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토론방에서 퍼온 것이다.
이 름 최성재
대통령은 어디에?
대통령이 안 보인다. 대통령이 사라졌다. 대통령이 없다. 대통령이 어디 갔을까? 여의도의 큰집에도 없고, 부안의 섬에도 없고, 부산의 부두에도 없고, 울산의 공장에도 없고, 사패산의 터널에도 없고, 경주의 들녘에도 없고, 금정산의 절간에도 없다. 바람결에 들리기로는 잠깐 비바람이 부는 날 연극을 봤다 하고, 해 밝은 날 누구누구랑 골프를 쳤다 하고, 몹시 추운 날 여의도의 공원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 눈시울을 붉혔다 하고, 따뜻한 봄날 신문사에 들러 가판대에 한 부도 못 올리는 '유령' 신문사에 들러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한다.
그런데 없다. 소문뿐. 대통령이 없다. 어디에도 없다. 나이스인지 네이스인지 일 년 내내 시끄러운 학교에도 없고, 실업의 한파에 옷깃을 머리끝까지 들어올린, 휴지조각 같은 상장을 받는 졸업생들만 옹기종기 앉아 있는 대학교의 졸업식장에도 없고, '통일대통령'이라고 크게 써 붙인 휴전선에도 없고, 대낮에도 사람들이 널브러진 서울역에도 없고, 거제도의 넓은 잔디밭에도 없고, 용인의 야산에도 없고, 화성인지 연천인지 김포인지 땅굴인가 우물인가 뭐 목숨이 왔다갔다한다는 거기에도 없고,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다는 남대문 시장에도 없고, 이라크의 유전에도 없고, 텍사스의 목장에도 없고, 아산의 현충사에도 없고, 천안의 독립기념관에도 없다. 동해의 외로운 섬에도 없다. 탈북자들의 꿈 동산 하나원에도 없다.
꿈결에 얼핏 보이기로는 광화문의 촛불에 번개처럼 그 얼굴이 비친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건 개꿈이리라. 평양의 백화초대소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는데, 천벌을 맞아 죽으려는 화상이 지어낸 말이리라. '장군'이 남쪽으로 알현하러 와야지, 두 번씩이나 감히 우리 '이사금'을 불러? 정연주라는 사람을 스튜디오에서 만나서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는 걸 수도 없이 봤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럼 그게 TV에 안 나올 리가 없으니까. 고영구라는 사람을 남산의 골짜기에서 가끔 만나 산책을 한다던데, 이것도 말도 안 되는 것이 이제는 남산이 만인의 공원이 되어 음침한 골짜기가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종석이라는 대단한 사람과 구중궁궐에서 '자주' 만난다는 말이 있는데, 그야 당연하다만, 구중궁궐이란 말이 언어도단이다. 청와대에서 매일 만나니까. 부시도 김정일도 사담도 빈라덴도 이 차장에겐 절절 매니까, '자주' 만나 '자주'와 동맹에 대한 정의에 대해 아주아주 자세하게 전해 들어야지.
없다. 대통령이 없다. 돈 왕창 벌면 어디에 쓰려는지 몰라도 다들 올인한다고 야단인데, 이병헌과 송혜교가 그렇게 인기 있는 줄 몰랐는데, 그 으리으리한 장관실, 그 높은 푸른 집 훌쩍 떠나 다들 올인한다고 야단인데, 혹 대통령이 거기 계신가. 환상적인 역전승을 가져온 그 신출귀몰한 작전을 속성으로 가르쳐 주러, 올인의 대가로서 거기에 지하 벙커를 만들어 놓고 먹고 자고 하는가. 4월 15일 '태양절'에 태양처럼 나타날 건가.
보고 싶다. 대통령이 보고 싶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보고 싶다. 팬클럽의 우상이 아니라, '우리끼리'모임의 큰오빠가 아니라, 노동귀족들의 은밀한 후원자가 아니라, 사막의 폭군과 중원의 마왕과 백두산 밀영의 2세 두령에게 귀염받는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누구나 우러러보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을 확 끌어올리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
(2004. 2. 16.)
대통령이 사라졌다
- 최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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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2-17, 07: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