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끝난 바그다드 연합군 사령부 기자 회견에서 명언들이 많이 나왔다. 점령국 민정장관(미국인) 폴 브레머는 회견이 시작되자 말자 'We got him'(우리는 그를 붙잡았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이라크 기자들이 일어나더니 환성을 지르면서 '후세인을 죽여라!'로 소리친 것이다. 그동안 이 도살자 때문에 언론자유가 얼마나 억압되어 있었으면 이런 반응이 나왔겠는가.
그 순간 바그다드 거리에선 이라크 주민들이 총을 하늘에다 대고 쏘면서 독재자의 체포을 축하했다. 오늘 덕수궁 담벼락 가까이에는 '이라크 국민들은 파병을 원하지 않는다'는 구호가 걸려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이라크 국민들이란 독재자 후세인의 졸개, 즉 독재자의 주구들일 것이다.
브레머 장관은 또 '오늘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역사적 날이다'라고 말하더니 'The tyrant is a prisoner(폭군은 지금 죄수가 되었다)'라고 선언했다. 이 말이야말로 正義가 구현되는 순간의 자랑스런 선언이 아니겠는가. 언젠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金正日의 체포를 그런 식으로 발표할 날이 와야 할 것이다.
브리핑하던 미군측이 비디오를 틀자, 한 군인이 체포된 후세인의 입을 벌리고 구강 조사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라크 기자들은 또 다시 환성을 질렀다. 후세인 때문에 수십만 명이 학살된 나라에서, 그를 악령처럼 두려워하고 밤마다 악몽을 꾸면서 살던 사람들이 독재자가 죄수 취급을 받는 것을 보고 느낀 해방감 같은 것이 그들의 환성에 담겨 있는 듯했다.
미군의 구강조사에 순순히 따르는 털북숭이가 된 피로한 독재자. 이 발표 직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외무장관 제바리는 '모든 독재다는 비겁자인데 후세인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숨어 산 독재자였다'고 말했다.
이라크 주둔 연합군 사령관 산체스 중장에게 쏟아진 질문은 후세인을 어떻게 재판할 것이냐였다. 미국은 그를 어디에서 재판하느냐에 대해서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라크 국민들의 손에 의하여 후세인이 처단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하나, 다행인 것은 지하시설에 숨어 있는 후세인과 측근 2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총 한 방 쏘지 않았고, 후세인이 저항 없이 생포되었다는 점이다. 히틀러 같은 학살자를 살려서 법정에 세우는 일은 매우 드물다. 후세인의 재판은 인류 역사상 드문 경우로서 특히 김정일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 것이다.
오늘 가장 놀란 사람은 CNN을 매시간 시청한다는 김정일일 것이다. 2년 뒤, 5년 뒤 자신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았을지도 모른다. 김정일은 오늘 밤 잠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盧武鉉 대통령은 어떤 반응일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빨리 대규모 전투병력을 보냈을 것인데라고 후회하고 있을까? 그동안 부시만 욕하고 사실상 학살자 후세인을 비호해온 파병 반대론자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할까. 반전평화주의자로 위장한 친북좌익들은, 또 무슨 건수를 잡아내 이를 침소봉대하여 국민들을 속임으로써 이 판국을 뒤집어놓을까, 그런 궁리를 하고 있을까. 참으로 생각이 많은 밤이 깊어가고 있다.
환성: "폭군은 지금 죄수이다"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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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2-14, 2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