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의 제일 큰 피해지, 함흥市

北통신원 “지금 분위기는 살벌”…적극적이고 생활력 강한 성품의 주민들 김정일 독재에 대항할 수도.
13일 본 방송국의 함경남도 통신원이 전한데 의하면 북한에서 이번 화폐개혁의 제일 큰 피해지는 함흥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함흥시는 북한에서 평양 다음으로 큰 도시이고 북한에서 중요 공업지구이지만 주민들의 생활은 그 어느 지역보다 가난했다. 아마 90년대 중반 수백만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 제일 많은 아사자를 기록한 지역이 함흥시일 것이다. 당시 함흥시 주민 평균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굶어죽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북한의 화폐개혁에서도 주민들의 피해가 제일 많은 지역이 함흥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사회와 지리적 특성을 살펴보면 지역마다 고유한 ‘돈의 색깔’이 있다.

예를 들면 국경도시들의 돈은 중국과의 밀무역으로, 혹은 탈북자들의 송금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평양 주민들 속에서 유통되는 돈은 권력형 부정축재의 돈 혹은 체제 차원의 외화벌이 과정에서 일부 권력계층의 인간들이 ‘꿀꺽’해버린 돈이다.

따라서 국경도시들과 평양시의 장사꾼, 부유층들은 대체로 외화를 보유하고 있었다. 더욱이 92년의 화폐개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북한 돈을 외화로 바꾸어 보유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 북한사람들 속에서는 ‘당한 사람이 머저리’ ‘그럴 줄 몰랐더냐’라는 말이 많이 떠돌고 있다. 그 말은 김정일 정권의 강도적 속성을 모르고 살았느냐, 모르고 살다가 당했으니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다고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그 말은 또한 많은 사람들이 화폐개혁을 예견하고 외화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함흥지역 사람들의 돈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김일성은 함흥시를 ‘노동계급의 도시’라고 말하곤 했다. 그 말은 함흥지역에 빈곤층인 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 인구밀도가 제일 조밀한 곳이 흥남비료공장과 용성기계공장이 자리잡은 함흥시 용성구역과 흥남구역이라고 한다.

그 지역 사람들의 생존수단이야말로 공장에 바치는 노동력이었다. 따라서 식량배급이 중단된 90년대 중반 제일 많이 굶어죽은 사람들이 그곳 주민들이었다. 또한 그 이후 골목경제와 시장 활동에 제일 빠르게 적응한 것도 그곳 주민들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자신의 삶은 자신만이 책임진다는 무자비한 생존원리 속에서 지독하다고 말 할만치 끈질기게 시장 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지금은 그들이 밥은 먹고사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들의 돈은 모두 시장과 장사에서 한 푼 두 푼 만들어진 돈이었다. 그 말은 그들이 외화가 아니라 북한 돈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이번 화폐개혁은 그들이 10여 년간 ‘뼈 빠지게’ 번 돈을 모두 휴지로 만들어 놓았다.

소식통이 전한 바에 의하면 함흥시의 지금 분위기는 살벌하다. 정권과 주민들의 대치상태가 지속된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치면 터질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정권은 위협도 하고 얼리기도 하면서 주민통제에 주력하고 있지만 심지어 일부 간부들까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큰일을 벌려놓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화폐개혁을 진행하면서 평양에서는 함흥시의 치안을 특별히 우려해 국가보위부 간부들을 파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참고로 함흥시는 과거 김 부자(父子)가 미워하고 싫어한 지역이기도 하다. 김일성은 함경남도 지역을 ‘개가 나오는 지역’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방 후 김일성이 북한에 공산당을 만들고 정권을 세울 때 제일 힘겨웠던 지역이 함흥이라고 한다. 지방주의의 텃밭 속에서 김일성의 정치를 가장 많이 거역한 것이 함흥 사람들이다. 그런 이유로 김일성은 함흥 사람들을 두고두고 미워했다. 걸핏하면 함흥 사람들이 ‘함남도 제일주의를 한다’고 비난하곤 했다.

북한에도 각 도를 단위로 사람들의 고유한 성격을 특징짓는 경향이 있는데 함경남도 사람들은 강한 것으로 인식된다. 북한에 ‘함남도 사람들은 껍데기를 벗겨놔도 천리를 뛴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많이 과장된 말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함경남도 사람들이 지독하다는 뜻이다.

북한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 속에서 꼭 두드러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십중팔구 함경남도 사람이다. 실례로 누가 불쌍하다, 도와줘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할 때 “뭐가 불쌍한가”라고 반박하는 사람을 보면 그는 반드시 함경남도 사람이다. 또한 사람들이 한 사람을 따돌리는 일이 있을 때 “그러지 말라. 너희들은 어떤데?”라고 반박하는 것도 십중팔구 함경남도 사람이다.

80년대 북한에서는 군대의 군관(장교)들 중 함경남북도 출신이 40%라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은 ‘함경남북도 출신들의 출세를 제한시킬 데 대한 김일성의 가르침’ 속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물론 그것은 6.25전쟁 시기, 황해도나 평안도와 달리 함경남북도 지역은 미군의 점령지역이 적거나 점령기간이 짧아 함경도 사람들의 계급적 ‘가정주위 환경’이 비교적 깨끗하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그 지역 사람들이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함흥지역 사람들이 생활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판단력이 있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특징지어지는 함경남도 함흥지구 사람들, 그들이 지금 바라는 것, 열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에서 김정일 독재 정권에 대한 첫 타격은 함경남도 함흥시 사람들에 의해 터지지 않을까 예언해본다.

진선락 기자 dmsgur32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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