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투표일이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도권 판세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민심이 다소 출렁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발표를 전후해서는 합조단의 발표가 후보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일 발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으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내일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 오피니언’이 지난 22일과 23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52.6%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 한명숙 후보(28.9%)에 24%p 가량 앞섰다. 이어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3.1%),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2.4%), 미래연합 석종현 후보(0.7%) 순이었다. (서울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23일 조사.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경기도지사 조사도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48.4%의 지지율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32.5%)를 15.9%p 차로 눌렀다. (경기도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23일 조사.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꼭 투표하겠다’는 적극투표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서울은 오세훈 55.4% 대 한명숙 29.9%, 경기도는 김문수 49.7% 대 유시민 33.4%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아시아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2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추세는 비슷했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57.1%, 한명숙 후보가 31.3%의 지지를 얻어 두 후보간 격차는 25.8%p에 달했다. 투표 의향층에서는 오세훈 후보 58.4%, 한명숙 후보 32.4%로 각각 나타났다. (서울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22일 조사.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경기도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49.4%, 유시민 후보가 35.2%의 지지를 얻어 두 후보간 격차는 14.2%p였다. 투표 의향층에서는 김문수 후보 50.8%, 유시민 후보 36.7%로 각각 나타났다. (경기도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22일 조사.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남은 변수는 정부와 여당의 ‘자살골’ 여부
지방선거 승패의 바로미터로 손꼽히는 서울과 경기도에서의 이같은 격차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안정권’에 진입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숨은 표 10%’를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격차이기 때문이다.
남은 변수도 많지 않다. 민주당과 좌파진영이 기대하던 한명숙 후보 재판, 좌파 후보단일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1주기 등의 이벤트는 모두 지나가 버렸다. 이 중 한명숙 재판과 좌파 후보단일화는 좌파 후보들의 지지도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반짝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소멸한 이슈가 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행사는 천안함 정국에 묻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좌파 야당들이 수도권에서 ‘대역전승’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자살골’을 넣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 당시 ‘자살골’로 인한 역전패의 쓴맛을 본 기억이 있다.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상됐던 당시 수원장안 재보선에서는 선거 초반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10%p 가량 앞섰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역시 40%대에서 박스권을 유지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를 열흘 가량 앞두고 방송인 김제동씨가 KBS ‘스타 골든벨’에서 하차하면서 판세는 뒤집혔다.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김제동씨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됐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다수 젊은 유권자들에게까지 ‘반(反) 한나라당’의 명분을 준 결정적 계기였다.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한나라당 우세’였던 수원 장안은 ‘오차범위 내 접전지’가 됐고, 결국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는 10월 29일 개표 결과 6%p 가량의 격차로 패했다.
당시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는 패배의 으뜸원인으로 ‘방송인 김제동-손석희씨 하차’를 꼽았다. 두 사람의 하차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논란이었다.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절반가량(45.7%)이 “하차논란이 투표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따라서 ‘수원의 악몽’을 이미 경험한 정부와 한나라당으로서는 남은 선거기간 9일 동안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 총리, 장관, 청와대 고위급 인사 등의 ‘실언’도 막판 판세에 영향을 줄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권 인사들의 골프 또는 음주 파문도 우세한 판세를 흔드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법안 및 정책 수립 소식도 선거 이전에는 민심을 뒤집는 메가톤급 재료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내의 일부 좌익 인사들이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돕기 위해 정부-여당에 불리한 정책을 수립한 뒤 언론에 흘려서 민심을 들끓게 하는 ‘자폭작전’을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야당후보들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운 상황이 된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몸조심’의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지난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실무대책회의에서 “내가 선거기획위원장을 처음 맡을 때 했던 말이 ‘정부가 선거를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방해만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며 “남은 기간 동안 정부나 중앙당이 실수나 과잉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리존뉴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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