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부터 물러나라

집시법 재판 독려한 신영철 대법관보다 위헌법률 방치한 국회의원들의 죄가 더 크다
말끝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존재의 이유를 거기서 찾아온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던 지난 10년 동안 위헌적인 집시법을 방치해 온 이유부터 해명해야 한다.
 

민주당이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비이성적 정치공세에 광분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논란을 촉발했던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조항에 대해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신 대법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심판과 똑같다”며 “위헌심판 중인 사안에 대해 현행법대로 빨리 처리하라고 판사를 압박한 사람이 대법관 자리에 버젓이 앉아있는 것은 국민이 납득 못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도 '신 대법관이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과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헌재 결정이 나오자마자 신영철 대법관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국회와 행정부,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결여한 불학무식한 주장이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기관이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며, 사법부는 법을 적용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행여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판단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어떤 법률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을 경우, 그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그런 불량한 법률을 제정한 국회에게 돌아가야 한다.

 

설사 그 법률이 현재의 국회가 제정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회가 그 책임을 모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위헌적 법률을 바로잡지 않고 방치한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헌법기관인 개별 국회의원들도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에 행정부와 사법부의 책임은 국회에 비하면 한결 가볍다.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헌법에 의해 입법권을 부여받은 국회의 법제정 행위를 일단 ‘합헌적’인 것으로 신뢰하고, 이를 집행하고 적용하는 것이 그들의 헌법상 책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집시법상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해 가장 먼저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특히 말끝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존재의 이유를 거기서 찾아온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던 지난 10년 동안 그런 위헌적인 법률을 방치해 온 이유부터 해명해야 한다.

 

물론 지금 신영철 대법관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정세균 대표는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금배지를 단 이래 내리 4선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동안 그는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과 원내대표, 국회운영위원장, 열린우리당 당의장 등 여당과 국회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위헌적 혹은 반민주적, 반인권적 법률들을 스크린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그때 정세균 대표는 집시법을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했나?

몰랐다고 말하지 말라. 2004년 노무현 탄핵 당시 촛불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동영 후보측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의혹을 제기하면서 야간 집회를 열었을 때, 그들은 집시법상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을 피해가기 위해 ‘촛불문화제’라는 어줍잖은 간판을 내걸어야 했다.

 그때 생각이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코 끝에 내걸고 사는 민주투사라면 당연히 문제의식을 갖고 집시법 개정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법을 개정할만한 힘이 없었다고 말하지 말라. 2004년 제17대 국회에서 열우당은 국회에서 단독과반수를 차지했고, 그 힘을 배경으로 과거사법과 언론악법, 수도분할법들을 밀어 붙였다.

 

왜 그들은 집시법에는 손을 대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때는 자기들이 정권을 잡고 있었고, 집시법은 ‘정권의 칼’로 나름대로 유용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자들이 이제와서 집시법 위헌결정을 계기로 신영철 대법관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위선과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신영철 대법관은 정세균 대표와 그의 동료들이 십 수 년 동안 몸담았던 국회가 제정하고, 합헌적인 것으로 간주해 방치해 온 실정법률을 충실하게 적용하라고 독려한 죄밖에 없다.

그게 대법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죄라면, 말끝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면서, 지난 10년 동안 좌파 정권 아래서 당과 국회의 요직을 역임했으면서, 헌재로부터 위헌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위헌법률을 방치했던 정세균을 비롯해, 지난 10년 동안 국회에 몸담았던 민주당 의원들부터 국회의원직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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