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를 주목하라”
지난 8월 필립 골드버그 미국 국무부 對北제재 조정관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알렉세이 보로다보킨 러시아 외무차관과 김정일 해외 비자금 문제를 협의하는 등 북한과 러시아 마피아의 유착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태평양의 작은 섬이 주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남태평양 길버트제도 서쪽에 위치한 인구 1만1000명의 소국 나우루(Nauru). 정식 명칭이 나우루 공화국인 이 섬은 국토면적 21㎢의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섬나라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 이후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 세탁을 대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마피아와 북한의 유착관계에서 이 섬이 주목받는 이유는 나우루가 오래 전부터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주요 돈세탁 장소였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연방(UAE)과 함께 높은 국민소득을 자랑했던 나우루는 富(부)의 원천인 인광석이 고갈되고 관광산업마저 무너지면서 급격히 몰락했으며 이때부터 러시아 마피아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검은 돈이 세탁되는 장소로 전락한 것은 나우루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다.
실업률이 90%에 도달하고 국민의 10%가 호주 정부의 난민수용소에 의존해 연명하는 등 사실상 국가 부도사태를 맞자 100개가 넘는 역외은행을 개설해 러시아 마피아 등 국제 범죄조직의 돈세탁을 전담한 것이다.
비록 나우루는 공식적으로는 돈세탁방지법안을 제정했지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조사 결과 금융부문 감독체제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대표적인 자금세탁방지비협조국가(NCCT)로 손꼽혔다.
한국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나우루에서 세탁된 러시아 마피아의 검은 돈 총액은 700억 달러(한화 약 80조원)에 달했다.
이후 나우루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압력을 받아 2003년 6월 나우루 은행(Bank of Nauru)을 제외한 139개 모든 역외은행의 면허를 취소하고 역외은행 업무 종료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러시아 마피아의 돈세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02년 12월 미국에 의해 돈세탁 주요 우려국가로 지정된 나우루는 역외은행을 폐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혐의가 해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돈세탁 주요 우려국가로는 미얀마와 나우루가 있다.
러시아 마피아가 나우루를 김정일 해외 비자금의 돈세탁 장소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은 나우루와 북한이 수교관계인 점에서도 한층 높아진다. 1979년 남한과 수교한 나우루는 82년 북한과도 수교했다.
지난 기간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이 세탁되어 온 장소로는 스위스가 있지만 올해 6월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대북 금융제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은 한국 정부로부터 북한이 스위스와 중국 등지에 개설한 불법 거래 은행계좌 20여개를 넘겨받아 현재 추적에 착수하고 있다.
일본의 인권단체 ‘아시아 인권’의 켄 카토 대표는 지난 25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스 의회 등에 김정일 해외 비자금 계좌 동결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낸 결과 미슐린 칼미 레이 스위스 외무장관으로부터 “자국 금융거래처에 북한의 불법자금이 투자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우루에서의 김정일 해외 비자금 세탁이 사실일 경우 이러한 현상은 러시아 국내 정세와 맞물려 앞으로 한 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러시아 경제의 약 40%를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심지어 정계에도 진출하고 있는 러시아 마피아의 세력이 위협적으로 거대해지자 최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서 “조직에 속해있기만 해도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자국내에서의 범죄행각 단속을 강력 경고했다.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
김정일, 태평양에서 돈 세탁
- 오주한(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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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27, 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