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실 대표.
2002년 개봉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있다. 도발적인 제목의 이 영화는 결혼에 대한 현실감각이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확고한 여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 속에서 결혼과 사랑이 갖는 의미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여주인공 연희는 소개팅에서 만난 남성과 ‘초고속’으로 잠자리를 함께 하는 관계에까지 이르지만 ‘연애는 연애, 결혼은 결혼’이라는 신념으로 학벌, 직업, 재력 등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성을 남편으로 맞이하려 한다. 사랑보다는 조건이 우선시되는 오늘날의 다소 씁쓸한 결혼 풍속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결혼에 있어서 사랑은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임이 분명하다. 아니, 가장 확고한 기준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더구나 그 결혼이 남북을 잇는 통일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면 사랑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2009년 현재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의 수는 통일부 집계상 1만 명을 넘어 이제 약 2만 명 규모에 다다르고 있다. 그리고 그 중 약 70~80%가 여성이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여성들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낯선 사회, 낯선 풍습, 그리고 고치기 힘든 말투까지. 모든 것이 ‘낯섬’ 투성이다.
그 가운데에서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외로움’이다. 탈북여성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북한 혹은 중국에서 가족을 잃은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 아픔을 딛고 홀로 낯선 이 땅에 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탈북여성들은 고충에서 벗어나게 해 줄 반려자를 찾게 되며, 남한 사회로의 동화(同化)에 도움이 될 “남편”감을 찾게 된다. 이러한 남남북녀 간의 결혼은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북한 사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남북 간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남남북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곳이 바로 탈북자 2만 시대를 맞아 최근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직업인 ‘남북 결혼컨설턴트’다. 서울에만 해도 이미 남북 이성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결혼컨설팅 회사가 여러 곳 개설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강서구 등촌동에 소재하고 있는 ‘남남북녀 탈북여성 전문 결혼정보회사’의 강옥실(女) 대표는 특별하다. 평양 출신으로 2002년 두만강을 건너 남한에 입국한 뒤 하나원을 25기로 졸업한 강 대표는 그 자신이 결혼컨설팅을 통해 남한 남성과 결혼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 남남북녀의 만남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반세기 넘게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의 차이를 한 순간에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때문에 결혼한 이후 급속도로 사랑이 식어 반목하다 갈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결혼에 이르는 방식의 문제일 뿐”이라며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성공적인 결혼의 길이 분명 있다고 단언한다.
17일 본 방송은 KBS한민족방송 등에 출연해 이웃 집 이모, 혹은 이웃 집 언니와 같은 친근하고 푸근한 모습으로 남남북녀의 성공적인 만남을 설파해 온 강옥실 남남북녀탈북여성전문결혼정보회사 대표를 만났다.
기자:안녕하십니까?
강옥실 대표(이하 강):안녕하십니까?
기자:회사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강:남남북녀 결혼정보회사는 남한의 남성과 북한에서 오신 탈북여성들을 행복한 가정으로 맺어주기 위해서 2006년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기자:어떤 계기로 결혼컨설턴트라는 직업을 갖게 되셨는지? 혹 특별한 계기라도.
강 : 다 아시다시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 78% 정도가 여성들이잖아요. 독신으로 혼자 탈북하신 여성분들이 주위의 소개로 한국 남성분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실정을 잘 모르다 보니까 상대의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 생활을 하게 되면서 비로소 남자가 신용불량자라든가, 또 온전한 직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요. 그러니까 결혼 생활을 얼마 못하고 서로 헤어지는 것을 많이 보게 되었어요. 저희 부부도 한국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 만났거든요. 저는 결혼정보회사를 믿고 결혼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신원확인을 해주고 또 좋은 남자가 있으면 우리 북한에서 오신 여성들에게 소개해주었을 때 우리처럼 잘 살면 그것도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결혼정보회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강 대표도 함께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남편을 결혼컨설팅 회사를 통해서 만났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로부터 상대에 대한 정확한 이력을 파악하고 조언을 받은 것은 끝에 인연을 맺은 것이 사랑이 넘치는 성공적인 결혼 생활의 비결이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여성들은 보통 사회에 나온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서둘러 결혼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자 백OO(男)씨는 “수료생 300명 중 부부가 함께 온 경우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며 “때문에 여성 중 80% 가량은 남한에서 결혼 혹은 재혼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결혼을 서두르는 까닭은 외로움이 가장 큰 원인이다. 통일부도 이러한 탈북여성들의 고충을 고려해 북한에 남겨진 기존의 배우자와 이혼할 수 있는 법안을 2007년 마련했지만, 막상 결혼 혹은 재혼 이후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못해 이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낳았다. 탈북여성들이 이같은 피해를 당하는 이유는 강 대표의 말대로 한국 실정에 어두운 나머지 타인의 말이라면 대부분 곧이곧대로 신뢰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남남북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에 앞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었다. 사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기자가 목격한 바로도 남남북녀가 갈라서는데 있어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신뢰의 부족이었다.
