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
기자는 한국에서 『가장 소통을 잘 하는 사람』, 『가장 바쁜 시민운동가』,『가장 합리적인 진보인사』로 불리는 朴변호사의 책을 읽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의 글은 지난 60년 한국이 이뤄낸 성취(成就)와 북한의 실패(失敗)에 대해 눈감은, 오직 대한민국 약점(弱點) 찾기에만 연연한다. 소위 「외눈박이 사관」의 결정판(決定版)이다.
朴변호사는 「역사를 바로 세워야 민족이 산다」는 책에서 『친일파가 득세한 세상에서 독립운동가와 그 유족들은 마치 「죄인」처럼 살아야 했다. 독립운동 경력은 불온한 전력이 되어야 했다(57p)』며 『이 땅은 정의는 실종되고 힘에 의한 통치가 지속됐다. 독재(獨裁)와 탄압(彈壓), 부패(腐敗)와 불의(不義), 非인간과 反인륜이 그 당연한 귀결로 사회에 만연했다(上同. 60p)』고 주장한다. 이런 내용도 한다.
《우리 현대사는 참으로 정치적 혼란, 권력의 남용과 인권의 암흑시대의 연속이었다. 암살(暗殺)과 학살(虐殺), 의문사(疑問死), 고문(拷問)과 처형(處刑), 투옥(投獄)과 연금(軟禁), 해직(解職)과 해고(解雇), 부당한 재산의 약탈(掠奪)과 몰수(沒收) 등 그 피해의 유형과 피해자의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인권유린(人權蹂躪)이 이 땅을 억압과 수난의 도가니로 몰았다(역사를 바로 세워야 민족이 산다. 서문)》
<『비밀경찰의 나라』,『거대한 감옥』,『폭압정치』,『공포정치』,『동토(凍土)』>
朴변호사가 보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끔찍하다. 『암살과 학살, 고문과 처형, 투옥과 연금, 재산 약탈과 몰수가 이뤄진 암흑시대』였다니? 대체 누구를 암살하고 학살하고 고문하고 처형하고 투옥하고 연금하고 약탈하고 몰수했다는 말일까?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산다는 말인가? 朴변호사는 같은 맥락에서 이승만(李承晩)·박정희(朴正熙)·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정부를 이렇게 평가한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이 12년 만의 장기독재 끝에 이른 몰골은 바로 민주주의의 압살, 그 자체였다...죽음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모든 희망이 사라진 고통의 현장. 그것이 바로 지옥이다. 지옥 같은 고문이 이 땅에서도 일상화된 시대가 있었다...그것이 우리가 살아 온 박정희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시대, 전두환의 「정의로운 사회 시대」「노태우의 보통사람들」시대였다(야만시대의 기록. 서문).》
《전국에 거미줄같이 펼쳐진 이들 정보·수사기관의 지부, 분실 등도 이 나라를 「비밀경찰」의 나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그 희생은 고스란히 이 땅의 일반 민중이었고 민주주의였다(上同. 116)》
《용공조작의 시대, 박정희 정권 : 박정희 정권 그 폭압의 시대...「공포정치」를 더욱 강화했다. 특히 1975년 긴급조치 제9호는 언론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근저에서부터 유린하면서 나라 전체를 동토(凍土)로 만들었다.(야만시대의 기록 3권. 309~310 p》
《고문과 조작의 시대 : ...대부분의 간첩단사건은 실재했다기보다는 당시 정치적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조작되었음이 밝혀졌다. 조작의 과정에서 고문과 강압적 수사가 재개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야만시대의 기록 3권. 313~314p)》
《중앙정보부와 안기부가 최고의 권부로서 정점에 서고 그 지방조직 보안사와 지방부대, 치안본부 대공 분실과 일선 경찰서의 대공과 등이 거미줄처럼 전국적인 감시망을 구축해 전국을 하나의 거대한 감옥처럼 통제하고 있었다.(上同 121p)》
<극소수(極少數) 부작용 사례를 들어 전체(全體)를 부정>
朴변호사에 따르면, 역대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집권기는 『암살과 학살, 고문과 처형, 투옥과 연금, 재산 약탈과 몰수가 이뤄진 암흑시대』일 뿐 아니라 『비밀경찰의 나라』,『거대한 감옥』,『폭압정치』,『공포정치』,『동토(凍土)』 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문과 조작』이 동원됐으며 『대부분의 간첩단사건은 실재했다기보다는 당시 정치적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조작되었음이 밝혀졌다』고 단정 내린다.
그는 좌파정권인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 이후에도 『김대중 정부에서 숫자로 보나 고문의 가혹성에서나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이나 수사절차의 본질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야만시대의 기록 3권 457p)』며『참여정부에서도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上同)』며 공안 시스템 전체를 혹독하게 비난한다.
朴변호사의 주장을 들으면, 역대 정권을 도저히 긍정할 수 없어 보인다. 심지어 암살(暗殺)-국민들을 몰래 죽이고, 학살(虐殺)-국민들을 가혹하게 마구 죽이는 일들이 횡행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사실인가? 이것이 사실에 기초한 것인가?
국가보안법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공안(公安) 시스템은 공산주의의 직간접적 침략에 맞선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우리가 유럽, 북미, 남미 같은 나라였다면, 공산주의 세력과 멀리 떨어진 섬나라였다면 국가보안법은 필요 없을 것이다.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체제가 캐나다, 스페인, 필리핀 같은 정상(正常)국가였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공산주의 대륙 전체와 맞서야 했었고, 전쟁을 해야 했으며, 아직도 전대미문의 김정일 선군(先軍)독재와 맞대결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진나 60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고 공산주의가 종내에는 후퇴(rollback)하고 해체(collapse)되는 전기를 만든 법이다.
암살, 학살, 비밀경찰, 거대한 감옥, 폭압정치, 동토 등의 주장은 사실도 아니다. 국가보안법의 피해를 보았던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하려던 간첩들과 남한 내 동조세력들이었다.
물론 국가보안법이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모든 법이나 제도가 그렇듯 남용(濫用)되거나 오용(誤用)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형법도 마찬가지이고, 근로기준법도 마찬가지며, 국가의 각 기관이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오남용 사례를 과장, 왜곡해 법이나 국가기관 전체를 짓밟고 폐기할 수 없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마치 한 사람의 사소한 잘못을 몇 개 들어 사형을 내리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이다. 朴변호사의 주장에선 「공산 전체주의」로부터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가동돼 온 한국의 안보, 공안, 치안 시스템에 대한 일말의 감사를 찾을 수 없다. 극소수(極少數) 부작용 사례를 들어 전체(全體)를 부정하는 논리의 비약(飛躍)만 있다. 청년대학생이 이런 책을 읽고 무엇을 느끼게 될까? 대체 이 나라를 어떻게 긍정할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