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으면 有益도 없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대중 운동의 현장에서 분신자살 사건이 더러 일어났다. 그때 우연히 읽은 것이 신약 고린도전서 13장의 유명한 대목이었다. 13장은 사랑의 본질에 대한 사도 바울의 글인데,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란 평을 듣는다.
이런 대목이 있었다.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증오심과 사명감만 있는 분신자살을 비판하는 듯했다. 사랑이 없는 희생은 有益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 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求)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중략). 그런 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히틀러는 국가주의자, 처칠은 애국자라고 구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국가주의자는 국가의 敵을 증오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삼는다고 한다. 애국자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반란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金正日 정권에 대한 증오심만으로 애국자는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고맙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한 북한동포의 참상에 가슴이 아프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북한동포를 도륙하는 金正日을 증오하여야 하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하는 마음’과 ‘미워하기 때문에 미워하는 마음’은 다를 것이다.
유태인들의 교과서인 탈무드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잔인한 자를 동정하는 사람은 동정받아야 할 사람에게 잔인하다.”
지금 자칭 진보, 개혁, 민주세력 중엔 맞아죽고 굶어죽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대한항공 858편 폭파 등 金正日이 저지른 범죄나 북한공작원 宋斗律씨를 비호하고 왜곡하는 데 앞장서는 인사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조국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는 위선자들이다. 이들은 더구나 正義를 독점하려고 한다. 正義는 관용과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때는 위선자와 선동가의 흉기로 돌변한다.
한국인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경쟁하고, 남북대치상황에서 투쟁해야 한다는 숙명을 갖고 나온 셈이다. 이 경쟁과 투쟁도 인간애와 조국애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경쟁과 투쟁에 승리한 이후의 비전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관심, 북한동포에 대한 동정심과 김정일에 대한 분노, 모든 존재하는 것에 대한 따뜻한 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인 국가. 이와 같은 국가가 존재해본 적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가장 비슷한 국가를 우리 민족사에서 찾는다면 삼국통일기의 신라일 것이다. 唐將 蘇定方이 신라와 함께 백제를 멸한 다음 귀국하여 唐帝 고종에게 귀국신고를 하니 고종은 이렇게 물었다.
-왜 내친 김에 신라마저 정벌하지 않았는가.
'신라는 그 임금이 어질어 백성을 사랑하고, 그 신하는 충의로써 나라를 받들고,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을 父兄과 같이 섬기므로 비록 나라는 작더라도 감히 도모하기 어려워 정벌하지 못하였습니다.'
어짐(仁), 사랑(愛民), 충의(忠義), 섬김(事)-위의 짧은 문장 속에 등장하는 이런 키 워드가 충만한 신라였기 때문에 삼국통일과 對唐결전으로 한반도를 지켜내어 민족의 보금자리를 가꿀 수 있었던 것이다. 애국심은 자신이나 가족의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인류애와 함께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다. 이웃사랑, 가족사랑, 회사사랑, 조국사랑, 인류사랑은 서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일관된 논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네 몸을 불살라도 사랑이 없으면 有益이 없다!”
사랑이 없으면 有益도 없다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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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1-24, 1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