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도, 義理도 없는 한나라당 소장파

우리보다 여러 모로 합리적인 미국인들도 싸움에서만은 철저하게 조직 의리로 뭉친다. 메이저 리그 야구를 구경하면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온다. 투수가 타자에게 고의 死球를 던지면 화가 난 타자가 투수를 향하여 돌진한다. 이 순간 양팀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전원 쏜 살처럼 뛰어나와 집단 몸싸움을 벌인다. 벤치에는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는다. 이를 bench-clearing brawl(벤치를 비우는 싸움)이라고 말한다. 이 패싸움에 가담하지 않고 혼자 남아 있는 선수는 의리 없는 인간으로 찍힌다.

미국의 가족 구성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도 비슷하다. 어느 집안의 아들이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하자. 그 가족은 우선 변호사를 선임한 뒤 그를 통해서 언론과 상대한다. 부모는 절대로 아들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시인도 사과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아버지가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義絶을 선언한 뒤 방치해버리는 수가 많다.

미국인들은, 범죄혐의로 체포된 아들은 일단 약자이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온 가족이 나서서 최선을 다해 그를 변호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이 위기에 처할 때는 시비를 가리기 전에 우선 조직이 나서서 그를 옹호해야 한다 - 이런 태도는 전쟁을 많이 해본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자세이다.

요사이 한나라당의 내분이 보여주는 것은 敵前분열 그 자체이다. 盧武鉉 정권이 등장한 뒤 검찰의 2002년 대선자금 수사로 당이 위기에 처하자 일부 소장층 의원들이 이를 기회삼아 물갈이, 기득권 세력 몰아내기 등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들은 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우선 盧武鉉 정권의 비슷한 부패를 공격하고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외부의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여 내분을 일으켰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이 아니라 당내 중진층을 主敵으로 삼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공동체는 외부의 위협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대처하고 나서 여유가 있을 때 내부 개혁에 나서는 법이다. 당의 존망이 걸렸는데도 내부 투쟁부터 시작한 일부 소장층은 더구나 金大中 정권과 거의 홀로 맞섰던 鄭亨根 의원을 몰아내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金大中 정권측은 안기부 수사국장 출신인 鄭의원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여러번 시도했으나 그에 대한 불법이나 고문주장은 한번도 입증된 바 없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냉전시절 음지의 戰士였던 鄭亨根의원을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장층의 이유 하나는 鄭의원의 폭로 때문에 당의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이란다. 한나라당 의원들중 가장 정확한 폭로를 한 사람이 鄭의원이었다. 폭로의 성격은 주로 金大中정권의 부정과 음모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의 폭로가 거짓이었으면 그는 정권과 검찰과 어용언론에 의해 이미 매장되었을 것이다.

그의 폭로는 우리 체제를 지켜내는 데 유용하였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실의 폭로는 그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런 폭로를 할 정보력도 용기도 없는 야당의원이 鄭의원을 공격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무엇으로 정치를 할 것인가. 싸워야 할 때 정책대결을 할 것인가. 야당이 내어놓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에 어느 국민들이 신경을 쓸 것인가. 민주화 투쟁 시절에 얌전한 야당을 만들기 위하여 여당이 항상 주문했던 것이 정책 대결을 하자는 것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은 이 요구에 순응하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는 투쟁에 나섰기 때문에 사쿠라로 전락하지 않고 정권을 잡았다. 비열한 인간들은 항상 자신보다 용기 있는 사람을 질투하는 법이다.

거의 영웅적인 투쟁을 한 동료를, 친북좌파의 억지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물러나라고 하고 이것이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지금은 또 崔秉烈 퇴진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문제, 對北 정책, kbs 시청료 분리법안, 遷都 문제 등에서 애국적인 행동력을 보이지도 않았다. 이들은 또 李會昌후보가 패배한 것은 기회주의적 처신으로써 보수층의 배신감을 샀기 때문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망각하고는, 철부지 좌파 젊은 표를 의식하여 보수정당의 본질을 포기하려 한다.

이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지금은 열린당에 가 있는 옛 한나라당 의원들이 생각난다. 盧武鉉 당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을 그들이 2002년 대선 때 李會昌 캠프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이 소장층의 행태를 보면 이해가 쉽게 갈 것이다.

이들은 한때 崔秉烈 대표를 지원하는 듯하더니 그가 불리해지자 퇴진운동에 나선 것이다. 보수정당의 이념과는 거리가 먼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한나라당의 주도권을 쥔다면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패배하기 전에 이미 이념적인 변질을 일으켜 열린당과 비슷해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을 포위하여 섬멸하려는 남북한 좌익들의 연합전선 음모를 저지시킬 정치세력이 사라진다.

한나라당의 개혁은 남북한 무장대치상황에서 보수정당이 수행해야 할 역사적 의무를 재인식하고 그런 의무에 따른 투쟁을 줄기차게 밀고나갈 수 있는 용기와 전략을 정립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반공투사를 몰아내고 구성원의 나이를 젊게 하며 젊은 표를 얻는다면서 정체성과 가치관을 포기하고는 정권의 홍위병과 친하려 하고, 권력과 싸울 용기가 나지 않으니 이제부터는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다, 정책 대결하겠다고 멋을 부리는 그런 비열한 자세는 개혁이 아니라 소승적 이기주의요 의리도 모르고 이념도 모르고 용기도 없는 철부지들이나 할 일이다. 이런 행태야말로 늙어빠진 사람이나 할 일이요 신판 사쿠라이다. 오늘날 한나라당이 敵前분열하도록 만든 것은 崔秉烈 대표의 기회주의적 처신과 결합된 일부 소장층의 자해적인 내부 소동이었고 이는 결국 한국 사회의 거대한 좌회전을 방치함으로써 국민들이 안보와 경제 부문에서 크게 손해를 보도록 했다.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와 조직원의 의리도 다하지 못하는 이들이, 민족반역자 김정일 세력을 상대로 타협이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을 벌여 조국을 지켜내어야 하는 한국 보수정당의 헤게모니를 잡는다는 것은 악몽중의 악몽이다.

한나라당은 이념과 전략과 투지가 있고 의리를 아는 인물들을 찾아내어 앞장세워야 한다. 巨惡에 대해서는 침묵, 굴종하면서 눈앞의 小利를 탐하여 내부투쟁에 골몰하는 자들을 견제 교화하면서 국가와 역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나라당을 끌고 갈 수 있다면 그는 120세가 되어도 좋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정치 도덕은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력이다. 무장대치상황에서 한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투쟁을 싫어한다면 산속으로 道를 닦으려 들어가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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