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경기중계 화면을 북한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중앙일보가 11일 보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기 화면 대북 송출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지역 중계권을 가진 SBS 측의 결정사항”이라며 “하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적 대남태도를 감안할 때 국제사회의 규범에 맞는 협상 절차에 따른 적절한 대가를 북한이 지불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방송 전파도 대북 반출 승인대상”이라며 정부 원칙에 어긋날 경우 제재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천안함이 북한 소행으로 침몰한 쪽으로 좁혀지고 있는 데다 북한이 금강산 내 남측 부동산을 몰수하는 등 대남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사실상의 대북 제재 조치로 풀이된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은 지난해 8월과 올 1월, 두 차례 SBS와 실무접촉을 갖고 경기 화면 무상제공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SBS 측은 현금 제공이 어렵다면 북한 내에서의 방송물 제작 협력을 비롯한 성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북한은 지난 5일 팩스를 보내와 추가 협의를 요구했으나 SBS 측은 이를 일단 미뤄놓은 상태다. SBS측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국민들의 대북 감정과 정세를 고려해 북한에 ‘논의 진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며 “우리도 무상으로 북한에 중계 화면을 제공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정부가 북한의 요구대로 경기 화면을 무상 제공했다. 위성사용료 등 당시 비용 1억5000만원은 남북협력기금과 방송발전기금에서 충당했다. 월드컵을 제외한 각종 국제경기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에 경기용품과 소요 경비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이같은 지원도 일절 중단될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의 경우 북한 측에 유니폼이나 축구공 같은 물품도 제공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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