직장이 있다던 남한 남성이 결혼 이후 집안에만 눌러앉아 갖은 변명을 대며 탈북 여성이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사는 경우, 착하게만 보이던 탈북 여성이 결혼 이후 갖은 방법으로 남한 남성을 속이며 바람을 심하게 피우는 경우 등 신뢰가 결여된 결혼 생활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 결국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상처라는 덤까지 안은 채 남남으로 갈라섰으며, 나아가 사회에 대한 신뢰와 희망까지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했다.
사랑이라는 묘목이 나무가 되어 천년만년 든든히 버티게 해 줄 신뢰와 믿음이라는 이름의 뿌리만 있다면 이러한 아픔 없이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신뢰만 있다면 서로의 문화적 차이는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강 대표가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신뢰였다.
기자:약 수백 명 가까운 탈북여성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회사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결이 있으신지요
강:아무래도 신원확인을 철저하게 해준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이후에 문화적 차이, 성격 차이 같은 것은 본인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제하면서 조언 속에 가늠해나가니까 좋은 반응을 얻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체로 남한 남성들은 탈북여성이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말을 하고 탈북여성들은 남한 남성이 ‘짠돌이’라는 말을 하지만 (신뢰만 있다면)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봐요. 실제로 회사를 통해 맺어진 부부 중 2세도 낳고 잘 사는 부부들이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강 대표의 회사는 신원 인증 대행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저렴한 수수료를 통해 학력과 직장은 물론 미혼임을 입증하는 호적을 인증받을 수 있다. 회원가입을 위한 구비서류도 재직증명서와 혼인관계 증명서 등이 필수다. 강 대표도 이날 인터뷰에서 “매 가정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거짓 없는 정확한 프로필을 바탕으로 남남북녀가 결혼에 이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남남북녀 부부는 많은 이점이 있다.
탈북 여성들의 강한 생활력과 순수함은 가정 경제를 견고하게 유지시키며 화목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 또한 탈북 여성이 만들어내는 견고함과 화목함은 가정 경제에 대한 남한 남성의 부담을 줄여주고 따라서 사회생활을 한 층 활력 있게 만든다. 서로의 시너지(Synergy) 효과가 부족함 없는 가정을 잉태하는 것이다.
게다가 탈북 여성은 남한 출신 배우자와의 생활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낯선 사회에 동화되어 간다. 남남북녀의 가정을 장차 다가올 통일 한국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성공적 결혼 생활은 곧 성공적 통일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강 대표의 생각도 이와 같았다.
기자:남남북녀의 가정은 마치 통일 한국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의 결혼은 국경을 초월한 만남인 만큼 사람과 사람이 이미 작은 통일을 이루는 것임이 분명해요. 또 가까운 훗날 통일이 됐을 때에도 남남북녀로 맺어진 가정들은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차이를 극복한 좋은 통일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까지에는 동서독 남녀의 결혼이 큰 기여를 했으며, 90년 독일 통일 이후에도 동서 간의 이질감을 무너뜨리는데 다름 아닌 결혼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통계에 따르면 독일에는 각기 서독과 동독에서 성장해 결혼한 가정이 약 200만 쌍에 이르며, 대략 5명 중 한 명(18% 비율)의 동독 출신 남녀가 서독 출신 남녀와 결혼한 상태이다.
191년 베를린장벽 설치 이전까지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한 사람의 수가 250만 명임을 감안하면 200만 쌍의 가정 중 통일 이전에 결혼한 가정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만과 실질적 분단국인 중국도 ‘하나의 중국’을 위한 전략에 있어서 양국 간의 결혼에 큰 중점을 두고 있다. 90년대 중반 ‘중국의 꿈(中國夢)’을 저술한 저자는 “90년대 중반까지 대륙에서 대만으로 시집간 수가 5만여 명에 이르며 전화통화 수도 하루 10만여에 달한다”며 “이미 그들은 양안교류의 활성화에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
진선락 기자 dmsgur325@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