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까지 드나드는 도굴꾼들

민족유산이 金부자 덕에 보존되고 있다고? 북한의 문화유적이란 건 도처에서 거덜난 지 오래다.
북한에 있던 시절 어느 날 웬 낯선 손님 셋이 배낭들을 메고 필자를 찾아왔다. 한 사람은 내무원이었고 두 사람은 사민(사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사람은 군관(부중대장)이었다.

그들은 개성에 있는 필자의 친구가 보낸 사람들이었다. 용건은 그들이 가지고 간 골동품을 처리해주되 값은 요령껏 받고 대신 상품에 한해 각각 얼마간의 비용을 붙여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그들이 헤쳐 놓은 상품들을 보는 필자의 눈은 대번에 화잔등만해졌다. 너무도 놀라웠다. 봉황 향로, 목 긴 주병, 마늘 꽃병에서부터 범, 곰, 개구리 등 다양한 모양의 노리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작품들로 두 배낭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닌가?

색도나 망사나, 흑백상감으로 깔끔히 처리된 그림이나, 하나 같이 고려 전성기 청자들로서 A급 작품들로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었다. 가슴이 다 후드득 뛰었다. 편지에 적힌 물건의 주인은 개성 주둔 모 부대의 대대정치위원이라고 했다. 갑자기 겁이 났다. 상품 값이 이만저만한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 인물화와 산수화, 동물화가 곁들어진 '목 긴 주병' 같은 것은 희대의 유물로서 한국 돈으로 어림잡아 4~5억은 받고도 남을 걸작품이었다. 또한 필자는 전문 골동품장사꾼도 아니었고 주변에 그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을 뿐이었다.

필자가 새삼스럽게 골동품 이야기를 꺼내 든 것은 그 무슨 골동품을 소개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늘 북한의 대외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우리 민족의 민족유산의 가치와 그 보존성을 열거하며 김 부자의 ‘업적’을 칭송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개가 웃을 노릇이다. 북한에서 문화유산이라면 마치 폭탄이나 맞은 것처럼 산산히 거덜난지가 언제인데 무슨 보존 타령인가?

개성을 나가보라. 먼 옛날 북문과 동문이 위치하고 있었던 산들, 그 유명한 박연폭포가 있는 산들을 가보라. 마치 벌둥지 쑤셔놓은 것처럼 되지 않았는가? 개풍군과 판문군, 선조들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곳 치고 어디 성한 데가 없는 북한이 아닌가? 도굴꾼들은 군부대장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야밤에 비무장지대에까지 진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게 도굴된 500년 고려시대 전후의 그 유명한 문화유산들이 바다와 강과 육지를 통해 계속해서 저가로 매매되고 있다. 이렇듯 문화유산이 외국의 거리들과 경매장들에서 골동품 상인들의 배를 채워 주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는 판국에 무슨 보존관리이고 ‘업적’ 타령인가? 참으로 철면피하고 뻔뻔한 인간들이다. 그 ‘잘난’ 인간 덕분에 사람과 강토는 물론이요 민족유산마저 거지 취급당하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탈북자 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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