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이 이등병에게 '아저씨'라고 부르는 韓國軍 복무記

2005년 병영문화 혁신운동이 벌어진 후 新兵이 전입오면 분대장이 발 씻어주는 洗足式(세족식)하기도.
내가 군 생활을 한 2004~2006년은 ‘革新(혁신)’이라는 많은 변화 속에서 보냈다. 당시 참여정부는 軍을 ‘改革(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2004년 5월 ‘현역 육군 대장의 瀆職(독직)사건’, 11월 ‘육군 인사비리 파동’을 겪으면서 浮沈(부침)을 계속하더니 2005년 여름 ‘김 일병 GP 수류탄 투척사건’이라는 前代未聞(전대미문)의 사건 속에서 軍 개혁의 칼날이 상층부에서 下部梯隊(하부제대)로 내려오는 상황을 맞이했다. 국방부는 GP사건 이후 ‘兵營(병영) 생활 선진화 운동’을 추진했다. 기존의 구타와 욕설 등 악습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과 배려’의 兵營문화를 만들겠다는 趣旨(취지)로 도입한 것이다.

당시 내가 복무를 하고 있던 전방 師團(사단)은 병영생활 혁신운동의 중심지였다. 師團長(사단장)은 2005년 7월 '늘 푸른 병영' 운동을 制定(제정), 사단 예하 전 부대에 임무를 하달했다. 將兵(장병) 간에 서로 ‘칭찬하기’, 내무 생활의 임무를 계급별로 분담하는 ‘내무생활 임무 분담제’, 新兵이 전입하면 분대장이 발을 씻겨 주는 ‘洗足式(세족식)’을 하는 등 획기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이 운동이 擴散(확산)되면서 갓 들어온 이등병들은 사기가 振作(진작)됐지만 일부 분대장들은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가장 논란이 있었던 것이 ‘呼稱(호칭)’문제였다. 당시 고참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밑에 애들 부를 때 ‘김 이병’, ‘최 일병’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우스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호존중과 배려’가 有事時(유사시) 막강한 전투력으로도 연결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군대라는 특수집단에서 막연한 존중과 배려로 인해 자칫 전시에 지휘계통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상병으로 갓 진급한 내게도 닥쳐왔다.

군대에서 他 부대 병사는 ‘아저씨’라 호칭한다. 문제는 戰時(전시)다. 전시가 되면 부대 배속체계가 평시하고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 때 ‘아저씨’라고 호칭했던 사람을 상대로 上下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완벽한 上下관계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軍의 생명과도 같은 ‘命令(명령)과 報告(보고)’체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내가 생활했던 내무반에는 부대 政訓(정훈) 업무를 위해 他 부대에서 1년 간 長期(장기)로 派遣(파견) 온 파견병이 있었다. 이 파견병은 나보다 석 달 고참이자 상병이었는데도 이등병을 포함한 全 소대원들이 그를 “ooo아저씨”라고 불렀다. 이등병들도 아저씨란 호칭을 쓰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상병, 병장도 그런 이등병을 나무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파견병 역시 ‘아저씨'란 호칭으로 우리 소대원들을 대했다. 나중에 이등병들이 왜 아저씨란 단어를 스스럼 없이 쓰는가 알아봤더니 新兵訓練所(신병훈련소)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했다. 신병들이 힘든 훈련 후 自隊(자대)로 보내지면 그때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던 훈련 조교들은 ‘조교님’이 아니라 ‘아저씨’라는 것이었다.

점호시간 고참들한테 훈계를 듣거나, 作業(작업)을 할 때도 ‘아저씨’ 파견병은 小隊(소대) 눈치만 살폈다. 물론 내무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軍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敎育訓練(교육훈련)에서도 파견병은 예외였다. 그걸 보며 나 역시도 '아저씨' 파견병이 戰時에 우리 분대를 지휘하게 되면 내가 그의 統率(통솔)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라고 自問(자문)했던 적이 있었다.

‘아저씨’라고 부른다는 것은 紀綱(기강)이 무너졌다는 증거이다. 우리 군인들은 군대 禮節(예절)의 가장 기본인 호칭에서부터 제대로 된 軍紀(군기)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군대에서의 호칭은 상대가 他 부대원이라 할지라도 철저하게 계급중심으로 불러야 한다. 호칭이 무너진 군대는 전투력이나 사기 면에서 金正日과 인민군의 ‘밥’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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