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에 대한 신뢰의 붕괴

'세종시 망국병’에 대처하는 방식도 어느 쪽에서도 욕 먹지 않으려는 중도실용식이다.
이건 공멸의 길! 세종시 문제가 이대로 꼬여가면 충남 공주·연기는 유령 도시가 아니라 동물들만 뛰노는 ‘유령 들판’이 되고야 만다. 원안도 추진 못하고 수정론도 민심의 호응을 얻지 못해 갈피를 못잡는 최악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 이명박을 향해 묻는다. 세종시, 누가 세우려했나? 노무현 아닌가. 왜 만들려 했나?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국가 백년지계 대사를 2002년 대선 때 재미 보려는 제물로 삼은 대국민 기만극, 집권해서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에 휩싸여 대한민국을 갈아엎을 요량으로 천도(遷都)를 궁리한 끝에 내놓은 기형 도시. 명백하다!

노무현의 대국민 기만극에 종지부를 찍고, 천도용 기형 도시 건설을 막는 데 가장 먼저, 가장 앞장서야 할 인물이 대한민국에 누가 있는가? 대통령 이명박. 그래서 보수·우파 정권을 세운 것. 그런데? 대통령 이명박은 ‘세종시 망국병’에 대처하는 방식도 어느 쪽에서도 욕 먹지 않으려는 중도실용식이다. 어쩌면 똑같은지. 국무총리 정운찬 새로 뽑아 뒤에서 숨고,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한테는 충분히 숙고하라고 또 숨고. 대통령 이명박은 “생색은커녕 욕먹는 일만 손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지만, 욕 먹는 일에는 흙 묻히지 않고 생색만 내려는 것으로 투영되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도가 또 주저앉기 시작하고 원안 추진론으로 민심이 뒤집히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는 것. 민심은 무섭다.

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신뢰의 붕괴 현상이다. 이걸 바로 잡아 논의 틀을 빠른 시일 내에 확확 뒤바꾸지 못하면 대통령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노무현이 파놓은 ‘세종시 함정’에서 헤어날 수 없다. 세종시를 바꾸지도 못한 채, 한나라당의 대분열→지역 민심의 대이반→내년도 6·2 지방선거 참패→2012년 총선·대선 패배라는 앞이 훤히 내다보이는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운명은? 대통령 이명박은 실패한 대통령이 되느냐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섰다. 물러설 수 없을 만큼 세종시 문제는 정권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로 커졌다. 대통령 이명박부터 정면돌파의 길로 돌아서야 한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용수철처럼 튀어나와야 민심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첫 단추부터 다시 꿰어야 한다. 내 책임 아래 백년대계 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로!

첫째, 빠른 시일내에 바로 공주·연기로 내려가 대선 때 ‘명품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데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라! 잘못됐다. 표가 급했다. 용서해 달라. 이건 정서의 문제다. 신뢰의 문제이고. 충청 민심을 움직이려는 말들을 서울에서 외치는 건 효과가 별로 없어 보인다.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아무리 기발한 ‘명품 수정론’을 내놓아도 민심을 잡을 수 없다. 둘째, ‘세종시 망국론’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솔직하고 당당한 논리로 국민에게 호소하라! 왜 망국의 길인지 구체적인 통계와 사례를 갖고 애국심에 호소하라. 셋째, 대통령 이명박이 직접 세종시 대안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명박 이름 석 자를 걸고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역설하라! 건설 문제에 관한 한 이명박 이름 석자를 건다면 호소력이 있을 수 있다. 세종시 대안 작업에도 대통령이 직접 뛰어들어 손에 흙을 묻혀야 한다. 넷째, 보수·우파의 축인 박근혜 이회창에게 퇴로를 만들어 줘 모두가 백년대계 앞에서 승자가 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라! 세종시 문제는 한나라당을 뛰어넘어 전국민 사이에서 정치 파워 게임이 됐다. 이걸 정치로 풀어야 한다. 위대한 정치가가 되지 못하면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용박(用朴)·용창(用昌)의 지혜를 짜야 한다. 다섯째, 정부 고시 변경같은 꼼수는 던져버리고 정정당당하게 국회에서 세종시법 개정으로 뚫고 나가라! 대안을 추진하는 과정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

대통령 이명박이 세종시 문제를 바로잡으면 역사적인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기회가 찾아온 것! 세종시 문제는 대통령 이명박에게 이미 숙명처럼 놓여있다. 노무현의 대국민 사기극을 백지화하고 그가 판 함정을 무너뜨려야 한다. 대한민국을 뒤엎으려했던 노무현보다 몇십배, 몇백배 강한 열정과 기백으로!

[[윤창중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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