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정말 없어져야 옳았던가 봅니다

통일부는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이름입니다.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라는 이름이 자극적이라서 승인할 수 없다는 통일부의 태도를 보고 깜짝 놀라서 보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도 아니고 이명박 정권의 공무원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게다가 차관까지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라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애초에 통일부를 없애는 안이 나왔을 때 그래도 뭔가 통일부의 기능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지금의 통일부는 정말 없어져야 옳았던가 봅니다. 무엇이 누구에게 어떻게 자극적이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고, 정치범수용소의 현실에 대해 [완전통제구역](안명철), [세상밖으로 나오다](신동혁), [수용소의 노래](강철환)을 통해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통일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분노가 느껴집니다.

지금 통일부가 북한에 대해 통일전선전술을 펼치려고 하는 것일테지요? 이른바 햇볕정책을 운운할 때 많이 들어본 얘기같습니다. 북한의 무엇을 자극하지 않고, 북한과 어떤 일을 꾸미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이런 논리라면 한국의 통일부는 북한의 독재 연장기구가 틀림없다고 여겨집니다. 게다가 정부가 직접 나서서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한 개 작은 NGO의 이름에까지 이런 식으로 관여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NGO와 정부의 관계에 대해서도 심대한 착각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이제 통일부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에는 애초에 통일부라는 이름조차 없었지만 통일을 선물로 얻었습니다.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라고 노래 부르지 않았어도 서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들도 생존권과 인권을 누려야 한다고 보았다고 합니다. 동독인들에게도 인간으로서 동포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성이 유지된다면 굳이 통일이 아니어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서독인들이 가장 철저히 감시한 것이 동독 정부의 인민에 대한 인권 유린의 문제였습니다. 동서독이 가장 길게 경계를 접해 있었던 니더작센주의 잘츠기터시에 설치한 <인권침해중앙기록보존소>는 동독이 내내 폐쇄를 요구했지만 서독이 떳떳이 유지했던 동독인권지킴이였습니다.

서독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낱낱이 기록하여 공표하는 것에 대해 동독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사회주의권에서 그나마 동독이 인권이나 생활조건이 나았던 것은 동독 인민을 걱정하고 지켜주는 서독의 국가적 사명과 무뚝뚝하지만 의로운 서독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굶어 죽지만 않고, 정치범수용소와 같은 곳에서 상상치도 못할 유린을 당하며 죽어가지만 않는다면 굳이 통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견해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정권, 정부의 일각은 물론이고 상당한 지식인들이 북한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유린과 생활조건을 가려주면서 북한 독재를 안전하게 해 주겠다는 의견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죄악입니다. 국가적 죄악입니다. 법감정으로도 종교적 관점으로도 묵과할 수 없는 이와 같은 국가적 범죄가 지금 한국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참으로 실감합니다. 정치범수용소해체는 통일부가 민관의 협력으로 가장 열심을 기울여 이루어내야 하는 통일 업무입니다. 그런데 한 개 NGO의 이름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북한 독재를 온존시키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통일부가 하루 빨리 해체될 것을 대통령께 탄원하고자 합니다. 이제 이와 같은 비정상적 공무집행기관 및 공무원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하며, 비겁하고 주눅든 태도로 통일을 왈가왈부하는 정부는 다시는 탄생해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독은 동독이 아니었다면 지상천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경제적 풍요를 구가했습니다. 그래도 동독을 떠안아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옳은 일입니다.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과연 통일을 선물로 달라고 할 자격도 없습니다. 통일부는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이름입니다. 제발 통일은 그만 두고라도,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유린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정치범수용소를 유지하고, 공포로써 인민을 다스리는 독재자와의 타협만이라도 그만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부의 담당 사무관과 과장 국장 차관 모두 실명을 밝혀 주십시오. 그분들께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책을 선물하겠습니다. 그리고 참을 수 분노를 그 분들께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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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는 자극적이라 불허(不許)?!

김성욱

사단법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대표 김태진)」는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설립 취지에 맞게 단체 이름을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약칭 정해본)」로 바꾸려 하는데, 주무관청인 통일부가 허가해주지 않는 것. 『명칭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게 통일부 불허(不許) 사유이다.

2003년 6월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이 주도하여 만든 이 단체는 『정치범수용소 해체가 북한민주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설립 당시부터 단체 이름으로 내걸었으나, 통일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실패했었다』며 『5년 후 명칭 변경 역시 통일부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통일부 담당자인 A사무관이 말하는 「정치범수용소해체 운동본부」 명칭 변경 불가 사유는 『정치범수용소해체라는 표현이 북한정권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단체가 정치범수용소해체를 내 건 이름으로 세미나라도 하게 되면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는 내 개인적 생각이 아닌 간부들 판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A사무관은 「장관 차관도 똑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장관님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과장, 국장, 실장 님 이하 마찬가지 판단이시며 차관님도 이 사안에 대해 파악하고 계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정치범수용소해체는 어차피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활동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측은 통일부 해명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 상 북한정권은 반국가단체인데, 정치범수용소해체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정권의 비위를 거스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포기하는 주장일 뿐 아니라 지나치게 굴종적(屈從的) 태도』라는 것이다. 이 단체 한 운동가는 『정치범수용소에서 저질러지는 끔찍한 인권유린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북한 자극」 운운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측은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 명칭 변경이 관철될 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김태진 대표는 『북한민주화의 알파와 오메가는 정치범수용소 해체』라며 『통일부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계속 「김정일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면, 법적인 수단을 비롯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金대표는 「15호 관리소」로 불리는 요덕수용소 출신이다. 그는 첫 탈북 후 요덕수용소에 4년간 수감됐었고 풀려난 이후 다시 탈북,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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