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서OO씨의 자필편지>
최근 본 방송국에 전달된 편지의 한 단락이다. 발신지는 중국. 겉봉을 뜯어 편지를 읽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편지를 작성한 사람은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현재 억류상태에 있다는 탈북자 서OO(男)씨였다. 강제북송을 앞두고 있다는 그의 결심은 단호하고 확고했다.
“<중략>..결코 나는 조선으로 압송되어 갈 수 없으며 거기에 대처하여 모든 준비를 끝냈다. 준비는 간단하며 해결도 간단하다. 찍어 말하자면 약 3분 정도의 시간이면 해결 가능하다. 2002년 경비국(8총국) 80여단장이 체포되었을 때 1분 만에 목숨을 끊어버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서 씨는 강제북송이 시작된다면 목숨을 끊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인간의 목숨은 죽고 사는 문제가(를) 결정하기가 시간이 걸리고 실행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 없다’ 그가 이렇게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편지에서 밝힌 서씨의 사연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는 중국에 나온 뒤 공안당국의 추격과 고문을 피해 단지 생존하기 위해 만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편지에 따르면 서 씨는 한때 국내 모 기관 관계자와도 연락을 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이 기관은 그의 기대를 저버렸으며, 서 씨는 그들의 처사에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중략>…이전에 OO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시도하였다. 내가 직접이 아니고 3자를 통하여…그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세계 통신, 방송에 공개하려고 한다. 그들이 나에게 한 발언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그의 성함, 연락처를 갖고 있다. 공개여부는 여러분의 의견에 따라 결심하겠다”
서 씨는 비록 기관과의 어떠한 사연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한국 정부에 대한 질의내용에서 ‘한국 정부에 필요한 인간은 어떤 사람들인가?’라고 지적해 이를 짐작케 했다.
“<중략>한국 정부에 묻고 싶다. 한국 정부에 필요한 인간은 어떤 사람들인가? 한국 정부가 필요한 인간들은 한국이라는 국가에 얼마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가? <중략> 나와 같은 인간들을 구출하는데 얼마만한 자금과 인력이 소모되는가? 한국의 이익은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목적하는가, 개인적인 이익인가 아니면 국가적 이익인가?”
중국에서 한국 기관과 접촉했다는 것은 곧 강제북송시 모진 고문과 죽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서씨는 한국 정부에 의한 구조를 믿고 있었으나 수포로 돌아가자 공안당국에 억류된 지금 자살을 결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실제로 서씨는 편지에서 “한국 정부의 정부(국정)운영과 북부 조선인들에 대한 결정 방식이 저질적이고 매우 유치하다. 북쪽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한국에 대한 극도의 좌절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가 무기력하게 마냥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 씨는 편지를 통해 자신이 공안당국으로부터 당한 비(非)인륜적 만행과 한국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를 전 세계에 폭로하려 하고 있었다.
“<중략> 세계적인 영향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소리 방송, CNN TV,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등 여러 방송사들과 통신사들에 편지를 보내려 한다. 권위 있는 세계의 언론, 방송에 실상을 알리려 한다. 국제사회가 여론을 조성하여 중국, 한국 정부의 비인간적 행위에 대해 압력을 가하여야 한다고 생각 한다”
그가 목격한 공안당국의 만행은 끔찍한 것이었다. 탈북자 출신의 한국 국적자인 최모 씨는 전기충격봉으로 고문을 받아 장딴지 피부가 모두 익어버리기도 했다.
서씨는 이번 편지에 앞서 이전에 한 차례 이미 자유북한방송 앞으로 편지를 발송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 편지는 서울까지 전해지지 못했으며, 때문에 그는 한계를 절감하고 전 세계에 자신의 사연을 알리려고 마음먹은 것 같다. 서씨는 국제사회에 대한 호소를 통해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어야 함을 강조했다. 편지 말미에서 밝힌 그의 당부는 뼈를 깎는 듯한 고통과 진정을 담고 있었다.
“<중략> 탈북한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한국 정부와 일부 한국인들은 탈북자들을 바보취급하려 하고 있다. <중략> 누구든지 자신의 고향, 부모, 형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것을 원한다. 누구든지 가족을 버리고 떠나기를 원한 사람은 없다. <중략> 앞으로 여러분과 기타 다른 뜻이 맞는 지성인들이 단합하여 나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달라”
서씨의 편지 말미에는 이런 문구가 씌어져 있었다.
‘관심이 있으면 생각할 수밖에 없고, 생각을 많이 하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끝까지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버림받고 삶을 비관하며 운명을 재촉하는 어느 탈북자의 마지막 절규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궁금하다.
오주한 기자 ohju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