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언어습득능력은 生得的(생득적)이다. 특히 母國語(모국어) 습득은 걷기나 달리기 처럼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아기들이 기고 앉고 서고 걷고 달리기 등 운동능력을 갖추기 위해 특별히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모국어의 습득을 위해 모국어의 말하기와 듣기를 특별히 배울 필요는 없다. 모국어능력의 발달은 운동능력처럼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만약 모국어의 말하기와 듣기를 학교나 학원에 가서 배워야 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말을 제대로 못할 것이다. 언어는 배우는 것이 아니고 신체의 발달처럼 선천적으로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백치만 아니라면 인간은 지능에 관계없이 언어를 자동으로 습득하게 된다. 언어습득능력이 인간의 유전인자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습득능력을 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라고 한다. LAD 덕택에 우리 인간은 수도 없이 많은 단어와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복잡하고 精巧(정교)한 문법과 음운체계를 적어도 모국어에 한해서는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LAD는 神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값진 선물이라고 해도 誇言(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LAD는 언어형성기가 지나면서 점점 退化(퇴화)되어 사춘기에 이르면 거의 소멸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사춘기 이후에는 언어를 자동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으로서 배워야한다. 그래서 사춘기이후에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사춘기 이후의 외국어 듣기-말하기 능력의 습득은 대단히 어렵다.
언어를 담당하는 뇌신경이 모국어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原語民(원어민, native speaker)처럼 발음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와서 세계적인 학자로 이름을 날리고 국무장관이 되어 세계를 縱橫無盡(종횡무진)으로 다니던 키신저의 영어는 아직도 독일어 악센트이다. 독일어와 영어가 사촌관계인 데도 이런 것이다.
한국인의 모국어는 한국어이다. 그래서 영어는 모국어처럼 자동으로 습득하지 않고 知的(지적)인 학습을 통해서 습득하여야 한다. 더구나 한국인은 LAD의 소멸시기에 영어학습을 시작하며, 언어환경이 거의 100% 한국어이고, 한국어와 영어의 文法(문법)과 音韻(음운)의 체계가 너무나 相異(상이)하기 때문에 영어의 습득이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敎授法(교수법)을 도입하고 아무리 유능한 교사가 아무리 잘 가르쳐도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영어학습에 쏟아 붓는 엄청난 노력과 열의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거의 대부분은 영어습득에 실패한다. 특히 영어듣기-말하기의 습득은 극소수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실패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영어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에 태어나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다닌 학생은 한국 최고의 대학을 나와도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고는 영어듣기나 말하기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TV에서 CNN이나 BBC 방송이 24시간 흘러나와도 들어볼 엄두도 못 낸다. 영어로 깊은 지식을 요하는 토론은 도달 불가능의 이상이 되어 있다.
그러나 독해능력의 습득은 LAD와 음운체계나 언어환경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중국사람을 만나거나 중국어를 듣거나 말할 기회가 전혀 없어도 한문독해에는 능통할 수 있었고 중국의 書籍(서적)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언어습득에 있어서 독해능력은 음운의 습득과는 관계없이 배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듣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책은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영어도 비록 듣기와 말하기 능력은 많이 모자라도 영문독해는 뛰어나게 잘 할 수 있으며 현재의 학교교육만으로도 독해의 기본능력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그래서 비록 영어의 듣기와 말하기 습득은 실패하였지만 독해능력 습득에는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영어독해능력의 습득은 대체로
1. 문법지식 습득과정
2. 지도교사와 참고서의 도움을 받는 독해
3. 지도교사나 참고서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 독해
의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겠다. 2단계에서 3단계로 가는 과정이 독해능력 학습의 고비가 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1단계와 2단계에서 독해학습을 끝내버리기 때문에 노력만 하면 누구든지 가능한 3단계의 자립적인 영문독해능력을 습득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학교에서는 자립적인 영문독해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듣기-말하기 위주의 영어교육에서 독해능력 배양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여야 할 것이다. 적어도 상위 10%의 학생들만이라도 자립적 독해능력을 습득하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노력에 비해서 성공률이 매우 낮은 듣기-말하기 학습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독해력 습득에 듣기-말하기 이상으로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어독해능력 성취는 듣기-말하기에 비해서 비용과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게들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의 듣기와 말하기를 전혀 못하여도 언어생활에 어떠한 불편도 겪지 않는 한국적 언어환경에서는 영어듣기-말하기 교육 이상으로 영어독해능력의 향상에도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며 실용적인 영어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영어회화광풍으로 인해 영어 듣기-말하기는 고사하고 학교교육으로도 성취 가능한 영어독해도 제대로 못하는 영어 文盲(문맹)만 量産(양산)하는 현재의 영어교육풍토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첨단의 지식과 정보는 口語(구어)보다는 주로 文語(문어)를 통해서 획득하게 된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에서는 한국적 언어환경에서는 성과를 거두기가 대단히 어려운 영어 읽기-말하기 교육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바람에 영어독해능력향상의 중요성이 무시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다.
고등학교를 최상급으로 졸업하고 명문대학을 나와도 세계 최고의 시사교양誌(지)인 TIME과 The Economist, 영어 原書(원서), 영어 고전 등 최고급의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영문교양자료에 좀처럼 접근을 하지 못하는 영어문맹의 젊은이들이 많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너무나 큰 손실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교수, 정치인, 고급공무원, 법조인, 의사,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의 대부분도 영어 文盲(문맹)이어서 세계최고의 지식과 정보에 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다. 영어능력이 없으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시야가 좁은 까막눈의 엘리트들이 너무나 많다. 이들이 나라를 이끈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국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하고 안타깝다.
영어 文盲(문맹)만 양산하는 한국영어교육
- 朴承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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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14, 10: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