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중국식(鄧小平式) 개혁·개방論」은 대단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논거는 대체로 이렇다.
첫째, 急進的(급진적) 자유통일은 아니지만 漸進的(점진적) 자유통일론이다.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면 필연적으로 남한의 기업과 자금이 북한에 진출할 것이다. 北도 핵무기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對南적화전략도 버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남한에 흡수 통일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북한체제의 변화과정이 바로 점진적 흡수통일 과정이 된다. 이 과정을 관리하기 위해선 남북한이 일종의 연방, 그러나 남한 주도의 연방으로 뭉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컨대, 한국은 韓美동맹, 韓日우호, 韓中교류 관계를 유지해가면서 국제적 협조나 양해 하에 전쟁을 하지 않고 북한을 점진적으로 흡수해가는 것이다.
둘째,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이 통일 혹은 準통일상태로 돌입해 혼란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人命(인명)피해와 남북한 經濟(경제)피해를 줄일 수 있다.
셋째, 통일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넷째, 북한주민의 자존심과 사기를 높은 상태로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다섯째, 중국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에 자유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서서 만주와 접경하는 정세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의 바람이 들어와 중국 내부를 분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중국식 경제발전은 환영하지만 북한의 한국식 민주화는 반대하는 중국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은 현실적이다.
[중국식 개혁·개방이 점진적 자유통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중국식 개혁·개방論은 사실상「기능주의 통합론」에 기초한다. 자주 교류하다보면, 優越(우월)한 체제가 劣等(열등)한 체제를 同化(동화)·吸收(흡수)해갈 것이라는 논리이다.
중국식 개혁·개방論의 가장 큰 魅力(매력)은 남한이 북한을 漸進的(점진적)으로 흡수해갈 것이라는 데 있다. 急進的(급진적) 자유통일론은 아니지만 漸進的(점진적) 자유통일론이라는 것이다.
중국식 개혁·개방의 可能性(가능성) 여부를 떠나, 북한이 중국정도의 개혁·개방에 성공했다고 가정해볼 필요가 있다. 비록 一黨獨裁(일당독재)지만 중국식 黨內(당내)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남한의 기업과 자금이 북한에 진출해 경제가 재건되며, 북한은 核무기와 對南적화전략을 버렸다고 하자. 그 경우 북한이 남한에 흡수돼 자유민주주의로 통일될 수 있을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월성 때문에?
「중국식 개혁·개방」과 「통상의 개혁·개방」(그것을 資本主義的민주주의·韓國式민주화·美國式자유민주주의·自由民主主義的개혁·개방 무엇이라 부르건)의 가장 큰 차이는 중국과 한국의 차이와 같다. 그것은 정치체제 면에서 複數政黨制(복수정당제)냐 一黨獨裁(일당독재)이냐이다. 중국식 개혁·개방論者들은 중국의 체제를 변호하며 『黨內(당내)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一黨獨裁(일당독재)라는 사실에 달라질 게 없다.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이 성공한 경우를 다시 상상해 보자. 조선로동당이 사라진 후 북한민주당이건 조선민주당이건, 북한의 新지도층이 經濟(경제)를 살리고 人民(인민)을 살려냈다고 하자. 이들이 과연 一黨獨裁(일당독재)를 포기하고 複數政黨制(복수정당제)를 도입할 수 있을까? 인민민주주의와 사회주의적 가치로 북한을 재건한 마당에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적 가치의 남한에 흡수될 수 있을까? 북한의 역사적 정통성을 포기한 채 남한에 굴복할 수 있을까?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체제의 耐久性(내구성)을 소생시킨 북한의 新지도층의 정치적 자살은 가능한 것인가?
중국식 개혁·개방이 성공한다면, 북한지역엔 미처 사라지지 않은 수령독재, 주체사상 遺痕(유흔)에 우리 민족 고유의 사회주의적 유전자, 여기에 중국식 모델까지 가미된 「變種(변종) 사회주의 一黨獨裁(일당독재) 체제」가 탄생할 것이다. 잘해봐야 미얀마, 베트남, 중국 정도가 될 것이다. 그 같은 독재시스템이 먹고 사는 문제까지 해결했는데 갑자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남한에 흡수될 수 있을까? 안 죽으려 절벽을 기어올랐는데 다시 投身할 것이란 가정은 합리적인가?
