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9월30일자 14면
2009년 9월30일자 14면 상단의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 부는 공자 바람’ 기사를 보자.
<28일 오전 공자(孔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취푸(曲阜). 공자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쿵먀오(孔廟)의 대성전(大成殿) 앞뜰에는 공자 탄생 2560주년을 기념하는 석전대제(釋奠大祭)가 엄숙히 거행됐다>
산둥? 취푸? 쿵먀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가만히 보니 괄호 안에 표시되어 있는 한자의 중국어 발음이다. 그렇다면 더욱 이상하다. 孔子(공자)는 왜 ‘콩쯔’가 아니고 大成殿(대성전)은 왜 ‘따청디엔’이 아니며, 釋奠大祭(석전대제)는 왜 ‘스디엔따지’가 아닌가?
1986년 1월 문교부의 ‘외래어표기법’ 제4장 제2절 ‘동양의 인명 지명 표기’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외래어표기법’의 ‘동양의 인명 지명 표기’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제1항 중국 인명은 신해혁명(1911년)을 기준으로 하여 과거인은 종전의 한자음대로 표기하고, 현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2항 중국의 역사 지명으로서 현재 쓰이지 않는 것은 우리 한자음대로 하고, 현재 지명과 동일한 것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3항 일본의 인명과 지명은 과거와 현대의 구분 없이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4항 중국 및 일본의 지명 가운데 한국 한자음으로 읽는 관용이 있는 것은 이를 허용한다>
기사 내의 중국 人名(인명) 地名(지명) 표기는 위의 표기법에 따른 듯하나 그 외의 부분은 원칙이 없어 종잡을 수가 없다. 어떤 것은 중국어 발음대로, 또 어떤 것은 한자의 독음으로, 또 다른 것은 한국어로 해석해서 적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 부는 공자 바람’ 기사를 조금 더 인용한다.
<무대에 오른 수백명의 배우들은 “예지용 화위귀(禮之用 和爲貴: 예를 행할 때 조화로움을 귀하게 여긴다-한자 독음 표기)”라는 글귀를 공연이 끝날 때까지 수십번이나 외쳤다. … 후진타오(湖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 철학인 ‘조화(和諧-한국어 해석 표기) 사회론’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었다. …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샤오캉(小康-중국어 발음 표기)사회와…>
같은 면의 ‘중국 60돌 행사 톱스타들 총출동’ 기사의 일부를 살펴보면 중국 가수들이 나와 부르게 될 노래 제목이 ‘국가(國家-한자 독음 표기)’, ‘좋은날(好日子-한국어 해석 표기)’로 되어있다. 같은 기사 에서 퍼레이드 참석 인사를 소개하고 있는데 ‘지난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우주선 선저우(神舟-중국어 발음 표기) 7호의 우주인인 자이즈강(翟志剛)’이라고 썼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자의 사당은 ‘쿵먀오(孔廟-중국어 발음 표기)’로, ‘중국 60돌 행사…’에서 자금성의 정문은 티엔안먼이 아닌 ‘천안문(天安門-한자 독음 표기)’으로 썼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중국의 인명 지명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즉 그 나라의 발음대로 적게 되어있다. 현지의 발음대로 표기하고 읽는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가? 중국어는 한국어와 다르게 ‘聲調(성조)’가 있어서 한국 사람이 글자대로 보고 읽는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 발음 또한 한글로 표현된 것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아무리 발음을 정확히 기록해도 중국어 발음은 표기하기 힘들다.
쉽게 유명한 중국 연예인 成龍(성룡-cheng2성 long2성: 한글 표기는 청룽)의 이름을 들어 설명하자면, ‘龍’의 경우 롱과 룽의 중간발음이지만 롱에 조금 더 가깝다.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통하리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다. 成龍(성룡)이라고 쓰면 한자를 보고 ‘아 중국 연예인 성룡’하고 알아보기도 기억하기도 쉬운데도 불구하고 중국발음과도 전혀 맞지 않는 ‘청룽’이라고 적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한국인도 알아보지 못하고, 중국인도 알아듣지 못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李知映(조갑제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