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못할 정도로 질문이 쏟아졌다"

황장엽 前비서, 美日극비방문 秘話(비화) “日의 납치문제 언급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방문後 생각이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극비리에 출국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의 방미(訪美) 방일(訪日)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되었다.

출국 약 한 달 뒤인 22일 본 방송국을 방문한 황 전 비서는 대담에서 이번 방문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북한 남파암살단 적발 사건 때문에 황 前비서의 자유북한방송 방문은 대단히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다.

황 前비서에 따르면 출국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는 “(출국이) 갑자기 진행되었다”며 모 단체 부위원장직 관련 회의에 참석한 금요일(지난달 26일) 저녁에 자택에서 통보되었다고 밝혔다.

황 전 비서는 7년 만에 이루어진 두 번째 미국 방문의 첫 인상에 대해 “2003년 첫 방문 때보다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경호가 강화된 점에 놀랐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에 각각 사흘씩 체류한 그는 경호가 강화된 것에 대해 “요즘 김정일이 못되게 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황 전 비서 암살을 목적으로 남파한 암살단이 최근 국정원에 검거된 사건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외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을 경호에 투입했다.

삼엄한 경호 속에 황 전 비서는 방미 첫날 미국 정부 인사들과 약 4시간에 걸쳐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03년 방미 당시와 달라진 점에 대해 “예전에는 초청국 측에서 질문을 했고, 내가 답변하는 형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내가 먼저 발언한 점”이라고 밝혔다. 1차 방미에서 미국 정부는 황 전 비서에게 처음부터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 등 정보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황 전 비서가 먼저 1시간 발언을 했으며, 이후 질의응답 1시간, 식사를 겸한 간담회 2시간 순으로 진행되었다.

비공개로 실시된 간담회 등에서는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황 전 비서의 표현에 따르면 ‘식사를 거의 못할 정도’였다. 이튿날에도 사람이 조금 바뀌고 언론 인터뷰가 추가되었을 뿐 같은 일정이 진행되었다.

황 전 비서는 방미 도중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하루는 미국 정부 측에서 관광을 허가하기에 뉴욕 방문을 요청했더니 거절했다고 한다. 때문에 대신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방문했는데 종일 걷느라 혼이 났었다고 한다. 황 전 비서는 “나는 항공기 탑승이나 시차에도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데 걷는 것은 몹시 힘들다”며 “의사당 안을 오르락내리락하고 키 큰 안내자를 따라 걷느라 혼이 났었다”고 토로했다.

사흘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일본을 방문한 황 전 비서는 한층 더 삼엄한 경호를 체험했다. 미국과 달리 북한과 거리가 가깝고 조총련 등 친북세력이 활동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일본 정부가 특별히 강화시킨 것이다.

황 전 비서는 “일본은 경호가 더 심했다”며 “그때는 아예 항공기에서 제대로 내리지도 못하고 항공기 아래로 바로 내려가 특수차량에 올라 호텔로 직행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심지어 언론이 사진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주변을 가리기까지 했다. 이후 황 전 비서는 수많은 경호인원이 동원된 가운데 호텔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일본에서의 일정도 미국과 동일했다. 첫날 황 전 비서가 먼저 1시간 발언하고, 이후 질의응답 1시간, 식사를 겸한 간담회가 2시간 진행되었다. 이튿날 일정도 같았다. 황 전 비서는 “대단히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납치자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황 전 비서의 방문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외출이 전면 금지되었다. 황 전 비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도 한 때 관광일정을 고려했으나 곧 취소했다고 한다. 대신 호텔 내 창가에서 외부를 내다보는 것은 허용되었다. 97년 망명 당시 한국 정부는 저격 가능성을 우려해 황 전 비서가 체류한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창문에 철판을 설치했다.

황 전 비서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배운 것이 크다”며 이번 방문에서 얻은 소득이 많음을 시사했다. 황 전 비서는 미국 방문에 대해 “많은 미국 사람들이 한미동맹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김정일에 대해서도 옳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모든 것에 대해 태연자약하고 덤비는 일이 없었다”며 “(미국에) 상당한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우호적 태도를 본 황 전 비서도 방문 내내 한미동맹과 한일동맹, 그리고 3국 동맹의 중요성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방문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전 비서는 “그 전에는 일본의 납치문제 언급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방문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살인이 일상화된 북한에서 납치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자신도 과거에는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내가 잘못 생각했었다’고 사과했다”고 밝혔다. 인권을 존중하고 중요시하는 일본의 높은 민주주의 수준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황 전 비서는 이번 방문에서 느낀 바를 토대로 한국도 사상적 수준을 높여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사상적 수준이) 백지이다 보니 김정일이 마음대로 쓰는 것”이라며 친북좌파세력에 장악당한 한국사회의 실태를 지적한 뒤 “수령을 위해 인륜을 저버릴 것을 강요하는 등 김정일 집단은 인간의 본성을 버린 존재이므로 우리가 정신적 우월감을 갖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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