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된 사람들

북한사회와 주민생활이 지금도 계획경제에 의해서 지탱된다고 생각하는 대학교수와 학생들.
북한에 ‘무식이 광명’이라는 유머가 있다. 이는 무식한 사람이 자기가 무식한 줄 모르는 현상, 무식한 사람이 자기가 무식한 줄 모르고 날뛰는 현상을 비꼬는 일종의 유머이다. 예를 들어 평양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이 평양의 식당들은 밥값이 엄청 싸다고 우기면 사람들은 흔히 ‘무식이 광명이라더니’라고 말하면서 웃어버리고 만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대한민국의 자유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가물가물 잊혀지던 ‘무식이 광명’이라는 북한 유머가 다시 생각나는 이유.

그 유머가 처음 머리에 떠오른 것은 한 동네에 살고 있는 대학 졸업생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이없이 호된 ‘질타’를 받았던 한 달 전 어느 날이었다. ‘질타’의 발단은 그가 필자와의 대화 와중에 ‘북한에서 (식량)배급제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것이었다. 필자는 사실대로 대답해 주었다. ‘북한에서 식량배급제는 90년대 중반부터 실종상태’라고.

그 대답을 들은 그는 ‘논리적으로’ 그리고 확신에 넘치는 어조로 필자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논리인즉, 식량배급제가 주축을 이루는 사회에서 배급제가 없어졌다는 것은 곧 그 사회가 붕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이 살아있고 그 사회도 건재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탈북자들의 증언과 달리 배급제도가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필자가 잘 알고 있는 탈북대학생은 며칠 전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대학의 교수가 대학생들에게 ‘북한사회와 주민생활이 지금 북한의 경제체제인 계획경제에 의해서 지탱되는가, 아니면 시장경제에 의해서 유지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학생 대부분이 북한사회와 주민생활이 지금도 계획경제에 의해서 지탱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물론 대학교수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단순한 ‘논리’였다. 계획경제가 견인하던 북한사회와 주민생활은 계획경제가 파탄되었으면 당연히 붕괴되었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북한사회와 주민생활이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은 북한의 경제체제인 계획경제가 아직도 견인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탈북자들은 어떤 역학관계와 이해관계를 타산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기도 한다.

필자는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그들의 고집형 사유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그들의 논리가 객관적인 것이 아닌 자기 식의 주장, 자기논리에 불과할 뿐이라는 결론이 나중에 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그들이 객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자기 주장에 더 집착한다는 사실도 나름대로 알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북한의 현실도 ‘자기 주장’에 걸맞게 해석이 된다는 것이었다.

더욱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90년대 중반 북한에서 300만 이상이 굶어죽었다는 사실도, 수십만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중국으로 탈북했다는 현실도 믿고 싶지 않은 일, 알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것. 결국 그런 현상이 탈북자 일반에 대한 불신을 만들고, 그 불신은 무식을 만들고, 그 무식에 자기도 모르게 바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탈북자 허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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