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좌파의 승리

2004 좌파의 승리

남한의 우파 지식인들은 지금 비로소 공포에 질려 있다. 그들은 지난 25년 동안 진행되어 온 남한사회의 좌경화 진행에 대하여 짐짓 믿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2003년이 저물어 가는 지금은 이미 남한이 좌파의 수중에 떨어졌음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

하나의 문명사회는 축이 서로 다른 세 가지 부문으로 구성된다. 경제, 정치, 문화가 그것이다. 남한 사회에서 이 셋 가운데 좌파가 일찌감치 점령한 것은 문화였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연 이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드디어 정치도 점령하였다. 아직 좌파가 점령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경제다.

남한의 좌파는 그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다. 온건한 좌파인 복지국가 내지 케인즈 식 큰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서 김정일을 옹호 내지 사모하는 친북파까지 이른다.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사람의 모든 활동은 그것이 문화이든, 경제이든 정치적 성분의 힘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유효하다.

문제는 이 넓은 스펙트럼이 발생하는 각각 다른 힘을 친북파가 차력(借力)하여 자기네 방향으로 몰고 가는 데 지금까지 잘 성공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바람은 서쪽을 향해 부는데도 돛의 방향을 조정함으로써 잘도 북쪽으로 항해하는 돛단배 사공과 같다고 할까.

예컨대 남한의 문화적 민족주의조차 좌파, 아니 친북파에 온통 편입되고 말았다. 문화적 민족주의에 들어 있는 반외세라는 정체성(正體性) 요소가 갖는 정치적 힘을 친북파가 자기네와의 통일전선 연대의 고리로 삼아 묶는 바람에 문화적 민족주의는 친북파의 따라지로서 반미 반일이나 외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차력술 외에 친북 좌파의 성공적 통일전선 전략으로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상징조작술이 그것이다. 그 핵심은 우파를 악의 세력으로 몰면서 자신의 정체는 한편으로는 신출귀몰하듯 감추면서 한 편으로는 정의의 사자인 듯 꾸미는 것이다.

누가 혹 자기네들을 사회주의자라고 지목하면 냉전적 사고방식 또는 매카시즘이라고 반격했다. 자기네들은 민주화 세력, 진보 세력, 개혁 세력이라는 이름으로만 불렀다. 이것은 우파의 존재 근거를 함몰시키고 우파 스펙트럼을 싸잡아 모두 수구 반동으로 몰기 위한 것이다. 권위주의 우파를 반대해 온 자유주의 우파까지 말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 편으로는 자기네 세력의 외연을 확대시킬 수 있었다. 그 성공은 눈부신 바 있다. 김영삼으로 하여금 가진 자를 고통스럽게 하겠다고 선언하게 했고 그 전에는 전두환으로 하여금 재벌 탄압을 감행하게 했다. 이렇게 심지어 우파의 대통령들을 차례로 상당부분 좌파 정책을 채택하도록 귀순시키는 데까지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친북파들이 자기네 정체를 우뚝하게 드러내려 하고 있다고 보는 우파들이 많다. 송두율의 남한 입성이 그 신호다. 그는 부인과 시인을 오가는 방법으로 선전효과의 진폭을 극대화하면서 자신이 김일성의 본당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그가 국외 추방을 모면하고 미구에 석방되어 남한에서 주체사상 본당으로서 활동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자들이 많다.

또 좌파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거머쥠으로써 정치권력의 장악이라는 단계를 완성하겠다는 기세다. 그렇게 되면 남한은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다. 그 결과의 하나로서 남한은 북한을 대신하여 그때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대립할 것이다.

지금 좌파 세력은 우파 정치인과 재벌기업들 사이의 정치자금 비리를 놓고 법집행기관으로 하여금 남한의 법률에 따라 남한의 자본주의 경제제도를 폭파시키도록 압박하고 있다. 성공하면 내년 총선에서 우파는 궤멸되고 대기업은 사회민주주의의 포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대로라면 이 기 막힌 운명은 일단 피하기 어렵겠다는 것이 우파 지식인들의 공포다.

강위석 (전 월간 에머지 대표, kangwee@m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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