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장도와 銀粧刀

<은장도: 장도는 조선시대에 남녀가 지니고 다니던 작은 칼인데, 은장도는 은으로 만든 것으로서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이 지은 '우리 문화 길라잡이'란 책에 나오는 설명이다. 은장도를 銀粧刀라고 써놓으면 銀으로 만든 장식용 칼이란 뜻이 별도 설명 없이 전달된다. '은장도'라고 한글로 써놓으니 저런 설명을 붙이게 된다. 漢字語를 한글로 표기하면 언어적 낭비가 발생한다. 언어 습관은 짧은 쪽으로 진행하는 성격이 있다. '이쑤시개'보다는 일본어의 '요지'를 더 많이 쓰는 것은 後者가 짧기 때문이다. 漢字는 매우 짧은 단어 속에 많은 의미를 담는다. 매우 효율적이다.

예컨대 實事求是. 漢字를 알면 별도 설명이 필요 없다. 現實과 事實을 기준으로 하여 올바른 판단을 구하는 자세를 가리킨다. '실사구시'라고 한글로 써놓으면 긴 설명이 붙어야 한다. 바쁜 세상에선 의미를 縮略할 수 있는 언어가 살아남는다. 한국인은 最高의 表意문자(한자)와 최고의 表音문자(한글)를 같이 사용해야 의미가 제대로 통하는 기가 막히는 言語구조를 갖고 있다. 두 가지 상반되는 성격의 문자를 混用하면 그 입체성으로 인하여 思考力과 표현력이 極大化된다. 이는 지식과 문화 生成力의 極大化를 뜻한다.

僞善的 이데올로기의 産物인 한글專用은 한국인에게 굴러온 福을 스스로 차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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