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선일보 죽이기' 인가

조선일보가 당한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조선일보가 김정일 김대중 말을 안 들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1990년대 중반 조선일보가 김정일의 주민 300만 명 아사(餓死) 작전을 이유로 “김정일 물러나야”라는 사설을 싫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부터도 물론 조선일보는 운동권 전체 아닌 운동권 주사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여하튼 “김정일 물러나야” 사설은 김정일과 그 졸개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것 같다.

남한 시민사회의 한 주축이자 한국의 유수한 신문이 수세 아닌 공세로 혁명의 수장임을 자처하는 김정일의 反혁명적 본질(주민 300만 명 아사)을 논고(論告)하며 그를 ‘인민의 이름으로’ 숙청해야 한다고 한 것은 그들의 세뇌교육 교과서에 단 한 줄도 예비되어 있지 않은 의외의 기습이었기 때문이다. 감히 수령도 잘못 하면 숙청하라니?

여기서 김정일은 비로소 처음 ‘민주화 시대 남조선’에도 ‘反김정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이른바 ‘민주화’만 되면 모든 게 친(親)김정일이 될 줄 알았는데, 조선일보가 반(反)김정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민주화’만 되면 김대중이 남조선 천하를 완전 장악할 줄로만 알았는데, 김일성이 남침하면 박헌영의 남조선 빨치산 20만 명이 일시에 들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 뭐, ‘민주화’ 이후에도 조선일보의 ‘반(反)공화국 책동?'

김대중은 김정일한테 스타일을 구겼다. 그래서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곧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대한 대대적인 정치적 세무사찰이 착수되었다. 길거리에서는 ‘김대중+좌익’이 연합한 안티 조선 캠페인이 벌어졌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 조선일보를 폭파하라"는 지령이 떨어졌기에.

조선일보 논객들에 대해서도 온갖 악랄한 스토킹이 가해졌다. 정부도, 시민단체도 모두가 ‘햇볕’에 투항했는데, 유독 조선일보가 “노(No)”라? 이놈들은 그저 테러적 방법으로 단매에 때려 죽이는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조선일보를 매장하기 위해 동원된 수법은 예(例)의 친일(親日) 운운. 그러나 여기서 분명하게 천명할 것이 있다. 그들의 그런 논리는 “일제 말기로 올수록 오직 공산주의자들만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독립운동은 일제 시대보다 더 지옥 같은 김정일 폭압 체제하의 인간 지옥 <요덕수용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었지, 자유 평등 박애가 구현되는 근대적 자유민주 헌정체제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오늘의 현실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그것은 더욱 그렇다.

일제하의 조선인 학교, 조선인 기업, 조선인 관료, 조선인 신문들은 이태조(李太祖)의 자손 고종(高宗)이 버리고 간 조선백성들이 식민지 폭압 하에서나마 근대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방법과 기술과 경영학과 생존법을 배운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활용한 것까지 ‘친일’이라고 포괄적으로 단죄할 작정이라면 피차 말을 하지 않고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이 한결 낫겠다. 사람이 죽지 못해 사는 방법까지 매도한다면 대화는 단절이다. 물론 정말 누가 봐도 악랄한 '친일 학살자’를 제거하는 것이야 아무도 이의를 단 적이 없다.

조선일보가 당한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조선일보가 김정일 김대중 말을 안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정일이 모든 나라 망치기와 인민생활 파탄의 용서할 수 없는 책임을 지고 권좌에서 스스로 용퇴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게 뭐가 잘못 됐나? 박정희 전두환에 대해서는 그토록 사사건건 물러나라, 타도하자 한 것들이 왜 김정일 폭압에 대해서는 그토록 깨갱깽깽 죽는 시늉을 다 하며 꼬랑지를 사타구니에 팍 파묻는가?

안티 조선-나는 너희들의 족보와 정체성과 전술적 수법을 너희들의 애쩍 때부터 이미 훤히 다 꿰뚫어 보면서 한 평생을 살았다. 그러니 나한테는 섣부른 꼼수 쓸 생각하지 말아라. 정히 속이고 싶으면 공안검사와 판사를 속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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