발상한 사람들의 머리엔 한국 주도의 자유통일이란 구상이 아예 없는 것 같다.
북한정권은 오로지 적화통일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서로 격돌하고 있는 사이에서 한쪽은 통일의지를 포기하려 하고, 다른 쪽은 통일의지를 불태운다면 어느 쪽으로 통일될 것인가.
13. 수도 이전의 논의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안보상의 위험이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김정일에 대한 분개심과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에 대한 걱정이 아예 생기지 않는 것인가. 수도이전에 드는 소모성 경비를, 약화되어 가는 우리 경제가 부담하고도 건재할 것인가. 수도 이전이 부르는 부동산투기 붐은 또 어떤가. 수도 이전을 둘러싼 국론의 분열은 안보의 터전을 약화시킬 것이다.
14. 이 정권이 정직하게 수도이전이라 하지 않고 행정수도 이전이라고 속임수를 쓰는 것부터가 수상하고 더구나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세력은 좌파정권이다. 대한민국에 반감과 유감을 많이 가지고 있고 민족반역자 김정일에 대해서는 감정이 없거나 호감을 가진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추진하는 수도이전은 敵에게 이로운 결과를 나을 위험성이 있다.
15. 결론적으로 말하여, 천도하면 나라가 망하고 하지 않으면 정권이 망하게 생겼다.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는 정권이 망하는 것이 낫다. 자민련과 한나라당 소속의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노무현 정권의 對국민 속임수에 동조하여 수도이전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지역이기주의를 위해서 국가이익을 희생시키려는 無道이다. 수도이전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다간 국가공동체에 구멍을 내고 말 것이다.
16. 노무현 후보는 遷都를 행정수도라고 속여 충청권의 표를 얻은 데 성공했고 그것이 그의 당선의 중요 이유가 되었다. 이제는 그 정도로 그쳐야 한다. 그 속임수를 실천하려다가는 국가적 재앙을 부를 것이고 결국 그 대가는 盧武鉉 대통령이 지불할 것이다. 묘청이 고려의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려다가 내전을 일으킨 史實을 음미해볼 일이다. 속임수를 계속 쓰다간 정직한 사람을 임자로 만날 가능성이 높다.
17. 백제, 조선, 대한민국의 수도였던 서울은 민족정통성의 상징이다. 천도는 이 상징성을 포기하는 반역행위일 수가 있다. 이 천도를 주장하는 이들은 지금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 작난을 여기서 중단하지 않으면 민족사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내분, 내전, 암살로 이어지는 민족자멸, 국가자살의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역사의 교훈: 遷都하면 내분, 내전, 패전, 암살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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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1-23, 23: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