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서 썩는다.」는 노무현의 말이 대한민국에선 진리인가? '군대 가서 썩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도 되고 국무총리도 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여튼 '난 사람'치고 '군대가서 썩은'사람이 없다.
그러고 보니 '국군최고통수권자'인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10명 가운데 군인(장교)출신은 3명밖에 안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느냐? 그것은 한마디로 文民優位문민우위, 武人蔑視무인멸시의 시대였음을 말한다.
한때 군사문화, 군사독재라는 말이 홍수를 이룬적이 있었다. 장군 출신인 박정희시대 18년과 전두환 집권 7년, 그리고 역시 장군 출신인 노태우정권 5년까지, 인물로는 10분의 3이지만 집권기간으로는 무려 30년간이었으니 1948년의 건국으로부터 따지면 절반의 시기를 군인출신이 집권한 셈이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많은 文民문민들은 그 30년이 지겨웠을 것이다. 정치적 자유나 민주주의 보다는 國富국부와 强兵강병을 우선하는 군출신 권력자들이 엄청 미웠을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부터 노태우정권 말까지의 30년은 한국정치에 있어, 적어도 조선왕조 5백년과 그 후의 한국의 문민-보수정치 흐름에서 볼 때 일종의 '혁명적인 예외'의 시기였다. 한국의 문민-보수정치의 특성은 '정치를 위한 정치' 위주의 보수문민 閑良한량들이 離合集散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펼치는 권력쟁탈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 시대를 前後전후한 한국의 정치상황을 보면 군출신 통치시대가 한국정치사의 예외적인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이승만독재'가 끝난 후 5.16까지의 1년남짓한 기간과, 박정희 암살 이후의 '서울의 봄'까지의 정치상황을 반추해보자. 강력한 리더십의 不在부재와 '독재자'의 거세는 정치가들의 이합집산과 학생-노동자들의 데모, 自制力자제력을 잃은 '언론자유'-이런것들이 말하자면 한국정치의 常例상례며 통상적인 작태였다. 그 주인공들은 대체로 '병역기피자'들이었다.
요즘 새삼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병역비리는 또 뭔가? 한국정치의 상례며 통상적인 작태가 다시 불거져 나온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문제가 된것은 무슨 '습관성 어깨 탈구 수술'이나 '환자 바꿔치기' 등 수법으로 병역을 기피해온 일부 운동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억울한 사람들이다. 권력층에 즐비한 합법적인 병역기피자들에 비하면.
우리 역사가 그래왔다. 우리가 미워하는 일본의 옛 군부가 만든 문헌 가운데 다음과 같은것이 있다.
"조선의 兵數병수 약20만이라 칭한다. 然연이나(그러나) 훈련과 규율있는 精兵정병은 전국을 통털어 수천에 불과하다-5-6만의 병을 집합시킨적도 있으나 將장은 韜略도략을 모르고 병은 전투를 모르니-오합지졸이라 할수밖에-"<日本戰史 朝鮮役編 52p>
이 글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측에서 만든 문헌의 한 대목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나? 忠충보다 孝효를 중시한 조선시대는 兵役병역보다 家事가사가 중시됐으며, 가사는 높은 계급일수록 더욱 중시하고 있었기에 군인은 힘없는 常人상인 이하 계급만 갔기 때문이다. 그당시 일본은 각번(藩)의 領主영주마다 每萬石當매만석당 병250의 비율로 전국에 56만3천명의 大軍대군을 거느렸고 그중 나고야(名護屋=현 후꾸오까縣=최전방)에 주둔만 약10만, 外征軍외정군 20만등, 조선침략군만도 33만명이 있었다.
문민우위-무인천시 사회에서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던 조선 宣祖선조시대. 문민정치의 특징은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나머지 '事實사실'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倭왜놈은 쌍놈이고 조선은 尊明崇儒존명숭유의 점잖은 동양의 예의지국임을 자랑만 하고 있을때 상대방은 첨단병기(鳥銃)를 앞세워 침략해 왔다. 속수무책일 수 밖에.
눈을 현실로 돌리자. 북한이라는 무력집단의 실체와 핵무장 군사독재국이라는 사실에 눈감은 한국의 정치인들은 '동족끼리 싸우는' 군대에 가서 썩지 않으려고 발버둥이다. 그래서 땅이나 아파트를 여벌로 사놓고 도미유학 다녀오면 立身出世입신출세의 길이 열리는데 뭣때문에 '군대가서 썩느냐?' 노무현은 과연 名言명언을 남겨놓고 갔다.
그런 세상에서 무슨 노블리스 오블리지인고? 空念佛공염불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지 할려면, 고향가는 비행기표 사뒀다가 고국에 전쟁나면 달려가는 이스라엘 학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 돕는것쯤을 노블리지 오블리지로 언론이 잘못 전달하고 있다.
국가(대한민국)에 위기가 오면 하던일(정치, 학업, 비지네스 등) 집어치우고 싸우러 나가는 귀한 신분의 사람을 두고 노블리스(높은신분)에 부과된 오블리지(의무)를 다한다고 하는 말이다. 6.25당시 미8군사령관 밴플리트장군의 아들이 전사하고 중국공산당수 毛澤東모택동의 아들이 싸우다 죽었다. 이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지다. 미국의 케네디 전대통령, 닉슨 전대통령도 2차대전 참전 유공장교다.
한국전쟁 때 외국종군기자 17명이 희생됐다. 전쟁의 당사국인 한국의 기자는 한사람 다친 사람조차 없었다. 외국기자는 중대-소대까지 가서 취재하고, 당시 특권층이던 한국기자들은 잘해야 사단본부, 보통은 국방부나 육군본부에 앉아서 취재했다.
따라서 '병역기피'는 엄격한 의미에서 범법이라기 보다 한국의 '전통문화'라고 해야 옳을것 같다. 옛날 科擧과거에 급제해서 입신출세 하는걸 자랑으로 삼은거나 요즘 '군대가서 썩지않고' 행정고시, 사법고시 등에 합격하거나 대학교수 하는 사람이 훨씬 더 좋은 신랑감인거나 같지 않은가.
병역기피는 한국의 전통문화인 것이다. '문화'를 정치에서 따지는게 우습다. 그러니 국회의 청문회라는 코미디는 이젠 그만 했으면 좋겠다. (한국논단)
병역 기피는 한국의 ‘전통문화’ 인가?
- 이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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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06, 1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