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결혼식에 참석하였다가 개인 택시를 탔다. 70세가 넘어 보이는 기사가 나를 알아보았다. 몇 년 전 지방에 강연하러 갈 때 나를 태운 적이 있다고 하였다. 집으로 오는 사이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사위 자랑을 하였다. 한국을 빛낸 100인의 과학자에 들어갔다고 했다. 요사이는 즐기면서 택시 운전을 한다는 것이다. L씨는 수십년간 운전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일도 여러 번 겪었다면서 최근에 있었던 두 개의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이야기 하나: 3년 전 서울역에서 손님을 기다리는데 80을 넘은 듯한 할머니가 지팡이를 흔들고 있었다. 다른 택시는 피해가는데, L씨가 이상하게 생각하여 다가가 태웠다. 할머니는, 작은 글자가 적혀 있는 쪽지를 펴 보이면서 서대문구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車中에서 할머니의 딱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충청도 산골에서 올라온 이 할머니는, 일찍 남편과 死別(사별)하였다. 논밭을 가진 것도 없이, 농촌 마을의 이 집 저 집을 찾아다니면서 일을 거들어주고 받은 돈으로 한 아들을 키웠다. 그 아들을 결혼시켰는데 아들이 급성 당뇨병에 걸리자 며느리가 달아나버렸다. 이 충격으로 아들도 정신이 나가버렸다. 관청의 도움을 받아 아들을 서울의 정신병원으로 보내놓고 혼자 살아왔는데, 이제 처음으로 면회를 간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내가 아직 정신이 있을 때 양로원에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그 전에 마지막으로 아들 얼굴이라고 봐야겠다"면서 上京(상경)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하나 들었는데, 추석 때 마을 사람들이 준 사과, 귤, 대추 등이었다. 시간이 흘러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L씨가 할머니를 요양원 앞에 내려다 놓으니 할머니는 치마 밑 속옷 깊숙한 곳에 꼬깃꼬깃 숨겨놓은 1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내어놓았다. L씨가 차비를 받지 않으려 하니 할머니는 "이렇게 고맙게 태워주었는데 그럴 수 없다"면서 돈을 던지고 내리려 하였다. L씨가 달려가 돈을 쥐어주면 할머니는 돈을 도로 던지고 하는 일종의 시비가 벌어졌다. 이 광경을 보던 병원 경비원이 달려왔다. 그는 손님과 기사가 싸우는 줄 알았다고 한다. 경비원도 할머니를 설득하였다. 기사의 好意(호의)를 받아들이라고. 할머니는 굽히지 않았다. 겨우 타협을 봐서 L씨는 택시비의 반값만 받기로 하였다. L씨가 택시를 몰고 떠나면서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는 車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손수건을 쥔 손을 흔들면서 서 있었다.
이야기 둘: 수년 전 있었던 일이다. L씨가, 밤 늦게 서울시내 어느 골목에서 차를 세워놓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맨발의 젊은 여자가 내복 차림으로 달려와 문을 열면서 타더니, "아저씨, 살려주세요. 빨리 출발해요"라고 소리쳤다. 車를 급발진을 시키는데 두 남자가 쫓아오다가 뒤로 처져버렸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자고 하였다. 車中에서 여인이 털어놓은 사연은 이러했다.
시골에서 자란 이 여인은 부모가 싸움박질만 하면서 자신을 구박하는 게 싫어 무작정 上京하였다. 서울역에 내려 어디를 갈까 망설이는데 젊은 남자 두 사람이 다가와 친절하게 대하여주었다. 자신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니 "같이 걱정해보자"면서 이러 저리 데리고 다녔다. 서울 구경도 시켜주고 밥도 사주고 여관도 잡아주었다. 이틀째 밤 여관 방에서 혼자 잠을 자려고 옷을 벗어 놓고 목욕을 하고 나왔더니 두 남자가 옷과 신발을 둘둘 말아 옆방으로 가져가 버렸다. 두 남자들이 옆방에서 주고 받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들은 인신매매 조직이었다. 내일이면 이 시골여인을 사창가에 팔아넘기기로 이미 금액까지 결정해놓은 상태였다. 두 남자는 오늘 밤 누가 먼저 여인을 욕보일 것이냐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기겁을 한 여인이 여관을 뛰쳐나왔다가 L씨의 택시에 올라 탄 것이었다. L씨는 여인을 태우고 다니면서 간단한 옷을 사고 車費(차비)까지 주어서 고향으로 보냈다. 터미널에서 헤어질 때 여인이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L씨는 거절하고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잘 되거든 남에게 좋은 일을 해요. 그게 은혜를 갚는 거지, 뭐."
L씨는 택시 운전으로 자녀를 잘 키우고 공부시키고 이제는 손자, 손녀와 어울리면서 행복한 老年(노년)을 즐긴다고 자랑하였다.
"개인택시는 누구 간섭 받지 않고 일하니 마음이 우선 편합니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고, 재미 있는 일도 겪고, 재미 있는 사람도 만나고, 좋은 일도 하고, 이 운전대 하나로 집도 사고 아이들 결혼, 교육을 시켰으니 고맙지요, 뭐."
개인택시 운전사로부터 들은 이야기 둘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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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6-19, 18: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