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天機누설: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의 核보유를 지지”

“그들은 우리의 입장에 同意(동의)하고, 同情(동정)하고, 이해하였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대하는 면에선 우리의 선배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일방적) 무장해제에 반대하였습니다. 우리의 核(핵)보유에 반대하는 것은 미국뿐입니다.”
*김정일의 불만 토로: “내가 연극을 한 것인가”

2004년 5월22일 두 번째로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김정일과 회담하고, 북한이 2002년 10월에 돌려보낸 다섯 명의 피납 일본인이 북한에 남겨놓은 가족들을 데리고 귀국하였다. 이 회담에서 김정일은 고이즈미 총리가 日北(일북)수교를 핵심으로 하는 2002년 수뇌회담의 약속(‘평양선언’)을 지키지 않았다고 항의하였다. 작년 NHK가 입수한 회담록에 따르면-.

“나로서는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 합의를 해도 끝나자마자 또 다시 약속이 뒤집어지는 상황이 생길까 염려됩니다. 전번 회담 때 우리는 과감하게 납치문제를 마무리 지어 이것으로 문제는 끝날 줄 알았는데, 총리께서 귀국하자마자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하여 나로선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정부 수반의 權限(권한)은 있을 것인데, 수반의 권한이 이렇게 간단히 뒤집어지는 것을 보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나는 총리의 상대역으로 연극에 출연한 셈이 되는 것이고, 그 뒤로는 좋은 일이 아무것도 생길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장면을 곁에서 지켜본 일본 외무부 아시아-大洋洲(대양주) 국장 야부나가 미토지는 이렇게 평하였다.
“김정일은 여론이 힘을 쓰는 민주주의 국가에 대하여 혼란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이것은 체제의 차이이고, 인간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체제와 그러지 못한 체제 사이의 이해의 갭이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인들은 북한 정권의 하는 행동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였으니까요.”

미토지 국장의 관찰은 매우 흥미롭다. 북한주민들을, ‘친애하는 지도자를 決死(결사)옹위하는 총폭탄’ 정도로 취급하는 데 익숙해진 김정일은 몇 사람의 생명을 위하여 정부와 언론이 그렇게 야단을 치는 데 대하여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자유민주주의의 根幹(근간)인 개인의 생명과 자유에 대한 국가적 존중심을 이해하지 못한 김정일의 敗着(패착)이었다. 이 경우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인 진실-正義(법)-자유가 북한체제의 특징인 거짓과 폭력을 無力化(무력화)시킨 셈이다. 김정일의 명령으로 희생된 115명의 무고한 생명과 지옥으로 끌려간 일본인 납치자의 원한이 한국과 일본의 義人(의인)들을 통하여 김정일을 지금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의 중대 발언: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의 核보유를 지지”

고이즈미-김정일의 2차 회담이 있었던 2004년 5월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제2차 北核(북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이 북경에서 열리고 있을 때였다. NHK가 입수한 회담록에 의하면 김정일은 熱辯(열변)을 토한다. 고이즈미를 앞에 두고 90분 회담의 약3분의 1을 “왜 우리는 핵을 가질 수밖에 없느냐”라는 설명을 하는 데 썼다.

고이즈미 총리는 “核(핵)을 포기하여 얻는 이득이 核를 가져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많다. 天地(천지) 차이이다”라고 설득하였다. 그러자 김정일은 “그런 경제적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하여 핵무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반박하였다.

“미국은 우리를 선제공격하기 위하여 책상 위를 가득 채울 정도의 계획서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로선 기분이 나쁩니다. 상대가 몽둥이로 때리려 하는데 가만히 참고 있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하여 핵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라크는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의 미국의 희생양이 되었어요. 우리의 생존권이 보장된다면 핵무기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겠지요.”

김정일은 또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의 核 보유를 지지하고 있다"고 놀라운 주장을 하였다.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하여 우리 입장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입장에 同意(동의)하고, 同情(동정)하고, 이해하였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대하는 면에선 우리의 선배가 되는 나라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일방적) 무장해제에 반대하였습니다. 우리의 核(핵)보유에 반대하는 것은 미국뿐입니다.”
김정일은 계속하여 獨白(독백) 같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민주국가 지도자들끼리의 회담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 이어졌다.
“미국이, 자신들이 저지르는 일은 젖혀두고 우리에게 핵무기의 완전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言語道斷(언어도단)입니다. 완전폐기는 敗戰國(패전국)에 대하여 강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라크와 같은 패전국이 아닙니다.”

* “리비아는 미국 시나리오에 이용된 것”

고이즈미 총리는 리비아가 그 여섯 달 전에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한 것을 북한이 참고로 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도 김정일은 반발한다.
“내 개인 의견으로는 리비아가 미국이 쓴 시나리오에 따라 연극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아무 것도 만든 게 없으면서 있는 척하여 미국이 세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데 이용당한 것이라고 봅니다.”
고이즈미는 “김 위원장은 오해하고 있다. 미국은 先制(선제)공격 의사가 없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하여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낫다”고 말하자 김정일은 본심을 드러냈다.
“문제는 미국이 남조선 일변도의 정책을 쓰면서 그들을 동맹국, 우리를 敵(적)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진정으로 大國(대국)답게 행동한다면 모든 나라를 평등하게 대하고 우리를 敵對視(적대시)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김정일은 미국과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핵무기를 먼저 폐기할 수 없고, 핵시설을 凍結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하였다. 고이즈미는 그런 뜻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북경에서 진행중이던 6자 회담의 역할에 대하여 김정일은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6자회담에서) 미국과 함께 목이 쉬도록 二重唱(이중창)을 부르고 싶습니다. 다른 네 나라는 오케스트라 반주를 잘 해주기를 바랍니다. 반주가 잘되면 노래도 잘 나올 것입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