중국식 개혁·개방이 김정일 先軍(선군)독재보다는 낫겠지만 결코 急進的(급진적) 자유통일론도, 漸進的(점진적) 자유통일론도 될 수 없다. 永久分斷論(영구분단론) 내지 平和共存論(평화공존론)으로 불러야 정확하다. 일정부분 계획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시켜 亡(망)해가는 공산당을 살려내고 分斷(분단)구조를 고착시키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에 「멋진」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이 탄생하면 반만년 우리 민족이 꿈꿔 온 大同社會(대동사회), 「깨끗한 공산주의」가 만들어져 북한이 남한을 흡수할지 모른다.
[중국식 개혁·개방 아래 북한의 민주화가 가능한 일인가?]
중국식 개혁·개방의 결정적 문제는 북한의 民主化(민주화) 여부이다. 論者(논자)들은 중국식 개혁·개방의 본질이 북한의 民主化라고 말한다. 그러나 民主化되지 못한 중국식 모델을 따르는 북한이 民主化된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이다.
중국식 개혁·개방은 어차피 複數政黨制(복수정당제)를 부정하는 一黨獨裁(일당독재)이다. 만일 一黨獨裁(일당독재)가 아닌 複數政黨制(복수정당제)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중국식 개혁·개방」이 아니라 「통상의 개혁·개방」이다. 한국식 개혁·개방, 미국식 개혁·개방, 서양식 개혁·개방, 자유민주적 개혁·개방, 자본주의적 개혁·개방이다. 論者(논자)들이 굳이 「중국식 개혁·개방」이라 부르는 것은 중국과 같이 一黨獨裁(일당독재)가 유지되는 그러나 소위 黨內(당내)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시스템을 상정한 것이다.
여기 치명적 약점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代案(대안)모델을 갖는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을 도입할 경우, 북한이 民主化될 수 있을까? 이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북한이 중국 정도만 개혁·개방이 된다면 당장 한국처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자는 세력이 나올 것이다. 記者 같은 사람도 북한에 달려가 그렇게 하자고 떠들어댈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세력화를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탄압할 것인가? 중국의 천안문 사태처럼 탱크로 밀어버릴 것인가? 그것이 과연 民主化인가?
북한체제가 건재하므로 조선로동당 조직지도부도 건재할 것이다. 과연 정치범수용소 해체는 가능할 것인가? 탈북자 강제송환은 중단될 것인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가 허용된다면 그것은 「중국식 개혁·개방」이 아니고 「통상의 개혁·개방」이 아닌가?
결국 중국식 개혁·개방을 한 북한은 중국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민주주의가 제한될 것이다. 같은 말, 같은 역사,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이 끊임없이 북한체제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新권력층 입장에서 선택이 두 가지 뿐이다. 예전의 暴壓(폭압)시스템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무너지든지.
[통제 不可 상태인 남한의 좌파와 연합할 것인가?]
중국식 개혁·개방은 남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소위 좌파는 統制不能(통제불능) 상태에 들어섰다. 73만 회원·60억 예산·500명 상근자를 가진 「민노총」. 9만 회원·220억 예산·130명 상근자를 가진 「전교조」. 7만 진성당원을 가진 「민노당」이 살아 있다.
소위 좌파의 핵심은 反美·反日민족주의이다. 민족사적 정통성을 북한에 두고, 남한은 친일파가 만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 믿는다. 북한체제가 중국식으로 되살아나면 북한의 新지도층과 남한의 좌파는 새로운 형태로 연합할 것이다. 左派(좌파)이데올로기라는 이념적 동질성 외에도 민족사적 정통성에 대한 동일한 시각 탓이다.
統制不能(통제불능) 상태에 들어간 한국의 좌파, 起死回生(기사회생)한 북한의 『新』공산주의자, 旭日昇天(욱일승천)하는 중국의 공산주의자가 결탁한 한반도는 수렁에 빠져들지 모른다. 자유통일은커녕 사회주의 연방제 통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식 개혁·개방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不可避(불가피)하게 인정한 논리이다. 북한인민이 김정일 밑에 사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김정일은 사라진다.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의 대안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한반도 좌익의 혈로를 터주느냐 아니면 자유통일로 한민족 전체가 살아남느냐.
<계속 : 다음은 중국식 개혁·개방이 갖는 親中化의 문제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